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하루 24시간을 빅 데이터로 풀어내다, 애플 워치 6
[IT동아 남시현 기자] 빅 데이터의 핵심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고, 처리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달려있다. 빅 데이터를 활용하면 기존에 추정할 수밖에 없었던 사례들을 확률적으로 분석할 수도 있으며, 반복된 결과와 루틴을 통해 단기간 예측까지 가능하다. 전 세계의 각국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빅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같은 이치로, 우리 신체의 빅 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있다.
개인마다 다르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수천 보에서 수만 보의 걸음을 걷고, 작게는 2층, 크게는 20~30층 높이의 건물을 오르내린다. 이 정도 데이터까지는 지레짐작할 수 있지만, 이것만 갖고는 부족하다. 신체의 빅 데이터라면 우리가 하루 중 어떨 때의 심박수가 정확히 몇 bpm인지, 하루 걷기 및 달리기 거리가 몇 km인지, 신체가 잠에 빠진 시간부터 기상에 이른 시간이 언제인지부터 시작해 심전도(ECG 또는 EKG) 검사를 통한 심장 박동 상태 확인, 분 단위로 나뉘는 혈압 관리나 산소포화도, 보폭과 보행 비대칭성, 평소 노출되는 소리의 데시벨 같은 데이터까지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종류의 데이터 수집을 위해 필요한 장치가 바로 스마트 워치다. 초창기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 제어를 위한 보조 역할에 그쳤지만, 항상 착용하고 다니는 특성 덕분에 지금은 스마트폰 보조와 더불어 헬스케어 전자장치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손목 안쪽에 심혈관, 산소포화도 센서 등을 장착해 신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자이로스코프와 GPS를 통해 위치 데이터를 습득해 조합하여 내 신체의 빅데이터를 만든다. 스마트 워치 업계의 대표 제품격인 애플 워치의 신작, 애플 워치 시리즈 6를 통해 최신형 스마트워치의 진면목을 살펴본다.
산소포화도 측정과 고속 배터리 충전으로 활용도↑ 애플 워치 6
지난 9월 15일, 애플의 새로운 스마트 워치인 애플 워치 시리즈 6(이하 애플 워치 6)와 보급형인 애플 워치 SE가 정식 공개됐다.. 애플 워치 6는 애플 워치의 모든 기능이 집약된 고성능 제품군이고, SE는 필수 기능을 포함한 보급형 제품이다. 네트워크는 셀룰러 모델과 와이파이 모델이 각각 준비된다. 애플 워치 6의 가장 큰 변화는 혈중 산소 센서 포함으로 산소 포화도 측정이 가능해졌고, 연산 처리 성능과 관계된 프로세서 업그레이드와 배터리 성능 및 충전 속도 개선을 손에 꼽을 수 있다.
첫인상에 큰 변화는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대대적인 변화가 관측된다. 디스플레이는 최대 1,000니트 밝기의 368x488픽셀 해상도의 상시표시형 OLED를 장착하며, 40mm 또는 44mm 케이스로 나뉜다. 제품 마감은 알루미늄 재질의 실버, 스페이스 그레이, 골드, 블루, (PRODUCT)RED을 선택할 수 있고, 스테인리스 스틸 선택 시 실버, 그래파이트, 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고가 제품군으로 천연 티타늄이나 스페이스 블랙 마감이 적용된 티타늄 버전이 있다. 알루미늄 모델 선택 시 이온-X 클래스 디스플레이가 탑재되고, 스테인리스 및 티타늄 모델 선택 시 긁힘에 강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디스플레이가 적용된다. 세라믹과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구성된 안쪽 센서 디자인도 혈중 산소 센서가 포함됨에 따라 4개의 LED 클러스터와 4개의 포토다이오드 구성으로 바뀌었다.
연산 칩은 전작인 애플 워치 5에 탑재된 S5 프로세서보다 최대 20% 빨라진 S6 칩이 탑재되었다. S6 칩은 아이폰 11에 사용된 A13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 칩으로, 배터리 성능도 개선돼 제조사 기준 18시간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애플 기기간 정확한 위치 확인에 사용되는 U1 칩(초광대역)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아이폰으로 애플 워치를 찾는 정확도가 매우 빨라졌고, 차세대 디지털 카 키(Car Keys) 같은 기능을 지원한다. 센서는 GPS와 글로나스, 나침반, 상시감지형 고도계를 통한 위치 추적, 32G까지 측정하는 가속도계와 자이로스코프, 주변광 센서, 2세대 심박 센서와 혈중 산소 센서를 조합해 사용자와 주변 환경을 인지한다.
새롭게 추가된 산소포화도(SpO2) 센서는 애플 워치 6가 수집하는 데이터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산소포화도 측정 센서는 손목 안쪽으로 적색과 적외선을 동시에 쏜 다음 돌아오는 반사도를 통해 혈액의 산소량을 측정한다. 정상 범주에서는 95~100% 정도 산소 포화도를 나타내고, 공기 중 산소가 희박한 지대나 긴장감으로 인한 산소 포화도 감소, 수면 무호흡 상태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산소 포화도 센서가 추가됨에 따라 애플 워치 6는 심박수와 산소 포화도, 움직임 등을 종합해 신체 데이터를 더욱 구체적으로 표기할 수 있게 됐다.
장기적으로는 혈액 산소 및 생리적 신호를 통한 천식 관리나 애플 워치 데이터를 활용한 심부전 관리, 독감이나 코로나 19 등의 호흡기 질환의 조기 신호로 활용할 수 있을지 연구할 예정인 만큼, 향후 더욱 다양한 활용도를 갖추게 될 것으로 본다.
