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45g에 담은 테라바이트 용량, WD 마이 패스포트 SSD
[IT동아 남시현 기자] 앞으로는 외장 하드라는 말도 디스켓처럼 사라질지 모른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컴퓨터로 작성한 데이터를 주고받는 수단은 플로피 디스크가 주요 수단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가볍고 작은 데다가, 데이터 소실의 위험성도 적은 USB 저장 장치가 등장하면서 플로피 디스크도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당시 기술의 한계로 USB 저장장치가 담을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은 많지 않았고, 그래서 하드디스크를 USB로 장착해 동작하도록 한 것이 외장 하드의 시작이다. 외장 하드는 하드 디스크(Hard Disk Drive)가 탑재된 이동식 저장 장치로, HDD의 가격 대비 높은 용량을 기반으로 오랫동안 휴대용 저장 장치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클라우드가 등장하면서 작은 용량의 데이터는 클라우드로 옮기게 되었고, USB 저장장치의 용량도 커지면서 외장 하드가 설 자리를 잃어갔다. 최근의 외장 하드는 4TB급까지 출시되지만, 클라우드로 옮기기 너무 크거나 USB의 저장 수준을 벗어나는 대용량 작업물이나, 동영상 파일 등을 보관할 때 주로 쓰인다. 그런데 이제는 그 자리마저 뺏길지 모른다. 작고 비싸던 SSD가 기술 혁신과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가격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크기는 작고 가벼운데 용량도 큰 외장 SSD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WD 마이 패스포트 SSD, 외장 하드디스크의 자리를 넘보다
저장장치 업계의 강자 웨스턴디지털(WesternDigital)이 최근 WD 마이 패스포트 2세대 제품군을 출시했다. 새로운 마이 패스포트 SSD는 WD 외장하드와 동일한 디자인이 적용되었지만, 크기는 길이 100mm, 가로 55mm, 두께 9mm, 무게는 45.7g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은 크기에 비해 저장 공간은 무서울 정도로 크다. 제품 용량은 500GB를 시작으로 1TB, 2TB까지 제공되며, 10Gbps(초당 약 1.25GB) 속도의 USB 3.2 2세대 규격을 채택했다. 통상적인 2.5인치 하드 디스크 탑재 외장하드 속도가 빨라 봐야 초당 80~200MB, 데이터 파편화가 심할 경우 초당 2~30MB로 떨어지는 것과 비교해 압도적인 속도다.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를 살펴보자. WD 마이 패스포트는 상단부에 표면 처리된 알루미늄이 사용되었고, 후면은 플라스틱 재질이 다. 전면 상단의 WD 로고 부분은 양각 처리돼있으며, 곡선 형태가 전면과 후면으로 전부 이어져 있다. 연결 단자는 USB C(타원형) 포트가 장착돼있고, 케이블은 별도로 휴대해야 한다. 기본 제공되는 케이블은 USB A형, USB C형 단자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케이블이며, 10Gbps 전송 속도에 맞는 규격이므로 가급적 해당 케이블을 전용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케이블 덕분에 USB 포트를 갖춘 일반 컴퓨터부터 USB C 형태의 썬더볼트 포트만 갖춘 애플 맥북도 원활하게 지원한다.
성능 역시 외관 만큼이나 직관적이다. WD 마이 패스포트의 성능은 제조사 기준 읽기 1,050MB/s, 쓰기 1,000MB/s다. 초당 1GB의 데이터를 전송한다. 저장 장치 구성 및 성능 확인에 사용되는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를 활용해 WD 마이 패스포트를 분석한 결과다. 먼저 크리스탈 디스크 인포를 통해 확인되는 정보로 고성능 인터페이스인 NVMe임이 확인되며, 동작 온도도 27도 정도로 양호하다. 데이터 전송 속도를 보자. 원래 데이터 전송 속도는 데이터의 크기와 파편화 정도에 따라 전송 속도가 다르다. 같은 용량이 기준일 때, 파일 덩치가 크다면 비교적 전송 속도가 빠른 반면 수백 수천 개로 나뉜 경우 훨씬 속도가 느리다.
