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세탁소와 빨래방으로 프랜차이즈를 만든다?
[스케일업x 대구대 창업도약패키지] 스토리박스 (3)
세탁 배송 서비스 영역에서 스토리박스가 가진 입지는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런드리고, 세탁특공대 등 이 영역 다른 회사들도 스타트업이라고는 하지만 지역 커버리지, 매출, 조직과 설비 등 인프라 측면에서 스토리박스 대비 월등하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스토리박스가 어떻게 성장해 나갈 것인지 나름대로의 방향을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성장 방향을 정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를 따져야겠지만, 본 편에서는 기본적인 세 가지만 따질 예정이다.
"대규모 투자 없이 성장하는 방법?"
스토리박스가 가진 것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 회사가 가진 차별성 중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중심에는 스마트 무인 보관함이 자리 잡고 있다. 무인 보관함 때문에 자의반 타의 반 아파트 단지·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지역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됐고, 5000세대라는 적은 시장에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로우 코스트 비즈니스 모델(Low Cost Business Model)이 완성됐다.
이 비즈니스 모델이 제공하는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무인보관함이 제공하는 물류효율성과 고객대응유연성, 둘째는 수거와 배송 물류의 효율성, 셋째는 자체세탁공장의 안정적 품질과 생산성이다.
현실적인 제약 조건
온라인 서비스 또는 커머스와 달리 이 비즈니스는 지역단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작게는 동 단위로, 크게는 광역단위로 같은 인프라를 복제해야만 성장이 가능하다. 동 단위 인프라에 3억원, 광역 단위에 10억원 수준의 인프라를 주요 도시에 구축하려면 최소 1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늘 그렇듯 결론적으로 돈 문제에 부딪힌다. 지역단위에서 수익성을 증명했고 스마트보관함 기반이라는 차별성, 기술적 진입장벽도 있으며 자체 세탁공장 운영 및 배송망 운영 노하우까지 쌓았음에도 딱히 미래가 촉망된다고 보이지 않았는지, 별다른 투자를 받지 못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바이오 등 돈 되는 기술적 요소를 가진 것도 아니고 '배달의민족'처럼 카테고리를 장악할 플랫폼으로 보이지도 않았나 보다. 투자도 해주지 않는 더러운 세상(?)이라 욕해봐야 인성 문제 있다며 지탄만 받을 테니 독하게 마음먹고 자구적인 성장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세탁업의 새로운 지형 그리기
적은 돈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협력과 자금 유입이 필수적이다. 스타트업이 바라는 통상적인 자금 유입 방법이 투자라면 보다 전통적인 방법은 치킨집, 피자집에서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방식이다. 큰 규모의 자금을 한 번에 마련할 수 있는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신속한 성장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나 프랜차이즈 체계 구축은 비교적 적은 자금으로 확장을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요주주의 지분을 희석시키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는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추진하는 게 가장 효율적일까?
효율적인 프랜차이즈 방식을 고민하기 위해서는 세탁 생태계에 어떤 경쟁자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동네의 터줏대감인 동네 세탁소가 있다. 원룸이 많은 동네에는 빨래방이 있으며 크린토피아와 같은 세탁 프랜차이즈가 있다. 여기서 이미 프랜차이즈로 구축된 크린토피아를 제외하고 동네 세탁소와 빨래방을 경쟁사가 아닌 아군으로 포섭할 수 있다면 세탁업계의 새로운 지형을 그릴 수 있게 된다.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
프랜차이즈는 1~3억 원 비교적 소규모 자본으로 대규모 자본을 가진 기업과 대항력을 갖고자 선택한다. 프랜차이즈를 위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균일한 세탁과 서비스 품질"이다. 구로·영등포 지역 5000세대에 대한 2년여 경험을 체계화해야 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과제다. 그 이후 지역 개념의 상위 비즈니스 모델과 하위 운영 비즈니스 모델이 체계적으로 구성돼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을 하나씩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스토리박스의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모델
스토리박스의 새로운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세탁소와 빨래방을 가맹점으로 끌어들여 공고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만 성공하는 모델이다. 그렇다면 왜 기존 세탁사업자를 끌어들여야 할까?