배터리는 애플 워치 6의 변화 중 가장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전작인 애플 워치 5는 0%에서 100%까지 충전되는데 약 2시간 30분이 필요했다. 하지만 애플은 애플 워치 6의 배터리 충전 효율이 0%에서 80%까지 충전되는데 1시간, 80~100%까지 1시간 30분이 채 걸린다고 밝히고 있다.
제조사 기준 1시간 반 이내 충전이 완료될지 확인하기 위해 애플 워치 6의 배터리를 방전한 뒤, 벨킨 3-in-1 무선 충전기를 활용해 애플 워치 6의 배터리를 충전했다. 벨킨 3-in-1 무선 충전기는 애플의 정식 인증을 받아 정품 충전기와 동일한 성능을 지니며, 아이폰과 에어팟, 애플 워치 세 종류 기기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테스트는 아이폰이나 에어팟없이 애플 워치 6만 단독으로 충전했다. 충전 시작 약 1시간이 지나자, 배터리가 10% 이하에서 87%까지 상승했고, 약 1시간 17분이 되었을 때 100%까지 충전됐다.
애플 워치 6의 배터리 충전 성능이 사실로 확인되었으니, 애플 워치 6 사용자는 더 이상 밤에 시계를 벗고 충전할 필요 없이, 실생활에서 잠깐 시계를 풀어놓고 10분~15분씩 짧게 충전을 반복하면 된다. 덕분에 수면 기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고, 시계를 벗고 있는 시간이 전작보다 훨씬 줄어 그만큼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사용자 중심 기능으로 재편된 워치 OS 7
애플 워치 6는 6월 WWDC(세계 개발자 회의)에서 공개된 워치 OS 7을 기본 탑재하고 있다. 워치 OS7의 주요 특징은 시계 페이스 구성의 사용자화와 개발자 전용 시계 페이스 제공, 수면 추적 기능 추가, 코어 트레이닝, 댄스, 기능성 근력 강화 운동, 마무리 운동이 추가된 운동 추적 기능, 자전거를 위한 내비게이션 기능인 사이클링 다이렉션이다. 이중 사용자들이 가장 반길만한 기능은 바로 페이스 변경이다. 새로운 워치 OS 7은 애플 워치 상에서, 혹은 연결된 아이폰을 통해 페이스를 바꿀 수 있다.
변경 가능한 부분은 문자판 색상과 글자 색상, 화면 구성을 이루는 컴플리케이션이다. 컴플리케이션은 화면 내부에 있는 정보 제공 칸을 말하는데, 애플 워치 상에 설치된 모든 앱을 바로 기능하거나 불러오는 기능으로 배치할 수 있다. 더 자세하게 설정하고 싶다면 아이폰의 ‘Watch’ 앱을 선택한다. Watch 앱의 ‘페이스 갤러리’ 항목을 사용하면 기존에 이미 만들어진 다양한 페이스를 불러올 수 있다. 또한, 앱 개발자가 애플 워치에서 앱을 활용하는데 최적화된 전용 페이스를 개발해 배포할 수도 있다. 가령 ‘서핑’ 앱을 활용한다면 기상이나 풍향, 고도나 속도, 방향 등이 사전에 입력된 전용 페이스를 만들어 앱과 함께 배포하는 식이다.
수면 기능 또한 인상적이다. 애플 워치 6는 워치 OS7에 포함된 수면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수면 기능은 사용자가 잠에 빠져드는 순간부터 일어날 때까지의 움직임과 심박수 등을 분석해 수면 상태를 파악하는 기능으로 아이폰의 ‘건강’앱에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는 주 혹은 월 단위로 평균 취침 시간과 평균 수면 시간, 수면 시 심박 수를 체크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본인이 잠든 시간까지도 신체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 한편, 애플은 버클이나 잠금장치 없이 늘려서 장착하는 솔로 루프라는 새로운 밴드를 출시했는데, 이를 활용하면 수면 중 애플 워치를 착용해도 착용감 없이 편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다.
애플 워치 6, 벗어두는 시간은 줄고 데이터는 더욱 세밀해졌다
현재 스마트 워치 활용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배터리다. 피트니스 트래커 중에서는 이틀에서 일주일 씩 쓸 수 있는제품도 있지만, 자체 앱을 구동할 정도의 스마트워치는 하루를 넘기기가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하루 몇 시간 정도는 벗어놓고 충전해야 한다. 하지만 애플 워치 6는 충전 속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려 기존 스마트 워치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상당부분 해결했다. 필요할 때마다 15분~20분씩 끊어서 충전하는 것만으로 주간은 물론 수면 측정을 위한 야간까지 논스톱으로 쓸 수 있다. 애플 워치의 활용도가 높은 사용자라면 대단히 큰 변화라고 느끼리라 본다.
가격은 어떨까? 아이폰과 연동해 사용하는 와이파이 모델은 53만 원대, 모바일 데이터를 끌어와 쓸 수 있는 셀룰러 모델은 65만 원대다. 가격 부분이 부담스럽다면 애플 워치 6에서 혈중 산소량 측정 센서가 제외되고, 전 세대 S5칩을 사용한 애플 워치 SE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애플 워치 와이파이 모델은 35만 원대, 셀룰러 모델은 42만 원대로 구형 모델을 대체하거나, 저렴한 가격에 애플 워치를 시도해보고 싶은 사용자에게 좋다. 애플 워치 시리즈는 더 이상 아이폰을 보조하는 역할에서 그치지 않고, 내 몸의 빅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한 장치로 나아가고 있다. 애플 워치를 통해 아이폰과의 연결성도 확보하고, 내 건강과 운동 정보, 그리고 안전까지 세심하게 관리해보자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