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속도까지 잡은 무한잉크 복합기, 브라더 MFC-T920DW
[IT동아 김영우 기자] 최근 10여년 사이에 프린터 및 복합기 시장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그 선두에 있는 것이 이른바 ‘정품무한잉크’ 제품군들이다. 이런 제품들은 비싼 잉크 카트리지가 아닌 수시로 보충 가능한 대용량 잉크탱크를 갖추고 있어 경제성이 뛰어난데다 제조사에서 품질을 보증하는 정품이기 때문에 인쇄품질이나 사후지원에 대한 걱정도 덜었다. 잉크젯은 레이저보다 유지비가 높다는 오랜 고정관념도 이젠 무의미하다.
경제성 면에서 레이저를 앞서게 된 무한잉크 제품군의 다음 도전과제는 출력속도다. 이는 특히 기업용 시장에서 중요하다. 이번에 소개할 브라더(Brother) MFC-T920DW는 정품무한잉크의 경제성과 더불어 기업용 복합기의 필수요소인 복사 및 스캔, 팩스, ADF(자동문서급지), 와이파이 기능을 갖췄으며, 기존의 잉크젯 복합기 대비 빠른 최대 17 ipm(흑백)/16.5 ipm(컬러)의 출력 속도를 실현한 제품이다.
아담한 느낌의 본체에 담긴 다양한 기능
브라더 MFC-T920DW의 좌우 너비는 435mm, 높이는 195mm다. ADF까지 갖춘 기업용 컬러 복합기로서는 폭이 좁고 높이도 낮은 편이다. 상당히 아담한 느낌을 주지만 전후 길이는 439mm로 약간 두꺼운 편이다.
본체 전면 패널에는 PC 연결 없이도 팩스, 스캔, 복사, 인쇄 등을 원터치로 할 수 있는 단축키, 그리고 본체 설정 변경 및 팩스 전송 시 유용한 숫자 키 및 방향키 등이 달려있다. 그리고 패널 왼쪽에는 1.8인치 크기의 LCD도 있다. 터치 스크린은 아니지만 컬러 표시도 가능하고 각종 기능 버튼도 많기 때문에 이용이 불편하지는 않다.
전면 패널 좌측에는 USB 포트가 있는데 여기에 휴대용 저장장치를 꽂아 저장된 이미지 파일(JPG)을 본체 LCD로 확인하면서 출력할 수 있다. 그 외에 스캔한 파일(JPG, PDF)을 PC 연결 없이 USB 저장장치에 곧장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편 브라더 MFC-T920DW는 유선랜 및 와이파이를 통한 네트워크 접속 기능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의 단말기를 유무선으로 연결해 이용할 수 있으며,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제공하는 iPrint&Scan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이나 문서를 출력하거나 스캐너로 스캔한 문서를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작업을 손쉽게 할 수 있다.
그리고 프린터 본체에 적용되는 온라인 전용 앱을 통해 기능을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프라인 상태에선 JPG나 PDF 파일 형식으로만 USB에 스캔 문서를 저장할 수 있지만 온라인 상태에선 파워포인트나 워드, 엑셀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스캔 파일의 저장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원노트나 원드라이브, 드롭박스, 구글드라이브, 에버노트 등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접속해 온라인 상의 문서를 곧장 출력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그 외에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기능은 이메일 다이렉트 프린팅 기능이다. 브라더 MFC-T920DW는 고유의 이메일 주소를 부여받을 수 있으며, 외부에서 이 메일 주소로 메일을 보내면 별다른 과정 없이 곧장 해당 이메일 내용이 출력된다. 팩스 연결을 할 수 없는 환경에서 팩스 기능 대신 이용할 만하다.
사무실에서 유용한 ADF 및 다목적 용지함
본체 상단에는 A4 사이즈의 평판 스캐너, 그리고 일일이 원고를 교체할 필요 없이 최대 20매까지 연속으로 스캔 및 복사가 가능한 ADF도 달려있다. 복사나 스캔 업무가 많은 사무실에도 특히 유용한 기능이다. 자동 양면 스캔 기능은 지원하지 않지만(자동 양면 출력은 가능) 스캔 속도는 A4 기준 1매당 3~4초 정도로 빠른 편이다.