테스트를 통해 WD 마이 패스포트의 성능을 간단히 확인해봤다. 일단 저장공간 용량 단위인 1MiB 파일 16개를 1스레드로 처리한 순차 동시 읽기/쓰기 테스트에서는 읽기 초당 1,052MB, 쓰기 980MB를 기록해 제품 스펙과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4KiB 파일 1개를 1스레드로 처리하는 랜덤 단일 읽기/쓰기 테스트에서는 읽기 초당 30.37MB, 쓰기 34.47MB로 준수한 성능을 냈다. 참고로 RND4K Q1T1 테스트의 경우 HDD로 테스트 시 0.3~2MB에 불과한 결과를 보이니 절대로 느린 결과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지원도 WD 마이 패스포트의 활용도를 늘려준다. 처음 WD 마이 패스포트를 연결하면, 내부에 ‘WD Discovery’ 소프트웨어 설치 파일이 포함돼있다. 해당 파일을 실행하면 윈도우 시작 시 WD 디스커버리 앱이 자동으로 실행된다. 해당 서비스를 활용하면 WD 마이 패스포트를 포함한 다른 저장 장치를 모두 확인할 수 있고, WD 백업과 WD 시큐리티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WD 백업은 마이 패스포트의 저장공간에 컴퓨터 자료를 통째로 보관하는 기능으로, 윈도우 10, 맥OS가 에러가 날 때 복구용 데이터로 쓰인다.
WD 시큐리티는 다른 사람이 드라이브를 활용할 수 없도록 암호를 지정한다. 암호는 256비트 AES 하드웨어 암호라 암호 자체를 알지 못하면 드라이브 잠금을 해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256비트 AES 암호의 키를 찾아내기 위해 필요한 경우의 수가 1.2 x 1077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암호화된 장치를 다른 컴퓨터와 연결하면 ‘WD Unlocker’라고 표시되며, 클릭 시 암호를 요구한다. 물론 암호 지정 시 이 컴퓨터에서 자동 잠금 해제 활성화를 하면 내 컴퓨터에 한해서는 매번 암호를 입력할 필요 없이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빠른 속도와 가벼운 무게, 일상부터 여행까지 폭넓게
1세대 마이 패스포트 SSD는 하드 디스크 중심의 외부 저장장치를 SSD 중심으로 가져온 주역 중 하나다. 마이 패스포트 SSD 버전이 등장한 2017년까지만 해도 여전히 HDD를 장착한 외장 하드의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가볍고 빠른 마이 패스포트가 여행 작가, 외부 활동이 잦은 영상 편집자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돌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일반 대중들 역시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가볍고 빠른 외장 SSD를 찾는 경우가 늘어났다. 여기에 셀 하나를 4등분해 용량을 늘리는 QLC 기술이 발전하면서 SSD 가격 대비 저장용량이 순식간에 두 배나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WD 마이 패스포트는 45.7g의 가벼운 무게, USB 3.2 C형 단자를 채용해 최대 1,050MB/s이 빠른 속도, 1.98미터의 낙하 충격 저항력과 안정적인 호환성이 인상적인 제품이다. 특히 1세대 출시 당시와 비교해 가격이 딱 두 배 내려가 500GB 제품이 14만 원대, 1TB가 26만 원대, 2TB가 49만 원대다. 하드 디스크와 비교해 가격 대비 용량이 여전히 비싸지만, 하드 디스크 대비 빠른 전송 시간을 생각하면 그만큼 시간을 아끼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2020년은 스마트폰으로 FHD의 16배인 8K 영상을 기록하는 시대다. 지금 시점에서 외부 저장장치를 구매한다면, 느린 HDD 기반 외장 하드 대신 빠르고 가벼운 SSD 기반 외장 하드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