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미국 입점, 연초 26억 목표..현재 50억 이상 확정"
[디자인 스케일업 (한국디자인진흥원x인터비즈)] 씨포스(4)
지난 2018년 3월, 씨포스를 설립한 박성호 대표는 12년간 창문용 시트, 포인트 벽지 등을 국내외에 유통했습니다. 10년 이상 쌓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창문에 입히는 옷 ‘베일리쉬(Veilish)’를 개발했죠. 박 대표는 베일리쉬 개발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노렸습니다. 해외에는 국내와 달리 홈인테리어 DIY(do it yourself의 줄임말) 제품을 찾는 사용자가 많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는 거주자가 직접 내 집 거실, 내 집 안방을 꾸미는 일이 많습니다. 베란다 창문(창호)을 바꾸고, 식탁을 만들고, 정원을 꾸미죠. 전문 인테리어 업체에 의뢰하기보다, 차를 몰고 동네 마트에 나가 홈인테리어 DIY 제품을 구매합니다.
씨포스 박 대표가 해외 진출을 원했던 이유입니다. 실제 씨포스 제품은 미국(65%)과 유럽(20%)에서 많이 팔립니다. 심지어 국내 판매량보다 일본/호주/뉴질랜드 판매량이 더 높죠. 국내보다 해외에서 많이 찾는 스타트업인 셈입니다. 그래서 박 대표는 스케일업팀에게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조언을 요청했었는데요. 지난 3개월 동안 달라진 씨포스의 지금을 소개합니다.
올해 매출 50억 원 이상, 확정입니다
“잘 지내셨죠?” 안부부터 물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3개월 전 모습과 비교해 박 대표의 표정이 밝았다. 하하 웃으며 “별 일 없다”던 박 대표는 “올해 매출은 50억 원 이상입니다. 연초 목표 매출은 26억 원이었어요. 3/4분기 판매 실적이 좋을 것 같아 60억 원 정도로 예상했는데… 거의 달성할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50억 원 이상은 확정이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씨포스는 지난 2018년 3월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직원은 박 대표를 포함해 5명. 당황했다. 아무리 성장에 탄력 받은 스타트업이라지만, 매출 규모와 성장폭이 예상을 넘는다. 급하게 다음 질문을 던졌다. 해외 진출, 아마존 입점은 잘 준비하고 있느냐고.
“아마존 미국에 입점을 끝냈습니다. 물건도 항공편으로 보냈구요. 내년부터 ‘DIY 베일리쉬’로 판매를 시작합니다. 아마존 입고 시스템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렸는데… 그나마 항공편으로 초기 물량을 먼저 보내 잘 마무리했습니다. 배편으로 보냈으면 절차가 다소 복잡한데요. 이 부분도 준비를 끝냈어요.”
응? 준비를 끝냈다면, 당장 판매를 시작해도 괜찮은 것 아닌가?
“아마존 판매는 내년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빨리 끝내도 약 한달(4주) 정도가 필요하더라구요. 연말이라 휴가 시즌이기도 하고…, 잘 마무리해서 내년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설 생각입니다.”
어차피 올해도 거의 다 끝나가고, 무리해서 진행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판단이다. 국내와 달리 연말연시에는 휴가를 떠나거나, 휴식을 취하는 미국 특성도 반영했다. 정리하자면, 씨포스는 코로나19로 힘든 와중에도 올해 매출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스케일업을 위해 준비했던 해외 시장 진출도 마무리했다. 솔직히 인터뷰를 끝내고 싶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잖은가.
“관심 가져주신 덕분에 계획했던 바를 하나씩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어요.”
기자는 자리를 뜨려고 했다. 박 대표의 ‘스페이스 테일러(SPACE TAILOR)’ 이야기만 아니었다면.
