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에 줄 선 신입 IT 개발자들, '네카라쿠배'가 뭐길래?
[IT동아 남시현 기자] 개발자(Developer)만큼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직종이 또 있을까. 개발자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프로그래밍하고 설계하는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좁게는 설계와 코딩, 넓게는 프로젝트와 관련된 인원 전체를 포괄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설명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오늘날 IT 기술을 적용하는 모든 산업에서 이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즉, 2차 산업과 3차 산업의 핵심 인원을 제조업과 서비스업 종사자였다면, 4차 산업 혁명의 주역이 바로 개발자라 할 수 있다.
모든 산업군에서 개발자를 필요로 하는 덕분에 개발직은 상대적으로 이직이 쉽고, 공급 대비 기업 수요에 따라 연봉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그들 나름대로 선망의 대상으로 부르는 업무 환경이 있으니, 바로 ‘네카라쿠배’다. 네카라쿠배를 일반 직군이 듣는다면 생소한 외래어나 독특한 명사 정도로 보이겠지만, 풀어서 살펴보면 모를 수 가 없다. 네카라쿠배란,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5대 IT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라인플러스, 쿠팡, 배달의민족을 묶어서 부르는 용어로, 전통적인 대기업들과 달리 수평적 기업 구조나 성숙한 개발자 문화, 그리고 안정적인 개발자 대우까지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이미 실리콘밸리에서도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이나 MAGA(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처럼 핵심 IT기업을 줄여서 부르는 것과 유사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네카라쿠배나 FAANG, MAGA같이 특정 IT기업을 모아서 부르는 이유는 이 기업들이 기성 기업들과 구분되는 사내 문화와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IT기업을 대표하는 네카라쿠배는 개발자 출신이라면 꼭 한번 지원해볼 정도로 인기있는 직장이다. 다섯 개 기업 모두 국내 개발자들이 최고로 치는 환경을 제공하지만, 그중에서도 라인(LINE)의 입지는 조금 더 주목도가 높다.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의 경우 국내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인 반면, 라인은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해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활약하고 있다. 단순히 국내 무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와 기업과의 협업이 가능한 개발 환경을 갖춘 게 라인플러스만의 특징이다.
라인, 전 세계 사용자를 위한 가치있는 서비스가 목표
라인은 2011년 메신저 서비스로 시작해 월 1억 8,600만 명이 사용할 정도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고, 2020년 11월 기준 8,500명 이상의 임직원과 2,700명 이상의 엔지니어가 소속돼있다. 라인은 메신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핀테크, 게임, 엔터테인먼트(음원, 웹툰 등),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8월에는 야후 재팬과의 합병이 승인되면서 기업규모 상 아시아 최대 IT 기업으로 거듭난 상태다.
덕분에 라인의 근무 환경은 국내 주요 개발자 기업과는 색채가 다르다.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글로벌 단위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대용량 트래픽이나 인프라를 관리하는 경험을 갖췄다는 점, 그리고 라인이 진출한 전 세계 국가의 오피스와 협업한다는 데 있다. 내부적으로는 라인 데브릴레이션(Developer Relations) 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라인의 기술 및 개발문화를 널리 알리고 개발자 커뮤니티와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한다는 미션 아래 인사, 마케팅, PR, 오픈소스, 교육, 디자인, 지원 등 여러 팀의 차출 인원으로 구성된 태스크 포스 조직이다. 이는 라인 뿐만 아니라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도 활용하고 있는 조직 구성 방식이다.
라인의 데브릴레이션 팀의 경우,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9개 개발 센터에 있는 각국의 개발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원래라면 라인 개발자들 간의 지식과 정보 공유를 위한 라인 라이트닝 톡, 테크토크, 개발자 트레이닝 등의 자리를 마련하고, 매년 라인 데브데이나 해커톤 등 정기으로 국경을 넘는 온오프라인 모임을 추진해온 편이나, 현재는 코로나 19로 인한 재택 근무를 진행 중이라서 화상회의와 원격 근로로 글로벌 협업하고 있다.
