[리뷰] 높은 보디 신뢰도에 담은 고해상도 이미지, 니콘 Z 7II
[IT동아 남시현 기자] 스마트폰의 등장은 휴대폰 시장뿐만 아니라 카메라 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5년 전만 해도 1/2.3” 센서 콤팩트 카메라는 입문형 제품으로 흔히 추천됐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 입문형 카메라 시장을 완전히 잠식했다. 그렇다 보니 사진 생활을 취미로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의 비교우위에 있는 APS-C 센서 기반 카메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으며, 지금은 이 크기의 센서가 입문형 카메라부터 준 전문가용 기종까지 포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APS-C 센서는 과거 35mm 필름의 1.5~1.6배 작은 센서로, 광량 확보나 고감도 노이즈 면에서 적절한 크기면서, 가격경쟁력도 좋다. 하지만 센서 크기가 작은 만큼 렌즈의 초점거리도 비례해서 계산해야 하고, 입문자를 겨냥한 렌즈 라인업이 많아 전문가가 사용하기엔 제약이 많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렌즈의 초점거리를 그대로 쓸 수 있고, APS-C 센서 대비 노이즈가 적은 풀프레임 카메라를 선호한다. APS-C 센서가 입문자부터 전문가의 서브 카메라라면, 풀프레임은 전문가용 카메라를 전제로 둔다. 현재 풀프레임 카메라는 니콘과 캐논 DSLR, 그리고 소니와 니콘, 캐논 미러리스 카메라가 대표적이며, 이외 파나소닉과 라이카, 펜탁스 등 브랜드가 점유율을 갖고 있다. 각 브랜드별로 센서의 특징이나 렌즈 선택권이 다르므로 본인에게 편리한 제품을 고르는 게 보통이지만, 강인한 바디 신뢰도와 안정감 있는 사용감을 원하는 작가들은 믿고 써오던 니콘(Nikon)의 DSLR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더 나아가 편리한 활용성과 가벼운 무게까지 고려한다면, 이번 달 출시된 니콘 Z 7II 미러리스라는 선택지도 있다.
니콘의 새로운 최상위 미러리스 카메라, 니콘 Z 7II
니콘 Z 7II는 니콘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라인업 중 가장 최상위의 성능을 발휘하는 기종이다. 니콘 Z 7II는 니콘 Z 마운트 기반의 4,757만 화소 35mm 풀프레임 센서를 탑재하며, 최대 8,256x5,504 픽셀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고화소 기종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미세 블러는 이미지 센서 시프트 방식의 5축 보정으로 제어한다.
DSLR과 미러리스를 구분하는 차이점이라 할 수 있는 뷰파인더는 0.5인치 369만 화소 OLED 전자식 뷰파인더가 탑재됐고, 0.8배율로 크고 시원시원하게 화상을 볼 수 있다. 아울러 터치 입력을 지원하는 틸트식 210만 화소 3.2인치 TFT-LCD 모니터를 장착해 하이앵글과 로우앵글에서도 깔끔하게 화상을 접할 수 있다. 특히 니콘 Z 7에 탑재됐던 상단 표시계창은 그대로 유지돼 조작 시 빠르게 정보를 인식할 수 있다.
초점 성능은 493개 초점 포인트가 화상의 90%를 차지하며, 니콘 DSLR의 3D-트래킹(3D-Tracking)과 유사한 조작감을 제공하는 피사체 추적 AF가 탑재돼있다. 배터리 안배를 위해 자주 장치를 껐다 켜는 다큐멘터리나 스포츠 작가를 위해 전원이 꺼져도 초점 위치는 저장되며,초점 기능도 사람 얼굴이나 눈은 물론 개, 고양이도 인식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다만, 초점 성능만 놓고 보면 전작인 니콘 Z 7과는 큰 차이가 없는데, 진짜 차이는 연속 촬영 성능에 있다.
전작인 니콘 Z 7은 높은 화소수를 제공하긴 했으나, 12비트 무손실 연속 촬영 수가 23매에 불과했다. 초당 최대 9연사니 2초 정도밖에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니콘 Z7II는 이미지 프로세서를 듀얼 엑스피드(EXPEED) 6로 업그레이드해 연속 촬영 횟수를 77매까지 확대했다. 연사 속도가 초당 10fps까지 늘었으니 약 8초가량 연속으로 촬영할 수 있다. 덕분에 스포츠 촬영이나 동물의 움직임 등을 연속 촬영으로 담는 성능이 향상되었다.
