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명가가 해석한 게이밍 사운드, 에포스 젠하이저 GSP 601 & GSX 300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게임 업계의 성수기가 지금 막 시작됐다. 지난 9월 2일, 엔비디아가 새로운 RTX 30 시리즈 그래픽 카드를 선보인 데 이어 AMD 역시 지난 10월 8일, 젠3 아키텍처 기반의 4세대 프로세서인 AMD 라이젠 5000 시리즈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새로운 5000 시리즈 프로세서는 와트당 성능 효율이 1세대 대비 2.4배까지 향상되었고, 코어당 개별 성능도 전작보다 최대 19%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바로 게임 성능이었다. 라이젠 3세대까지만 하더라도 내부에 캐시가 물리적으로 나뉘어있었고, 여기서 통신하는 속도로 인해 게이밍 성능에 대한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5000 시리즈부터는 각 코어가 L3 캐시에 직접 접속하는 구조로 바뀌어 게이밍 속도가 대폭 향상될 것으로 밝혔다.

덕분에 PC 게이머 입장에서는 그래픽 카드 교체와 함께 신형 프로세서를 선택할 수 있는 타이밍이 만들어진 것인데, 지금 새 제품으로 교체할 시 다음 세대 출시인 1~2년 정도는 최신형 제품 성능으로 꾸준히 쓸 수 있어서다. 말 그대로 업계 대목이 됨에 따라 게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게임과 관련된 주변기기를 뜻하는 ‘게이밍 기어’ 업계 역시 분주하다. 하이퍼엑스나 커세어, 레이저 등 유명 게이밍 기어 업체들이 신형 기계식 키보드나 헤드셋, 마우스를 출시하고 있고, 국내 기업인 마이크로닉스나 앱코, 맥스틸 등도 준비했던 게이밍 기어를 공개하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에포스 젠하이저 GSP601 제품 전면 사진. 출처=IT동아
에포스 젠하이저 GSP601 제품 전면 사진. 출처=IT동아

그런데 게이밍 헤드셋만큼은 키보드나 마우스, 모니터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게이밍 헤드셋 등장 이전부터 시장에 진입해있던 전통적인 음향기기 제조사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서다. 그도 그럴 것이, 게이밍 헤드셋이라는 물건 자체가 전통적 음향기기에서 파생된 갈래기 때문이고, 또 오랫동안 음향기기를 제조해온 제조사가 더 완성도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통념이 있어서다. 뼈대 있는 음향기기 제조사 중 게이밍 헤드셋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기업이 있다면, 단연 젠하이저(Sennheiser)다.

게이밍 헤드셋, 젠하이저가 만들면 다르다.

젠하이저는 2003년 청각 및 개인 커뮤니케이션 기업인 윌리엄 디만트(Demant A/S)와 함께 젠하이저 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한 이후, 꾸준히 게이밍 헤드셋과 게이밍 스피커폰을 출시해오고 있다. 2019년부터는 두 기업의 공동 브랜드인 에포스(EPOS)로 프리미엄 급 게이밍 헤드셋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에포스 이름을 지닌 게이밍 헤드셋은 GSP 300 시리즈와 500시리즈, 그 위로 600시리즈가 있다. 아울러 데스크톱 및 노트북 기종에 따라 음향이 변형되는 것을 막기 위한 외장형 앰프인 GSX 시리즈도 함께 출시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GSP 601 게이밍 시리즈와 외장형 앰프인 GSX 300 게이밍 시리즈를 통해 젠하이저 고유의 완성도를 확인해본다.

제품 드라이버는 쿨링 스웨이드 재질로 돼있고, 귀 형태에 딱 맞아 밀폐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출처=IT동아
제품 드라이버는 쿨링 스웨이드 재질로 돼있고, 귀 형태에 딱 맞아 밀폐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출처=IT동아

