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많이 받는 아이템이 좋은 것? "아닙니다"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 (3)
스타트업은 죽음의 계곡을 넘어야 하고, 다윈의 바다를 통과해야 성장할 수 있다. 10여 년 전에는 이 과정을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당장의 자금을 해결해줄 수 있는 엔젤투자자가 생겼고, 다양한 방면의 엑셀러레이터가 등장했다. 진심어린 멘토의 말 한마디와 날카로운 시선은 다음 발걸음의 방향을 정해준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는 스타트업을 위한 멘토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아직 해결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고 있는 경험 많은 멘토의 조언을 각 사례별로 전달한다.
이번 글에서는 스타트업 지원, 투자, 자문, 교육, 컨설팅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나눔엔젤스 엄철현 대표의 글을 옮겼다.
사례 : '컨시더씨'
포스트코로나(Post-COVID).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극복 이후 시대를 뜻한다. 섣불리 예상할 수 없지만, 이미 우리는 영위해왔던 삶의 방식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전세계 경제규모 상위 20개국을 포함해 GDP 50%에 해당하는 국가들이 여전히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소비자 지출은 감소했고, 공장은 폐쇄했으며, 하늘과 바다를 오가는 물류망도 파괴했다. 사회, 경제, 문화를 포함한 일상 자체를 바꾸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설립한 컨시더씨는 스마트 콘텐츠와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실내 운동기구를 결합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컨시더씨는 코로나 19 이후 주목받고 있는 비대면 피트니스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콘텐츠와 자전거, 개인 데이터를 연동해 개인 맞춤 실내 자전거 운동을 제공하는 ‘버치 바이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Q. 저희가 생각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완성하려면 투자 유치 없이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궁금합니다. 투자를 잘 받는 아이템이 좋은 아이템일까요?
A. 좋은 투자...다르게 말해 좋은 아이템은, 지금 현재의 모습이 아닌 미래 기준으로 정의 내리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자 받기 좋은 아이템. 아마도 모든 스타트업이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다르게 생각해봅시다. 투자를 잘 받는다? 아마도 그렇다면, 현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의미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사업화해, 재무적 가치를 높이고, 사회적 가치를 성장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즉, 좋은 가치를 겸비한 아이템이 투자받기 좋은 아이템입니다. 역설적이지만, 같은 의미로 미래를 예측하기 보다 현재의 일상을 해결하는 과제가 결국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를 많이 받는 아이템이 좋은 아이템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두려움(Fear Of Missing Out)으로 인해 공동투자하는 소식을 종종 접합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 아무리 투자를 많이 받았더라도 - 결국 스케일업을 달성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투자를 많이 받은 아이템은 좋은 아이템이다’라고 결론 내릴 수 없습니다.
Q. 이미 시장을 주도하는 플레이어가 많습니다. …스타트업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A. 먼저 시장 성장성 측면에서 문제를 제대로 정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이 ’Value’, ‘Price’, ‘Cost’ 측면에서 어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고객 개발을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다음에는 해당 경쟁을 발전시키고, 지속가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진단/분석해 내재화해야 합니다.
일시적으로 큰 돈을 쉽게 버는 일이 많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돈을 지키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지속가능할 수 있는 가치를 정의하고, 이를 실현하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테슬라(Tesla)의 사명은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세계적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입니다. 전세계가 화석 연료 의존을 줄이고, 배출가스 없는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모두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식별하고, 경쟁력 있는 기회를 확장해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성공을 담보하지는 못하더라도,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서 성공 확률을 높이고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Q. 스타트업은 끊임없이 일해야 합니다. 외부에서도 스타트업은 24시간 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궁금합니다. 투자자들은 퇴근하는 창업자를 안 좋아하나요?
A.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생각하면서 일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워라벨을 많이 말합니다.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워크와 라이프를 꼭 분리해야 하는 것일까요.
