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형 육수 '순간'의 3개월 "연락 많이 받았죠. 이젠 흐름을 잡았어요!"

[스케일업 X 서울먹거리창업센터] 델리스 (3)

서울먹거리창업센터와 스케일업(Scale-up)에 도전하고 있는 스타트업 델리스, 바다드림, 에이치엔노바텍과 함께한 지 어느덧 세 달이 흘렀습니다. 초기 만남 후 각자 처한 상황을 인지하고 시급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고민했는데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무엇에 집중했고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다시 한번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델리스는 뜨거운 물에 넣고 3초면 육수를 만들 수 있는 고체형 육수 '순간'을 개발했습니다. 고체형 육수는 말 그대로 고체로 만든 육수를 뜻합니다. 끓는 물에 '순간'을 넣고, 3초만 기다리면 멸치, 새우, 버섯, 채소 등을 넣고 푹 우려낸 육수를 만들 수 있는데요. 심지어 찬물에도 잘 녹습니다. 그저 1분 정도만 잘 저어주면 됩니다.

델리스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품 개발에 몰두했고, 이제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생산 공장까지 갖췄습니다. 지난 3개월간 스케일업팀과 함께한 델리스의 현재를 소개합니다.

11월초 서울먹거리창업센터 1관 회의실서 다시 만난 델리스 김희곤 대표, 출처: IT동아
11월초 서울먹거리창업센터 1관 회의실서 다시 만난 델리스 김희곤 대표, 출처: IT동아

홈쇼핑? 내부 정리부터 합니다

"김 대표가 잠시 뜸을 뜰인 뒤 말을 꺼냈다. 할 일은 늘고, 몸은 지쳐가고, 하루하루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스트레스가 참 많다(웃음)."

고되 보였다. 스타트업에게는 일상이다. 문제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 고된 일정은 하루가 이틀로, 한달로, 1년으로 늘어난다. 터널의 끝은 어디일까. 모든 스타트업 대표, 창업자들이 바라는 마지막은 그 누구도 모른다.

해썹 인증을 받은 델리스 공장,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가공실, 건조실, 외포장실, 내포장실이다, 출처: 델리스
해썹 인증을 받은 델리스 공장,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가공실, 건조실, 외포장실, 내포장실이다, 출처: 델리스

“지난 만남 후에 해썹 인증을 마무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전에 말했듯 해썹 인증은 홈쇼핑 때문에 준비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홈쇼핑 진출은 잠시 멈추기로 했다. 지금 우리 델리스가 당장 홈쇼핑에 나가 순간을 판매하는 것은 오히려 벅찰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조언해주는 멘토 분들의 의견이었다. 물론, 준비하면서 스스로 내린 결정이다. 아쉽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델리스는 2020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늘리기 시작했다. 판매 채널 확보를 위해서다. 홈쇼핑 진출을 준비한 이유다. 그래서 해썹 인증을 마무리했다. 또한, 홈쇼핑에서 ‘천연’이라는 홍보문구는 자연 재료 그대로에만 적용해야 한다고 반려해 천연육수 순간이라는 문구도 바꿨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던 홈쇼핑 진출을 내년으로 미뤘다. 무수히 많은 갈림길, 선택의 연속이지만 준비한 시간은 분명 뼈아플 테다. 하지만, 김 대표는 허허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하고, 현재 해결해야 하는 문제부터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아직 마케팅 채널을 확정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우리 것도 마무리하지 않은 단계. 이런 상황에서 홈쇼핑까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초석을 다질 때다.”

김 대표는 대화하는 내내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은 꽤나 써보였다. 어딘가 하나를 내려놓은 듯한, 허탈한 웃음. 정답은 없다. 델리스의 '순간'처럼,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

언제나 밝게 웃는 델리스 김희곤 대표, 출처: 델리스
언제나 밝게 웃는 델리스 김희곤 대표, 출처: 델리스

“자체 (마케팅) 채널을 강화하고자 한다. 델리스 홈페이지에 순간 소개 페이지도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부터 정리해야 한다. 어떤 포인트를 공략할지, 소비자가 순간을 선택해야 하는 소구점은 무엇일지,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나. 이것부터 정리하고자 한다.”

뒤돌아 볼 시간이라고 판단했다

내부 정리. 판매 채널과 홍보 채널, 마케팅 채널을 일원화하겠다는 다짐이다. 약 2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래서 놓친 것 같다. 김 대표는 “정리할 순간”이라고 말했다.

