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주목한' 약국 관리 시스템, 시작은 편의점이었다?
[스케일업 x 대구대학교 창업지원단 BM FORCE] 이블루채널 (1)
스타트업. 신생 창업기업을 뜻하는 말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사용됐다. 보통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기술과 인터넷 기반 회사로 고위험, 고수익, 고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스타트업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스타트업이란 무엇일까? 신생 창업기업? 그렇다면 어제 개업한 우리 집 앞 치킨가게도 스타트업일까? 그건 아닐 거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스타트업을 말할 때 항상 뒤따르는 단어가 있다. 바로 '혁신'이다.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기술, 혁신적인 아이디어, 혁신적인 제품 등을 쫓는다.
그럼 혁신이란 무엇일까. 어려운 질문이다. '혁신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하면 자문을 구한 전문가 수보다 많은 의견을 들을 수 있을 테다.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어려운 용어도 필요 없다. 혁신이란, 문제 해결이다. 불편함, 불합리함을 해결하는 것. 내 눈앞, 내 손안에 있는 작은 문제부터 해결하면 자연스레 점차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게 사회적이고, 기술적이며, 인적 자원 혁신으로 이어진다.
약국의 하루, 약사는 바쁘다
지난 2016년 설립한 이블루채널은 의약품 통합 관리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의약품 통합 관리 플랫폼? 어렵다. 아니, 어려웠다. 지난 9월 이블루채널 이나현 대표와 신재혁 부대표를 직접 만나 2시간 넘게 설명을 듣고 이해했다. 사실 어렵지 않다. 이블루채널은 바쁜 약사를 위한 약국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약사는 무슨 일을 할까.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말처럼 약사가 하는 주된 일은 약을 조제하는 일이어야 한다. 그런데, 약만 조제하는 약사는 없다. 약사의 하루를 하나씩, 천천히 되짚어보자. (개원 약국의 경우로 한정한다.)
약국 문을 열기 전, 청소부터 해야 한다. 문을 열면 처방전을 들고 손님이 찾아온다. 처방전 정보를 입력한다. 이제 약을 조제하고, 약을 건네며 손님에게 복약지도를 해야 한다. 이어 결제하고, 영수증을 건넨다. 손님 1명을 상대하는 사이클로, 반복 업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중간에 떨어진 약은 발주해야 하고, 발주한 약이 들어오면 입고해야 한다. 중간중간 일반의약품도 판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루 조제건수를 확인하고, 매출을 정산한다. 마감 후 청소도 필수다.
하루 업무 외에 병행해야 할 주간, 월간 업무도 있다. 마약, 향정신성의약품(이하 향정약품) 보고와 재고조사(약 발주·입주량 등), 불용재고(폐기 약품 등) 신고 등은 필수다. 사건사고와 연결될 수 있는 항목이라 미보고시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 약사나 직원을 고용했다면 직원 급여(4대 보험 지급 등)를 처리해야 하고, 약국 운영을 위한 임대료, 세무사 보고, 월 정산, 청구 입금(조제료 입금 확인) 등도 확인해야 한다.
추가적인 수입을 위해 일반의약품, 건강보조식품 등도 알아봐야 하고 필요하다면 약국 홍보도 해야 한다. 약 유효기간 확인도 필수다. 주변 병원(의사)과의 관계도 유지해야 하고, 약국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면 신규 지점 정보도 체크해야 한다.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환자 관리, 블랙리스트 관리 등도 필수다.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처방전 스캔 △조제 △복약지도 △결제 등 내방 환자 대응, △재고조사 △약품 발주 △입고 및 반품 △매출정산 등 약국 경영 관리, △마약류 보고 △불용재고 보고 △급여 및 4대 보험 처리 △세무 등 행정 기관 대응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된 약사는, 약을 조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약사는 약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복잡하고 불편한 약 관리 시스템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불편하다. 마약·향정약품 보고와 불용재고 보고는 행여 누락할 경우 행정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처방전 스캔, 조제 청구, 입금 확인 등은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필수로 챙겨야 한다. 모든 일은 보고와 함께 병행된다. 약사들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하 마통시스템)을 불통시스템이라 부를 정도로 답답해한다. 이중보고 및 재고 불일치, 복잡한 사용법 등 잦은 오류와도 싸워야 한다.