워크와 라이프, 일과 생활을 꼭 분리해야 할까요? 일을 곧 삶의 원동력으로 승화할 수는 없을까요? 일과 생활의 경계를 지나치게 구분하는 것이 오히려 균형을 깰 수 있습니다.
사례 : '패니지먼트'
패니지먼트는 팬덤과 스타를 연결하는 앱 기반 ‘팬들(FANDDLE)’ 앱을 서비스하고 있다. 팬들은 비대면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팬이 스타(1인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대중 연예인 등)에게 선물을 보내고, 스타가 선물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팬들은 다양한 콘텐츠와 정보를 통해 스타와 팬을 연결하고, 해외에 한류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고 공유하는, 국경 없는 소통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플랫폼이다. 전세계 팬이 아티스트와 소통하고, 콘텐츠에 참여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Q. 스타트업 CEO가 혼자서 의사결정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사람인지라 종종 선입견과 개인적 성향으로 결론내릴 수도 있는데요.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한 전략이 있을까요?
A. 스타트업의CEO는, 성장과 생존을 늘 고민해야 합니다. 창업 초기 여정을 죽음의계곡이라 말합니다. 죽음의계곡. 혼자서 버텨낼 수 있을까요? 공감할 수 있는 공동창업자 또는 창업자 그룹은 필수입니다. 또한, 유사한 창업 초기 주기에 속하거나 동일 산업에 속한 팀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동종업계의 성공과 실패 사례에 관심 가지길 권합니다. 만약 동종업계 선배 창업자에게 진정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면, 더 좋은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타트업 CEO는 최전선에 서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가장 많이 고민하고, 배우고, 전략을 세워야 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혼자서 할 수는 없습니다. CEO는 구성원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이를 조직문화로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에 핵심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Q. 창업 초기부터 함께한 팀원이 있습니다. 이후 회사는 성장하는데, 부족함을 드러냅니다. 그런데 회사는 지금 너무나 중요한 변곡점에 있습니다. 경험있는, 역량있는 인재 위주를 고용해야 할까요?
A. 팀원을 어떤 기준으로 뽑았는지, 기준은 무엇이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미래 지향적이지 않고, 너무 현재 성과에만 치중한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후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채용할 것인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유연하고 민첩하며 과감하게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함께하고 있는 팀을 재구성하는 일은,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렵습니다. 그래서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미리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충분히 설득하고, 기회를 줘야 합니다. 하지만, 고통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듯, 어느 조직에서든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스타트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조직의 인사철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직 개편은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거듭날 때까지 상시 추진해야 합니다. 구조 조정을 최소화하되 기본 원칙을 공지해, 조직의 회복 탄력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업무 성과에 대한 권한 위임을 통해 성과에 대한 상과 벌을 명확하게 측정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권한 위임을 위한 업무의 목적과 목표, 그리고 방법을 설정하고 세분화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각자의 위치에서 꼭 해야 하는 일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기존 직원들을 격려하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심도 있게 인터뷰합시다.
현재 문제점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일을 먼저 수행해야 합니다. 만약 여전히 부족하다면, 외부 인력을 보강해 팀을 재정비하는 것이 바람직 합니다. 가능하다면, 근무 시간과 업무 공간에 대한 고민도 병행해야 합니다.
Q. 스타트업 CEO는 어떻게 멘탈을 관리해야 할까요?
A. 창업은 취업에서 겪는 성취 또는 고통보다 더 높은 수준의 ‘두려움’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창업자들이 우울증 치료를 받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좋은 창업자가 되려면 경험과 훈련을 통해 지혜를 쌓아야 합니다. 조직의 의견을 잘 듣고, 상호 소통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간 관리자들이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창업자의 길은 고행의 연속입니다. 혁신을 위해 도전하고, 유연성을 바탕으로 창조하고, 다름을 포용해 협력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초격차 리더의 질문’이라는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과감한 혁신을 위한 리더의 책무”에 대해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질문들에 대한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글 / 나눔엔젤스 엄철현 대표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