아래 제시된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하려 할 때의 통상적인 접근 방법이라면, 시 단위의 수요를 대응할 수 있는 규모의 세탁공장이 먼저 구축돼 인프라를 갖춘 후 구/동 단위에 서비스를 제공할 가맹점이 모집돼야 한다. 그러려면 세탁공장 설립에 큰 자본이 필요하게 된다. 스토리박스는 그만한 자금력이 없다. 이런 경우, 자체적인 세탁 능력을 갖춘 세탁소를 무인 택배함 기반의 서비스로 전환하는 가맹점을 먼저 모집하고 이 가맹점으로부터 충분한 수요가 생긴 다음에 대량의 세탁 처리를 위한 세탁공장이 들어가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프랜차이즈 I. 세탁공장 – 지역 총판
지역기반 세탁 서비스 체계를 구축할 때 광역단위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 세탁공장이다. 로컬 세탁 서비스 가맹점과 세탁편의점 등에 대량의 세탁 처리를 제공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 세탁공장은 대규모 세탁 설비를 갖추는 것은 물론 드라이클리닝, 물 빨래, 수선 등 다양한 기능을 담당할 인력이 배치돼야 하고, 물류 기능까지 갖춰야 한다. 따라서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5~7억 원 수준의 중규모 자금을 가진 가맹점주가 확보되어야 한다.
투자금이 높은 만큼 가맹점주에게는 시 단위(광역시는 2개 내외)급의 독점 사업권이 부여돼야 하며 세탁 설비 구축과 운영인력 구축, 물류체계 및 IT 시스템 관리 등이 제공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자체적인 로컬 세탁 배송 서비스 가맹점주를 모집하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프랜차이즈 II. 세탁 배송 서비스 가맹점
동네 세탁소를 고객화하는 방식이다. 열악한 세탁소의 운영 현실을 볼 때 IT 관리솔루션, 무인 보관함, 세탁 설비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여 동네 세탁소의 경쟁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모델이다.
아파트, 오피스텔 단지의 무인 보관함 기반의 세탁 서비스를 구/동단위로 독점 사업권을 제공해야 하며 무인함 설치 및 운영에 대한 인프라와 운영 노하우가 전달돼야 한다. 자체적으로 세탁 처리 능력을 갖춘 기존 세탁소 업주를 적극적으로 공략하여 지역기반에서의 신속한 영업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랜차이즈 III. 세탁편의점(비대면 세탁소 + 빨래방)
대학가, 혼자 사는 직장인 등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빨래방의 수요가 꾸준하며 다수의 빨래방 프랜차이즈가 경쟁하고 있는 시장이다. 대부분 우리가 아는 코인빨래방 형태로 운영되며, 그 차별화 방안으로 카페형 인테리어 및 편의시설을 표방한다. 이 시장에서 스토리박스가 비대면 무인함 기반 세탁 서비스를 추가해 세탁과 빨래 모두를 서비스한다면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빨래방은 무인으로 운영되는 만큼 가맹점주가 투잡 목적으로 창업하고 운영 관리의 부담을 덜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에 주목해 운영대행 서비스까지 번들로 제공한다면 더 큰 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타 빨래방 브랜드와 다르게 스토리박스는 무인함에 맡겨진 세탁물을 수거하고 다시 배송을 해줘야 한다. 일일 방문이 불가피하기에 세탁물 수거/배송 시 세탁편의점의 관리 업무, 즉 기기 점검, 청소, 소모품 충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효율적인 서비스 체계 구축이 가능하다.
"비대면 서비스 전성시대"
코로나 시국에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세탁 또한 비대면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되고 있다. 배송 인력의 과로 등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적 요구도 강해졌다. 이런 전환의 시기는 스토리박스가 세탁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성장하기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스토리박스에게는 5000세대를 대상으로 성공적으로 흑자를 일궈낸 로우 코스트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남들에게는 없는 이 소중한 자산을 '아메바' 방식으로 복제하고 확산해 모범적인 지역 상생의 모델이자 비대면의 성공적인 모델로 성장하길 바라본다.
긴 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아울러 스토리박스의 성장과 협력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조언을 부탁드린다.
글 / 인사이터스컨설팅 황현철 대표, 전략 소설 '비즈니스 모델러' 저자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