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융합팩토리] 모어사이언스 이상곤 대표 “어려운 과학? 유튜브로 쉽고 재미있게”

[IT동아 권명관 기자] 콘텐츠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우리나라의 K-Pop, 드라마, 방송, 게임 등의 콘텐츠는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았고 구글, 애플, 아마존과 같은 해외의 기업들도 모바일 뿐만 아니라 OTT서비스로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며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와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김영준, 이하 콘진원)은 콘텐츠 분야 창작자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융합콘텐츠 분야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아이디어 융합팩토리'를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콘텐츠의 창작 및 창업 생태계 구축으로 융합콘텐츠의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올해에는 ‘팩토리랩(융합 콘텐츠 및 응용기술 분야, 32팀)’, ‘크리에이터랩(온라인·디지털 뉴미디어 콘텐츠 분야, 21팀)’, ‘론칭랩(아이디어 융합팩토리 수료자 후속 사업화 지원, 23팀)’ 등 3개 분야의 랩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디어 융합팩토리,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아이디어 융합팩토리,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아이디어 융합팩토리는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총 691건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교육과 멘토링, 제작활동비 지원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올해 아이디어 융합팩토리에 참가한 스타트업의 젊은 창업자들을 만나 그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도전에 나섰는지, 현재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번에는 뉴미디어 과학 콘텐츠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을 운영하고 있는 모어사이언스의 이상곤 대표(이하 이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과학을 좋아하던 박사, 유튜브로 ‘과학’을 소개하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모어사이언스는 어떤 업체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이 대표: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현직 과학자들이 직접 크리레이터로 참여한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 Unrealscience’를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와 함께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 카드뉴스와 유사한 콘텐츠도 제작 중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모어사이언스’를 통해 원자 별자리 무뉘를 넣은 유리컵, 주기율표 티셔츠, 슈뢰딩어 고양이 티셔츠 등 과학 관련 굿즈(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을 통해 커뮤니티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유튜브로 시작해 구독자가 늘어나면서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구독자분들에게 보답하고자 강연을 시작했다. 다만, 오프라인 강연은 현재 코로나19 인해 잠시 멈춰있는 상황이다.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 소개 사진, 출처: 모어사이언스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 소개 사진, 출처: 모어사이언스

IT동아: 정확히 어떤 과학 관련 콘텐츠인지 궁금하다.

이 대표: 양자역학, 수학 7대 난제, 유전자 가위 등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과학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 과학’도 다룬다. 우주에 존재하는 블랙홀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 블랙홀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직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 이처럼 호기심 가득한 과학 주제를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함께 토론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 왜 하필 과학 콘텐츠였는지 )

좋아했다(웃음). 과학이 재미있다. 스스로 과학 콘텐츠를 즐기는, 콘텐츠 소비자였다. PC, 스마트폰의 보급과 유선에서 무선으로 네트워크가 발전하면서 콘텐츠는 글(텍스트), 사진(이미지)를 거쳐 영상(비디오)로 넘어왔다. 그러면서 구글의 유튜브가 전세계를 아우르는 영상 플랫폼으로 발전했고. 이제는 누구나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영상을 시청하지 않나.

자연스럽게 유튜브를 접하면서 평소 관심있던 과학 영상을 즐겨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국내에서 제작한 과학 콘텐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운영하는, 영어로 제작한 과학 콘텐츠만 많았다. 국내 크리에이터들 대부분은 게임과 재미 위주였다. 과학과 같은 강의 콘텐츠는 없었다.

직접 해보자고 결심했다. 당시 해외의 유튜브 과학 채널은 지식 전달을 위주로 하는 딱딱한 강의 형태였는데, 차별점으로 재미있게 만들면 일반인들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구독자 32만 명 이상의 ‘안될과학’ 유튜브 채널, 출처: 모어사이언스
현재 구독자 32만 명 이상의 ‘안될과학’ 유튜브 채널, 출처: 모어사이언스

IT동아: 스스로 찾다가, 없어서 직접 만들었다?

이 대표: 맞다.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제약회사 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채널이 있으면 좋겠는데… 라고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겼을 뿐이다. 당시 해외 유튜브 과학 채널로 ‘V소스’, ‘ASAP 사시언스’ 등을 주로 봤고, 참고를 했다. 과학 지식 깊이는 비슷하지만, 풀어내는 방식을 다르게 했다. 전통적인 강의를 지양했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10분 내외로, 재미있는 영상을 지향했다(웃음).

과학을 전달하는 방법

IT동아: 원래 무슨 일을 했었나.

이 대표: 약대를 나왔다(웃음). 앞서 말한대로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제약회사 연구소에서 일했다. 약을 만들고 싶었다. 질병을 고치는, 그런 멋진 약을.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듯 스스로 벽에 부딪혔다. 원하는 약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현실은 대형 약국이나 제약회사에 취업한 뒤, 약국 개원 정도였다.

이 때 결심했다. 지금의 ‘안될과학’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보겠다고.

안될과학을 만들어 가고 있는 ‘궤도’, ‘약’, ‘공진’(왼쪽부터), 출처: 모어사시언스
안될과학을 만들어 가고 있는 ‘궤도’, ‘약’, ‘공진’(왼쪽부터), 출처: 모어사시언스

IT동아: 영상을 촬영할 줄은 알았는지.

이 대표: 전혀 몰랐다. 촬영할 줄도, 편집할 줄도, 기획할 줄도. 지금도 편집은 잘 못한다(웃음). 정말 기초적인, 기본적인 지식만 있는 정도다. 여러 편집자분들과 함께하는 이유다. 다만, 과학을 잘 알리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많이 고민한다. 굳이 따지자면, 기획과 연출이다.