물론 약은 관리해야 하는 품목이 분명하다. 소비자를 마약류, 향정약품 등으로 인한 부작용으로부터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혹여 실수로 잘못 조제한 약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 약품을 폐기하기 위한 조사를 위해서도 약사의 보고는 필수다. 약 유통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정부에서 관리하는 이유다. 이래저래 중간에 있는 약사는 귀찮고, 어렵고, 피곤하다.
소비자도 불편을 겪는다. 이 대표는 "작년 3월,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마약성 진통제를 반납해야 했는데 반납처가 어디인지 확실하게 알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약국도, 보건소도 받아줄 수 없다고만 답변했다"며 "결국 처음 약을 처방받은 대학병원에 찾아가 반납해야 했다. 약을 반납하기 위해 수원에서 청주에 있는 대학병원까지 찾아가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대표는 "약국에서 약을 반품할 때도 현실적으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의약품은 관리 대상이기 때문에 발주 주문부터 입고, 반품 등을 모두 신고해야 한다. 전문의약품은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업체만 유통할 수 있는데, 중간 유통 과정에서 약국의 반품을 아예 안 받아주는 경우도 있다. 이 대표는 "약을 관리한다는 이유로 모든 유통과정은 신고와 보고 체계로 이뤄져 있다"며 "이 과정에서 약사는 불편함을 많이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블루채널은 여기에 집중했다. 소비자에게 약을 전달하는 최전선에 있는 약국, 약사가 약을 쉽고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개발했다. 약사가 시간을 들여 시스템을 배우지 않아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기와 사용방법을 최대한 단순하게 제작했다. 마치 편의점에서 사용하는 POS 같은 모습이다. 또한, 모든 신고·보고 과정을 전산으로 자동 처리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약사법 24조 4항
"약사는 의약품을 조제하면 환자에게 필요한 복약지도(服藥指導)를 하여야 한다."
약사법 24조 4항 내용이다. 우리가 흔히 약국에서 듣는 "식후 30분 후에 먹어야 합니다"가 바로 복약지도다. "가끔 졸릴 수 있다"거나 "속이 쓰릴 수 있다"는 설명도 이 복약지도다.
이블루채널이 추구하는 모습도 여기에 있다. 약사가 환자에게 친절하게 약을 조제해 주고, 설명해 주길 희망한다. 이 대표는 "약 조제 이외의 불편함은 이블루채널이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자부한다. 그는 "약국에 필요한 재고 관리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고자 한다"며 "약 유통 과정에 필요한 것을 이블루채널이 덜어준다면, 결과적으로 약국은 환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이블루채널은 약사들로부터 의견을 받아 기능을 하나씩 추가했다. 필수 재고 약품 예측 서비스, 약품 자동 발주, 거래처 관리, 매출 및 판매 현황 분석, 거래현황 분석, 고객별 판매 이력 관리, 판매 유형별 매출 집계, 정기 결산, 마감 시 자동 전산, 전자 명세서, 유형별 QR코드 생성, 제품별 사용 기한 정리, 조제 및 결제 시스템 연동 등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기능은 지금도 매주 업데이트 중이다.
지난 9월 기준 이블루채널을 사용하고 있는 약국은 92개소다. 지금까지 총 누적수익은 4억3000만원 정도다. 이 대표는 "전국 약국 수는 약 2만6000개 이상"이라며 "이블루채널을 도입한 약국 약사분들로부터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들으며 대응하고 있다. 긍정적인 후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블루채널을 창업하기 전 베이커리, 커피숍, 국밥집, 아이스크림 가게, CU 편의점 등 정말 많은 사업을 했다"며 "편의점을 운영하며 경험했던 POS 기반 재고관리를 통해 지금의 이블루채널 시스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께서 유방암과 자궁암, 대장암을 앓으셨다. 자연스럽게 약과 관련된 불편하고 불합리한 점을 많이 겪었다. 직접 겪은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지금의 이블루채널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제 시작이다. 이 대표는 내 눈앞, 내 손안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작은 변화의 시작, 혁신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의 모습이다. 이블루채널의 바람이 현실이 되길, 응원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 본 프로젝트는 대구대학교 창업지원단 2020년 창업 도약 패키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스케일업 코리아 프로젝트팀과 함께 협력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