“제품을 알리는 홍보와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답보 상태인 판매 실적을 보면서 순간의 단점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순간 판매를 진행하고, 지난 9월말부터 한국식품연구원과 순간은 다시 한번 개발하고 있다. 일종의 제품 평가다. 순간을 다양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의견을 받아 개선하고자 한다.”

마케팅 정리는 외부 전문 업체와 함께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데이터를 컨설팅 업체와 같이 살펴보고, 매출 증대를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중이다. 언젠가 진출할 홈쇼핑 채널에서 ‘천연’을 사용할 수 없기에, 천연육수라는 점을 강조했던 홍보문구도 다시 정해야 한다. 할 일이 많다. 멈춰있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담담하게 지난 시간을 전해준 델리스 김희곤 대표, 출처: IT동아
담담하게 지난 시간을 전해준 델리스 김희곤 대표, 출처: IT동아

다행히 정부지원사업에 꾸준히 참여하며 마케팅 비용의 일부를 지원받는다. 목표는 1:1 전환이다. 만약 1000만 원의 마케팅 비용을 사용한다면, 매출 1000만 원을 달성하고자 노력 중이다. 사실 기존에 스스로 기획했던 마케팅은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외부 마케팅 전문 업체와 같이 기획하는 이유다.

스케일업 팀에게… “감사합니다”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정했다. 김 대표는 지난 3개월간 스케일업을 통해서 찾았단다. 여태 걸어온 발걸음을 뒤돌아 볼 기회였다.

“로드맵이 부족했다. 비즈니스모델은 상황에 맞춰 바꿨어야 했다. 처음 생각, 처음 고집에 너무 매몰되었던 것 같다. 바쁘다는 핑계로 앞만 보고 달렸다. 핑계다. 그래도 다행이다. 지금 이렇게 깨달았고, 대처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에 감사하다. 돌이켜보니… 보이더라. 좋게 생각하면, 이만큼 더 성장한 것 아니겠나(웃음).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 생각이다.”

띵굴시장에 참여했던 델리스, 출처: 델리스
띵굴시장에 참여했던 델리스, 출처: 델리스

“(매출이 생각만큼 늘어나지 않으니) 힘들다. 양평 공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니 사람 만나는 것도 쉽지 않고. 요 근래 주말은 꼭 쉬려고 한다. 최근 3주 동안 속초로 낚시를 나간다. 고기를 잡는다기 보다 고기에게 밥 주러 간다.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맹목적인 달음박질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스케일업 과정에서 델리스의 지난 2년을 돌아본 뒤, 더욱 확고해졌다.

“스케일업을 통해 다음 숙제가 뭔지 확실히 잡았다. 지금까지 순간을 개발했고, 생산 공장을 마무리했다.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운영 프로세스도 갖췄다. 이제 필요한 것은 홍보와 마케팅이다. 주문과 매출 데이터를 분석하고자 한다. 1회성 이벤트 판매 전략이나 채널보다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자 한다.”

지속적으로 제품 개선을 향해 노력 중인 델리스 순간, 출처: 델리스
지속적으로 제품 개선을 향해 노력 중인 델리스 순간, 출처: 델리스

“스케일업 기사를 보고 연락을 많이 받았다. HMR 업체에서 칼국수용 육수로 사용해볼 수 없겠냐고, 순간 샘플을 요청하는 곳도 많았다. 직접 피드백을 주신 곳도 있고. 제품 연구와 개발을 같이 해보자는 연락도 있었다. 이 역시 성장하는, 스케일업 과정 아닐까.”

현실적인 매출이 궁금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시회와 오프라인 이벤트는 올해 완전히 멈췄다. 델리스와 같은 스타트업이 오프라인 이벤트 없이 온라인만으로 매출을 올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상반기 매출은 1억 2,000만 원, 3분기 1억 원, 4분기는 3분기 대기 조금 더 나올 것 같다. 약 4억 원 수준. 올해초 예상했던 매출은 10억 원이었다. 아쉬운 결과다. 김 대표는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하며 잠시 숨을 골랐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당부 같은 다짐을 전했다.

“흐름을 잡았다. 스케일업 프로그램과 멘토링, 멘토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발전하는 중이다. 델리스의 순간이 달라진 모습, 꼭 보여드리겠다. 스케일업과 맺은 인연은 꼭 성장이라는 답변으로 전하겠다. 앞으로도 델리스에 많은 관심과 격려,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영상 / 뉴미디어팀 길동민(mbfgd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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