촬영은 대부분 혼자 또는 2~3명이 하기에 크게 어렵지 않다. 편집자 분들에게 많이 요청한다. ‘이 화면은 이렇게 해주세요’, ‘참고 영상은 이걸 사용해주세요’, ‘자막은 이렇게 넣어주세요’ 등등. 세심하게 꼼꼼히 살핀다. 편집 스킬만 없을 뿐이지… 영상 결과물의 그림을 어느 정도 그리고 만든다. 준비도 꼼꼼하게 하고.

IT동아: 언제부터 시작한 것인지.

이 대표: 아이디어 융합팩토리가 시작이었다. 2018년 6월, '언박싱 사이언스'라는 주제로 첫 영상을 만들었다. 어려운 논문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영상이다. 국내를 포함해 전세계에서, 지금 이순간에도 알고 보면 재미있는 논문들이 발표된다. 관련 분야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재미없겠지만… 정말 유용하고, 재미있는 논문들이다. 어떻게 보면 지식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인류의 지식과 지평이 아닐까(웃음).

모어사이언스의 첫 ‘안될과학’ 콘텐츠, 출처: 안될과학 유튜브 채널
모어사이언스의 첫 ‘안될과학’ 콘텐츠, 출처: 안될과학 유튜브 채널

이런 논문을 저작권자와 협의하고 알려주기 시작했다. 핸드폰 하나를 앞에 놓고, 촬영했다. 현재 ‘안될과학’ 채널에서 ‘공진’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공학박사와 함께. 감사하게도 그 이후 몇몇 방송사에서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한 뒤, ‘안될과학’ 채널에 ‘원조는 안될과학 아닌가요’라고 댓글을 남길 정도로 인지도를 쌓았다. 감사할 따름이다.

IT동아: 생각해보면,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어려운 과학을 바탕으로 한 영화를 유독 우리나라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이 대표: 맞다.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를 쉽게 접하는 시대 아닌가. 스마트폰 하나면, 누구나 수많은 채널의 방대한 정보를 검색해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조금 더, 한단계 깊은 정보를 찾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과학’은 이 묘한 경계선상의 지식이다.

안될과학에서 활동하는 (이 대표를 포함한) 3명은 모두 박사다. 쉽고 재미있게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킬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콘텐츠에서 다룰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말 잘하는(?) 박사를 찾기가 참 어렵다는 점이다(웃음). 대중에게 과학을 전달하는 것은, 많이 알고 있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더라.

아이디어 융합팩토리가 찾아준 기회

IT동아: 아무리 그래도, 이전에 일하던 것을 포기하고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스타트업을 창업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이 대표: 2018년 3월부터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아이디어 융합팩토리’에 참여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옆에서 함께하는 파트너처럼 도움을 받았다. 약을 공부하던, 제약회사 연구소 박사가, 갑자기 유튜브 채널을 만든다? 누가 들어도 이상한 일이다(웃음).

일단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아이디어 융합팩토리라는 지원사업을 알게 되었고, 영상 촬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과정을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심사위원들이 아이디어와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줬기에 지금의 모어사이언스 ‘안될과학’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IT동아: 과학을 다루는 영상으로 유튜브를 시작하겠다는 아이디어, 그것 하나뿐이었던 것인가.

이 대표: 맞다. 그것 하나였다. 그 가능성 하나로 지원을 받아 지금 여기까지 왔다. 영상 촬영, 편집, 제작, 기획 등은 제로였지만 말이다(웃음). 무엇보다 네트워크, 흔히 말하는 멘토분들의 도움이 정말 컸다. 현직 영상 관련 업계 전문가들과 연결해준 덕에 시행착오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초기 창업한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정보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었고. 멘토분들의 도움과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에 찬 평가에 위안을 얻었다.

우레매, 포켓몬스터 등으로 양자역학을 소개하는 조회수 250만의 안될과학 콘텐츠, 출처: 안될과학 유튜브 채널
우레매, 포켓몬스터 등으로 양자역학을 소개하는 조회수 250만의 안될과학 콘텐츠, 출처: 안될과학 유튜브 채널

IT동아: 매출, 수익도 중요한 문제인데.

이 대표: 수익… 먹고 사는 문제다. 중요하다. 아이디어 융합팩토리에서 지원하는 제작활동비 지원을 통해서 초기 비용을 충당했고, 어느 정도 ‘안될과학’ 채널을 안정화한 뒤에 유튜브 광고 수익과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 등으로 매출을 올렸다. 다만, 브랜디드 콘텐츠에 대해 단순하게 광고 영상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정말 틀 즉, 모어사이언스가 추구하는 쉽고 재미있는 과학 콘텐츠가 언제나 우선이다. 과학, 기술이라는 것은 사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등에 필수적인 부품 중 하나인 ‘배터리’ 관련 기술은, 이를 개발하고 생산한 기업이 가장 많이 알고 있다. 논문, 특허도 마찬가지다. 저작권자에게 소유되어 있는 지식이고 기술이며 과학이다.

다만,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브랜디드 콘텐츠 의뢰에 최대한 객관적인 지식 전달로 응대한다. ‘광고 성향이 강한 가전제품’이거나 ‘단순히 본인들의 기술을 자랑’하려고 한다면, 우리가 거절하고 있다. 그래서 실제로 제작한 브랜디드 콘텐츠는 전체 영상 중 15%도 되지 않는다. 일부러 이 기준을 지키려고도 노력 중이고(웃음). 처음의 다짐을 앞으로도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앞으로도 모어사이언스가 만들어갈 ‘안될과학’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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