하단의 표준 용지함에는 일반 A4용지 기준 최대 150매의 용지를 담을 수 있다. 표준 용지함 용량이 좀 적다고 생각한다면 본체 후면에 마련된 다목적 용지함(80매)과 함께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외에 표준 용지함에는 자주 쓰는 A4용지, 후면 다목적 용지함에는 레터나 리갈, A6 같이 가끔 이용하는 용지를 넣어두고 이용할 수도 있다.
스캐너 측면을 잡고 트레이 전체를 위로 올리면 본체 내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후면 커버를 열면 용지가 통과하는 부분의 확인이 가능하다. 이런 구조를 이용해 용지 걸림 등의 이상이 발생할 때 간이 대처가 가능하다. 그리고 PC 연결용 USB-B 포트 및 유선 네트워크 연결용 랜 포트는 본체 내부에 꽂은 후 뒤쪽 모서리 방향으로 빼내는 방식이며 전원 케이블 및 팩스용 전화/라인 포트는 본체 좌측면에 있다. 복합기 본체를 벽에 가까이 붙여 설치하더라도 케이블 커넥터가 벽면에 간섭을 받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본체만 사도 최대 1만 5000매, 더 향상된 경제성
브라더 MFC-T920DW는 4색 잉크(검정, 빨강, 파랑, 노랑)를 이용한다. 본체를 사면 검정잉크 2통에 빨강, 파랑, 노랑 잉크를 1통씩 기본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별도로 잉크를 사지 않아도 바로 이용이 가능하다. 검정 잉크는 BTD60, 규격, 컬러 잉크는 BT5000 규격을 이용하는데, 예전의 브라더 프린터와 복합기에선 각각 6,500매, 5,000매씩 출력이 가능하다고 홍보하던 잉크들이다.
그런데 이번 브라더 MFC-T920DW의 경우는 검정 잉크의 효율성을 높여 동일한 BTD60 잉크를 이용하더라도 7,500매까지 출력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BT5000 컬러 잉크의 경우는 최대 5,000매로 이전과 동일). 특히 BTD60 검정 잉크의 경우는 본체 구매시 2통을 기본 제공하므로 추가 잉크 구매 없이도 최대 1만 5,000매를 출력할 수 있다.
참고로 BTD60 검정 잉크 1병의 판매 가격이 브라더 공식몰 기준으로 9,900원이니 1매 출력 당 잉크 비용은 1.32원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비용 효율 면에선 레이저는 물론이고 다른 무한잉크 제품군과 비교하더라도 최상급 수준이다.
브라더 MFC-T920DW의 출시에 즈음해 브라더 잉크의 주입시스템도 발전했다. 기존 제품은 잉크를 넣을 때 병을 쥐어 짜줘야 했지만 이번 제품은 주입구에 병을 꽂은 후 놔두기만 해도 알아서 잉크가 들어가고 상한선까지 공급되면 알아서 주입이 중단된다. 잉크가 넘치거나 주입 중 사용자의 손에 잉크가 묻을 걱정을 덜 수 있어 편리하다.
향상된 출력 속도 및 품질 눈에 띄어
제품의 대략적인 구성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직접 출력해보며 품질과 속도를 확인해 볼 차례다. 브라더 MFC-T920DW의 출력 해상도는 최대 1,200 x 6,000 dpi로 전작인 MFC-T910DW와 같지만 분당 표준 문서 출력 매수를 측정한 ipm 기준, 최대 출력 속도가 12 ipm(흑백) / 10 ipm(컬러)에서 17 ipm(흑백) / 16.5 ipm(컬러)로 향상되었다.