아울러 개발자 중심의 유연한 근무 방식도 라인의 장점 중 하나다. 지난 5월, 미국 트위터가 코로나 이후에도 ‘영구 재택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전 세계 IT 기업들 사이에서 재택근무 도입이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라인 역시 코로나 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월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해 지금까지도 재택근무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IT기업인 만큼 국내 뿐만이 아닌 외국 개발자들과 협업은 멈추지 않고 있다. 또한, 개발자가 곧 기업의 자산임을 인식해 사내기술교육이나 어학 스터디 등 개인의 성장 지원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왜 글로벌 기업인가에 대한 해답, 개발자 문화에 있어
모든 IT 기업이 그렇지만, 모든 개발자는 본인의 역할과 프로젝트가 다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업무를 잘 아는 것은 본인이고, 이를 잘 공유하고 함께 이끌어나갈 수 있는 소양을 갖춰야 한다. 이에 라인이 제시하는 세 가지 덕목이 바로 주인의식 갖기(Take Ownership), 열린 자세(Be Open), 신뢰와 존중(Trust and Respect)이다. 주인의식 갖기는 각 개발자 스스로가 본인의 역량과 경험을 토대로 업무를 추진하고, 원하는 결과를 주저 없이 창출해내기 위해 갖춰야 하는 소양이다.
때때로 비즈니스 측면에서 임직원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없다곤 하지만, 라인에서는 개발자 개인의 역량을 믿고, 맡은 바에 대해서는 확실히 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호칭과 서열의 벽을 무너뜨려 수평적 조직 문화를 갖춘 것도 라인의 장점이다. 올해 신입으로 입사한 게임 플랫폼 팀 이진아 담당자의 경우, “업무에 관련해 입사 두 달만에 첫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라인은 신입이라고 해서 업무와 관련된 기회를 적게 주지 않기 때문이다. 입사한 뒤 직접 API(응용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와 DB(데이터베이스)를 설계하고 팀원분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면서 조금씩 배워가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태도가 바로 열린 자세, 그리고 신뢰와 존중이다. 라인은 전 세계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개발자가 함께 일하고 있으며, 지금도 매번 프로젝트마다 글로벌 단위로 협업하고 있다. 서로의 국적과 문화, 언어가 다른 데 따라 벌어질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야 하고, 각각의 개발자가 서로를 믿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진다. 임직원 간의 상호 존중을 당연한 미덕으로 제시하지 않는 기업은 없지만, 라인은 전 세계 개발자들이 직접 협업하며 업무를 끌어나간다는 점에서 형식적이지 않은 열린 존중과 태도를 요구한다.
아울러 라인의 개발자 문화는 규범적인 내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라인은 자체적으로 엔지니어링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60개 이상의 오픈 소스 프로젝트나 유튜브 ‘라인개발실록’과 ‘라인 디벨로퍼스 코리아’ 채널을 통해 라인 외부의 개발자들는 물론 예비 개발자나 일반 대중과도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라인의 유튜브 채널 ‘라인개발실록’은 재택근무에 돌입한 2020년 초 개설한 채널로, 오픈소스 토크나 라인 개발 Q&A. 라인에 OpenJDK 적용 후 변화점 등 전문가의 눈높이에서 라인의 개발자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준비된 채널이다. 함께 운영되고 있는 라인 디벨로퍼스 코리아는 대중적 눈높이에서 라인의 기술과 개발 문화를 소개하는 코너로, 게임 개발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나 재택 7개월차인 라인 임직원의 사례 소개 등 보다 쉬운 주제로 접근하고 있다. 이처럼 라인은 회사 내부적인 부분과 함께 외부적인 소통 채널도 함께 운영함으로써 나름의 개발자 문화 소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류 보고와 분석조차 문화로··· 이런 방향성이 라인의 원동력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본인이 만든 코드에 대해 관여하지 않은 개발자가 이를 검수하는 코드리뷰를 진행한다. 라인은 내부적으로 코드 리뷰를 정착하고, 사소해 보이는 문제도 짚고 넘어가 팀 전체의 실력을 끌어올리고, 기업 전체의 역량으로 삼는다. 더 나아가 시스템 문제에 대한 장애 회고를 논함으로서 이미 발생한 문제에 대한 처리 절차와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꾸준히 논의한다.
기업 문화는 기업 내 조직과 구성원의 행동 규범, 그리고 성장 가능성까지 관통하는 핵심 주제며, 기업 문화의 성숙도가 곧 구성원 개개인의 행동과 조직의 역량을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라인의 개발자 문화 사례는 경직된 국내 기업 환경과 비교해 대단히 유연한 편임을 알 수 있고, 또 임직원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를 엿볼 수 있다. 라인플러스 개발자 개개인이 기업의 부속이 아닌 기업의 엔진이라는 느낌이다. 이런 개발자들의 노력과 자세야말로, 검색창에 ‘라인’을 쳤을때 라인 개발자 문화가 함께 거론되는 이유가 아닐까?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