인터페이스는 그립부 반대편에 고무 재질의 커버로 밀봉돼있고, 오디오 입력 및 출력, 데이터 전송 및 충전 겸용인 USB C형 단자, HDMI C 규격 단자, 리모트 코드용 액세서리 터미널로 구성돼있다. 여기에 와이파이 5와 블루투스 4.2를 지원해 스마트폰이나 유무선 장치를 간단히 연결할 수 있다. 그립부는 CF익스프레스(B형)와 XQD 카드를 지원하는 단자와 UHS-II 규격 대응 SD 메모리 단자 두 개로 돼있다. 두 개 슬롯을 통해 NEF(RAW) 파일 및 JPEG 이미지 별도 저장이나, 카드 간 화상 복사도 가능하다. 데이터 보존이 중요한 웨딩 촬영이나 작업 등 전문 촬영이라면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카메라 관련 기능 조작은 니콘 제품답게 자유도와 활용도가 높다. 사진 모드는 좌측 상단의 조작다이얼을 통해 일차적으로 제어하며, 오른손 엄지 부분의 다이얼과 전면 셔터 하단의 다이얼로 조리개 및 셔터 속도를 조작한다. ISO와 브라케팅은 셔터 옆 ISO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오른손 전후 다이얼을 조작하며, 녹화 버튼과 AF-ON 버튼, 확대 및 메뉴, 서브 셀렉터 등은 후면 디스플레이 주변에 배치돼있다. 아울러 카메라 렌즈 마운트 안쪽에도 FN1 및 FN2 기능키가 배치돼있는데 노출이나 셔터 기능, 조리개 미리보기, 측광, 플래시 켜기 끄기, 피사체 추적 등 41개까지 지원한다. 일부 렌즈는 L-Fn과 DISP 기능 등 바디 기능을 확장할 수 있고, 니콘 배터리팩 MB-N11을 장착하면 AF 및 서브셀렉터, 다이얼도 확장할 수 있다.
높은 보디 신뢰도에 담긴 솔직한 이미지 품질
니콘 Z 7II의 유효 화소수는 4,757만 화소로 DSLR과 미러리스를 통틀어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화소 수가 많다는 의미는 2~3,000만 화소대 카메라보다 더 많은 이미지 정보를 담는다는 의미며, 실제 편집 시 화상을 잘랐을 때 상대적으로 선명하게 결과물을 쓸 수 있다. 물론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경우 1억 화소에 준하는 제품도 심심찮게 있지만, 판형 확대 없이 화소 수만 높이면 광량이 떨어지는 순간 이미지 해상력이 무너진다. 니콘 Z 7II처럼 이미지 해상도와 판형이 모두 크면 고감도에서의 노이즈가 훨씬 적어서 해상력이 무너질 우려도 적다.
예시의 이미지는 니코르 Z 24-70mm f/2.8 S 렌즈를 조합해 f/8.0에 ISO 100, 초점거리가 광각인 30mm로 촬영된 결과물이다. 하단의 이미지는 원본 사이즈를 400x400 픽셀의 원본 그대로 가져온 결과다. 결과를 보면 알겠지만, 실제 빨간색 사각형 테두리가 쳐진 부분이 400x400픽셀인데, 전체 이미지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매우 작다. 하지만 이 부분을 100% 확대하면 수십 미터 거리의 조형물 외벽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볼 수 있고, 몇백 미터 거리의 건물 외벽이나 안테나 형태까지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해상도도 높지만, 해상력도 높다. 일단 니콘 Z 시리즈 자체가 전문가용 라인업이라 전반적인 렌즈 해상력이 높다. 여기에 고해상도를 조합하면 간이 접사로도 결과물이 빼어난 수준이다. 예시의 결과물은 ISO 1400 수준에 f/5.0 조리개와 66mm 초점거리로 설정 후 최단 거리에서 촬영했다. 일반적으로 2,000만 화소 급 카메라는 해당 결과물이 간이 접사 수준에 가깝지만, Z 7II는 고감도 저노이즈가 반영돼 ISO 1400 수준에서도 암부와 명부에 발생하는 노이즈가 적게 관측된다. 게다가 강아지의 털끝까지 세밀하게 표현될 정도여서, 간이 접사 후 2,000만 화소 급으로 크롭하면 APS-C급에 매크로 렌즈를 장착한 결과물에 가까운 수준이 될 정도다.