참고로 일부 프린터 제조사들은 표준 속도 측정 기준인 ipm이 아닌 임의 기준인 ppm 단위로 속도를 표기하곤 하는데, 실제로 이용해보면 ppm은 동일 수치의 ipm 대비 실제 출력 속도가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ipm 기준을 이용하는 잉크젯 제품 중 브라더 MFC-T920DW의 속도는 동급 제품 중에서도 상위급이다.
우선 A4 규격의 일반 용지를 이용한 텍스트 문서를 출력해봤다. 텍스트 문서의 경우는 표준 품질 기준으로 최초 1매를 출력하는데 약 6.5초, 이후부터는 약 3.5초에 1매씩 꾸준하게 출력이 됐다. 에코(잉크절약) 모드에서 같은 작업을 해보니 예상 외로 출력 속도는 표준 모드와 거의 같았다. 반면 최고 품질 모드에선 최초 1매 출력에 약 34초, 이후부터는 약 30초에 1매씩 출력이 되었다. 최고품질 모드의 출력 속도는 보통이지만 주로 쓰는 표준 모드의 출력속도가 확실히 빨라졌다.
출력 품질의 경우는 당연히 에코모드가 가장 흐리고 최고품질 모드가 가장 선명하다. 하지만 출력 속도 및 품질 사이의 균형을 고려한다면 표준모드를 애용하게 될 것이다. 에코 모드의 경우, 잉크 절약 효과는 좋겠지만 품질과 속도 면에선 이득이 없다. 어차피 이 제품은 무한잉크 탑재 제품이라 잉크 값을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으므로 에코모드를 쓸 일은 그다지 없을 것 같다.
10 x 15 규격 일반용지 및 사진용지를 이용해 사진도 출력해 봤다. 1매를 출력하는데 표준(일반용지) 모드에선 약 14초, 고품질(사진용지) 모드에선 58초가 걸렸으며 최고품질(사진용지) 모드에선 약 2분 10초가 소요되었다. 사진용지 출력 속도는 무난한 수준이고 일반용지 출력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사진 품질의 개선도 주목할 만하다. 일반용지 출력 품질은 평범하지만 사진용지를 이용했을 때의 출력 품질이 확연하게 좋아졌다. 이 정도면 일상용 사진을 뽑기 위해 일부러 전문업체를 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특히 고품질 모드와 최고품질 모드 사이의 차이가 크지 않으니 좀 더 출력 속도가 빠른 고품질 모드를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다.
경제성만 강조하던 무한잉크, 이제는 품질과 속도까지
예전에 나온 정품무한잉크 지원 프린터나 복합기 중에는 애매한 제품이 많았다. 경제성은 뛰어나지만 기능이나 성능이 미흡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 프린터 및 잉크 카트리지 판매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 프린터 제조사들이 의도적으로 무한잉크 제품군을 차별한다는 루머까지 돌았을 정도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정품무한잉크 제품군이 시장을 주도하게 되면서 저런 인식을 불식시킬 만한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브라더 MFC-T920DW 복합기 역시 그런 경우다. 출력 속도가 확실히 빠른 편이고 전용지를 이용한 사진 출력 품질 역시 수준급이다. 이와 더불어 전작에 비해 잉크 소비 효율이 향상되어 무한잉크 제품군 특유의 경제성이 더욱 좋아졌으며 잉크 주입 구조 역시 개선해 보다 편하게 잉크를 넣을 수 있게 되었다. 기존 제품 대비 일반용지 출력 속도는 확실히 빨라진 것에 비해 사진용지 모드를 이용할 때의 속도 향상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이 약간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장점이 훨씬 많은 제품임은 확실하다.
브라더 MFC-T920DW는 2020년 11월 브라더 공식 쇼핑몰 기준으로 37만 4,900원에 팔리고 있다. 무한잉크 제품군의 경제성이 탐나긴 하지만 출력 속도 때문에 레이저 제품을 이용하던 소규모 사무실, 고품질 사진 출력 기능이 필요한 프리랜서 등의 소비자라면 구매를 고려할 만한 제품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