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결정 ‘45초’ 걸린 '죠스'처럼? 스타트업 ‘피칭’현장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 (6)
지난 11월 26일, 경기콘텐츠진흥원(이하 경콘진)이 경기 콘텐츠코리아 랩 7층에서 ‘파이널 데모데이(이하 데모데이)’를 열었다. 이번 데모데이는 전문 액셀러레이터와 함께 콘텐츠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경기START판교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이하 경기START판교)’ 일환으로 진행했다. 참고로 이번 데모데이는 지난 11월 18일 코맥스벤처러스·스캐일랩, 11월 25일 컴퍼니비·인포뱅크, 11월 26일 스파크랩·골드아크가 순차적으로 무대에 섰다.
지난해부터 운영 중인 '경기START판교'는 지난 2년간 운영했던 창업주기별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 'G-START(A-E)' 경험을 살려 보완한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만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약 6개월 간 '1:1 멘토링', '전문분야 교육 및 세미나', '투자 유치를 위한 네트워킹 데이', '데모데이', 'IP(지식재산권) 출원' 등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영역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지원한다. 또한, 선발 스타트업 중 평가를 통해 '자금지원(기업별 2000만 원 이내 차등 지원)', '스타트업 오피스 공간 지원', '해외 진출 지원' 등의 혜택도 제공한다.
기존 지원 프로그램과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 지원에 대한) 문제점을 찾고, 이를 보완해 조금씩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A부터 E단계로 나눴던 지난 단계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지원 시기와 내용 등이 일부 중복됐었다. 이에 프로그램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각 지원 단계를 줄여 종합 패키지 형태로 변경했다.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단계별 단기 프로그램을 종합 장기 프로그램으로 변모한 것이다.
올해 경기START판교는 기존 프로그램과 넥시드 투자센터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의 주요 기능을 통합해 운영했다. 3개 액셀러레이터와 함께 합계 30개 사(프로그램별 10개 사)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이번 데모데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프라인 규모를 최소화하고, 온라인 중계를 병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스타트업 사업 환경 악화와 투자시장 경색으로 액셀러레이션 사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이에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온라인으로 데모데이, IR 행사 등을 병행해 민간 액셀러레이터와 벤퍼캐피탈(VC) 등 투자자와 협력해 프로그램을 추진, 스타트업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했다.
높은 연단, 큰 화면..스타트업, '주인공'이 되는 날
국내 액셀러레이터 중 하나인 스파크랩은 항상 데모데이를 크게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유가 있다. 초기 스타트업에게 더 많은 관심도를 집중 시켜주기 위해서는 많은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발표에 나서는 스타트업이 주인공으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지원한다. 높은 연단, 큰 화면에서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 발표해야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스타트업은 성장하기 위해 투자자 뿐 아니라 기업, 정부, 대학, 그리고 다른 스타트업과의 협력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이에 행사가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좋은 파트너들을 초대한다. 데모데이 특성상 심사위원 위주로 초청하지만, 당일 행사장에는 심사위원 외에도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스타트업 발표 연단 가장 가까운 곳으로 유도했다.
스파크랩이 매년 연말 자체 프로그램에 참가한 스타트업과 진행하는 데모데이는 심사위원, 투자자, 전문가뿐만 아니라 발표자의 가족도 현장에 오도록 독려한다. 수많은 장애물과 싸워 나가야 하는 스타트업에게 가족들의 응원과 서포트는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발표 5분, Q&A 10분
지난 26일 진행한 데모데이에는 ‘어셈블 써클’, '코어디네이트', '우주인'. '페이워크', '컨시더씨', '패니지먼트', '아티팩츠(Artifacts)', '디디케어스', ‘브래니(VRANI)’, ‘크리켓(Creket)’ 등 총 10개 스타트업이 5분간 발표하고, 10분간 Q&A에 나섰다. 짧다. 짧은 시간이다. 데모데이에 나서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발표할 수 있는 시간은 5분~10분에 불과하다. 즉, 이 시간 안에 상대에게 스스로 각인할 수 있어야 한다.
헐리우드 사상 최초로 1억 달러 수입을 돌파한 작품, ‘죠스’는 투자 받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놀랍게도 겨우 45초였다.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보통 3~5분 정도 아이디어를 설명할 시간이 주어지지만, 정말 투자 받고 싶다면 주어진 시간에 딱 맞추겠다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제작자들은 영화를 한두 문장으로 요약한 45초 가량의 로그 라인(logline, 소개하려는 주제에 대한 간단한 요약)을 듣고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짧은 시간에 발표(피칭, pitching)해야 한다. 그 안에 비즈니스모델과 제품, 서비스 등을 소개해야 한다. 한마디 한마디가 소중하다. 불필요한 미사여구는 지우고, 핵심을 담은 요약을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날 발표에 나선 발표자들은 어땠을까. 아래는 10개 스타트업이 순차적으로 나선, 3시간 분량의 발표 영상이다.
여섯 달 동안 쉼없이 달려온 스타트업의 고뇌를 담은 발표 현장이다. 발표가 끝난 뒤 이어지는 질문과 답변은 매 순간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담담하지만 날카로운 질문과 어눌하지만 뚝심있는 답변은 마치 기싸움처럼 느껴진다. 물론, 심사위원의 평가는 분명히 내려질 테다.
다만, 기자는 데모데이에 참가한 스타트업에게 평가에 앞서 이 말한마디부터 건네고 싶다. “그동안 수고하셨다”고.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