다만 해상도가 5천만 화소에 육박하므로 근거리 촬영 시 핸드블러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 5축 손 떨림 방지가 적용되긴 했으나, 높은 화소 수로 인해 발생하는 블러 자체를 막기는 쉽지가 않다.
NEF(RAW)는 12비트와 14비트 무손실 압축, 압축, 비압축을 지원한다. RAW 파일은 촬영 시 색상 및 밝기 등의 데이터가 이미지 프로세서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담은 파일로, 후보정 시 이미지 가공이 훨씬 원활하다. 예시의 이미지는 단청 안쪽 부분의 어두운 노출을 평탄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밝은 하늘 부분의 노출이 하이라이트로 처리됐는데, RAW 촬영 후 어도비 포토샵이나 라이트룸으로 보정하면 단청의 노출과 하늘의 노출값을 모두 잡을 수 있다.
니콘 Z 7II의 ISO 감도는 64~25600 상당이며, 확장 감도로 ISO 32 상당 저감에서 102400까지 지원한다. 셔터속도는 30초~1/8,000초로 니코르 ZX 58mm f/0.95 S 녹트같은 매우 밝은 렌즈로 원활하게 쓸 수 있다. 통상적으로 고화소 기종일수록 고감도에서 노이즈가 많이 발생하지만, 니콘 Z 7II는 이미지 프로세싱을 통해 고감도 노이즈를 인상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해당 이미지 결과는 f/8.0에 ISO12800으로 촬영했고, 광량이 조금 있는 환경이라 노이즈 발생에서 조금 유리한 조건이다. 그래도 이미지 결과물 자체는 고해상도를 앞세워 잘 살리고 있다. 노이즈 리덕션으로 뭉개지는 화상을 고해상도로 디테일을 살리고, 암부와 명부 노이즈까지 잘 살리고 있다.
특히 니콘 Z7II는 핸드블러의 발생 가능성이 큰 고해상도 카메라로, 대다수 환경에서 기본 ISO를 조금 높게 잡아 셔터 속도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고감도에서의 노이즈 체감이 적다는 점은 이런 니콘 Z7II의 기본 활용을 전제로 하는 조건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사진 촬영부터 일반 영상 촬영은 인상적, Log 활용 영상이라면 글쎄
동영상 촬영은 4K UHD(3,840x2,160) 해상도 영상을 60/50fps로 촬영할 수 있고, 최대 120프레임으로 기록되는 슬로우 모션 촬영도 지원한다.연속 AF(AF-F) 모드의 초점 성능은 수준급이어서 마치 전동으로 초점을 맞추는 듯 부드러운 초점 변환을 지원하고, 동영상 액티브 D-라이팅을 지원해 실시간 영상 노출보정도 적용할 수 있다. 타임랩스나 전자식 손떨림 보정 등 부가기능도 제공한다. 영상 성능을 조합하자면 영상 입문자부터 전문 촬영까지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포스트 프로덕트가 필수인 전문 영상 분야라면 글쎄다. 전작인 니콘 Z 7의 경우 외부 레코더(Atomos사의 모니터 레코더)를 보유하고, 여기에 유료 펌웨어 업데이트를 적용해야만 RAW 파일을 촬영할 수 있는데 니콘 Z 7II도 동일하다. 10비트 HDR HLG(하이브리드 로우 감마)가 새롭게 추가되었지만, 똑같이 외부 레코더가 필요하다. 오로지 전문 영상 촬영이 목적이라면 이 부분은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니콘 Z 7II은 니콘의 미러리스 카메라 라인업을 새롭게 이끌 고성능 제품으로, 전문가용 제품답게 출시가는 388만 원부터 시작한다. 렌즈를 포함하면 450만 대부터 시작하는 셈. 전작인 Z 7에서 부족했던 연사 성능이나 듀얼 슬롯의 부재, 최소 셔터 속도나 저조도 초점 성능, 4K 60fps 영상 촬영 지원 등 적잖은 부분이 개선된 점은 인상적이지만, RAW 촬영이 필수인 전문가용 촬영이라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신뢰성 있는 제품이 필요한 여행 사진 작가나, 초망원 렌즈로 촬영 빈도가 높은 스포츠 촬영, 니콘 FTZ 마운트를 활용한 광활한 니콘 니코르 F 렌즈와의 조합은 니콘 Z 7II만의 장점이다. 니콘 카메라가 쌓아온 고유의 신뢰성과 조작감을 우선시하는 사용자면서,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택하는 사용자라면 니콘 Z 7II에 주목하자.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