방 사진을 찍어주면, 공간을 재단해 드립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스페이스 테일러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스페이스 테일러. 지난 만남 때도 박 대표가 언급했던 단어다. 직역하자면 공간 재단사다. 박 대표도 그렇게 설명했다. 공간에 어울리는 벽지를 소개하고 있다고. 벽지는 곧 베일리쉬다. 베일리쉬는 창문에 여러 번 붙였다 뗄 수 있는 시트지 역할과 함께 벽지에도 덧붙일 수 있는 유니크한 아이템이다. 마치 포스트잇처럼 여러 번 붙여 활용할 수 있다.
“지난 8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인스타그램 ‘스페이스 테일러’ 채널을 통해 몇가지 사례를 만들고 있었어요. 고객이 방 사진과 원하는 메시지를 보내주면, 어울리는 디자인(벽지)를 우리가 추천하는 거죠. 현재 판매하고 있는 베일리쉬 제품을 우선 매칭해 보여드리고, 만약 고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디자인을 추천합니다. 마음에 든다고 하시면, 바로 해당 디자인의 베일리쉬를 제작해 판매하죠.”
일단 정식 서비스는 아니다. 베일리쉬를 활용한, 디자인 추천 서비스다. 고객과 소통하는 커뮤니티(인스타그램)를 운영하며, 니즈를 파악하고자 시도했다. 일종의 재능기부다. 씨포스가 제안하는 디자인을, 쉽게 재단할 수 있는 베일리쉬에 입혀 소개한다. 고객은 우리집에 어울리는 벽지 디자인을 얻을 수 있다.
위 사진은 스페이스 테일러를 통해 지난 8월 진행한 첫 번째 사례다. 30평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신혼부부가 화이트와 그레이로 인테리어한 집에 어딘가 포인트를 삼고 싶었다는 의뢰였다. 이에 씨포스는 첫 번째 원본 사진에 디자인을 입혀 제공하고, 해당 디자인의 베일리쉬를 제작해 판매했다.
그래서 공간 재단사다. 고객의 공간에게 어울리는 디자인을 재단해서 제공한다. 박 대표는 지난 3개월간 약 100건의 의뢰와 진행 사례를 만들었단다. 최근 의뢰가 늘면서 어떻게 하면 다양한 디자인을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고민하던 차 김두례 작가와 콜라보한 스페이스 테일러도 시도했다. 순수미술을 벽지로, 베일리쉬로 만든 것.
고객 입장에서 유용한 서비스다. 일단 의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없다. 씨포스가 디자인을 추천해주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다시 작업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베일리쉬 제품을 제작해주면, 그 때 가서 구매할지 말지도 고객이 정한다.
박 대표는 “디자인이나 패턴 벽지는 꽤 비쌉니다. 수입 제품이 대부분인데요. 국내 벽지 제조사가 잘 만들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디자인은 유행을 따라가잖아요. 특정 디자인 벽지를 대량생산했을 경우, 유행이 지나면 판매하기 어렵습니다. 꽃무늬 벽지처럼요(웃음). 그럼 악성재고로 이어지죠”라며, “베일리쉬는 소량을 쉽고 빠르게 제작할 수 있습니다. 기존 벽지에 덧붙일 수 있고, 다시 뗄 수도 있죠. 이 장점을 활용해 고객에게 다가서고자 스페이스 테일러를 시작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스페이스 테일러는 아직 정식 서비스는 아니다. 현재 일방적으로 고객만을 위한 서비스로 설계되어 있다. 씨포스 입장에서는 별로 남는 것이 없다.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을 계속 제작해야 하고, 원한다면 베일리쉬로 제작해 등록해야 한다. 왜 하는지 싶지만, 박 대표의 대답은 간단했다. “하고 싶어요”란다. 좋은 디자이너들과 같이 디자인을 소개하고 싶단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많은 디자이너와 함께 유니크한 공간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베일리쉬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하나의 제품으로 제공하는거죠. 앞으로도 우리 씨포스가 만들어갈 공간 디자인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말을 대신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