에포스 젠하이저 GSP 601은 내부 소음이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는 형태의 밀폐형 헤드셋이다. 이어패드가 귀를 둘러싸 소리가 나가지 않은 상태에서 내장 스피커가 동작해 소리를 더 면밀하게 청음할 수 있다. 드라이버의 가청 주파수는 10-30,000Hz를 지원해 넓은 영역의 음원을 안정적으로 감상할 수 있으며, 최대 112dB 음압 감도를 지원해 원하는 만큼 큰 소리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외장 커버를 분리해 색상을 교체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외장 커버를 분리해 색상을 교체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외형 면에서도 젠하이저의 고전적인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른 독자적인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GSP601이 음악 감상이 주목적인 음향기기보다는 게이밍 실력에 기여하는 게이밍 기어라는 특성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색상은 백색 하우징에 금속 힌지를 적용하고 있으며, 외부 커버 교환으로 백색 및 구리색으로 취향에 맞게 바꿀 수 있다. 또한, 착용 시 바로 사이즈가 맞춰지도록 동작하고, 평소 자주 착용하는 사용자의 머리 크기에 빨리 맞게 하기위한 가이드 밴드가 적용돼있다. 머리와 맞닿는 부분은 모두 쿨링 스웨이드와 인조가죽 재질로 되어있는데, 장시간 착용에도 땀이 차거나 짓눌리는 수준이 확실히 적다. 또한, 제품 왼쪽 하우징 바깥쪽에 사운드 노브를 디자인으로 녹여 넣어 간편하면서도 확실하기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케이블은 분리형이며, PC용과 콘솔용 두 가지가 기본 제공된다. 출처=IT동아
케이블은 분리형이며, PC용과 콘솔용 두 가지가 기본 제공된다. 출처=IT동아

장치 연결성은 PC와 매킨토시를 포함한, 3.5mm 단자를 갖춘 모든 장치에서 활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활용을 위한 두 종류의 케이블이 제공된다. 하나는 2.5미터 길이의 스피커 및 마이크 2열 케이블이며, 하나는 스피커 출력만 지원하는 1.5미터 길이의 케이블이다. 콘솔이나 모니터의 3.5mm 잭과 바로 연결한다면 1.5미터를, 데스크톱 후면을 통해 헤드셋을 연결할 때 긴 케이블을 쓰면 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별도로 USB 출력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USB 입력을 통해 간단히 스피커 및 마이크 출력을 동시에 해결하는데, GSP 601에선 이런 편리한 활용이 어렵다.

마이크는 입 위치에 맞게 조절할 수 있고, 꺾으면 고정되는 스타일이라 입 주변에 딱 맞게 배치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마이크는 입 위치에 맞게 조절할 수 있고, 꺾으면 고정되는 스타일이라 입 주변에 딱 맞게 배치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마이크 성능은 상위급이다. 일단 마이크는 -47dBV/Pa로 보편적인 게이밍 헤드셋 수준의 마이크가 장착돼있지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포함돼있다. 마이크 노이즈 캔슬링이란, 마이크에 유입되는 잡음을 분석 후 상쇄시켜 전달하는 기능으로, 듣는 입장에서 주변의 소음은 크게 줄고, 명료하게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한, 마이크를 위쪽 방향으로 틀면 음소거돼 게이밍 중 빠른 설정이 가능하다.

에포스 젠하이저 GSX300 사운드 카드로 감상의 재미를 끌어올리다

에포스 젠하이저 GSP 601은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하지만 GSP 601과 연결하는 하드웨어 성능이 부실한 경우, 그 성능을 온전히 끌어내지 못할 수 있다. 가령 연결하는 메인보드의 오디오 시스템 기판이 별도로 분리되어있지 않아 사운드쪽에서의 잡음이 발생한다거나, 오디오 시스템의 지원 출력 등이 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다. 에포스 젠하이저 GSX300 사운드카드 같은 제품이 별도로 출시되는 이유다. GSX 300은 USB로 장치와 연결한 다음, GSP 601등 헤드셋을 GSX 300에 연결해 사운드를 출력하는 보조 장치다.

에포스 젠하이저 GSX 300 사운드카드를 활용해 컴퓨터 지원보다 높은 음향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에포스 젠하이저 GSX 300 사운드카드를 활용해 컴퓨터 지원보다 높은 음향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지원 샘플링 레이트는 24bit 96kHz, 16bit 48kHz를 지원하며, 저항도 25-75옴 정도를 지원한다. 사실 이 스펙은 음악감상용 사운드 카드와 비교했을 때 지원 임피던스 폭이 상당히 작은 편이지만, 게이밍용 제품이라는 특성을 감안 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게임 내 사운드 엔진이 만들어내는 사운드 특성은 고음질이나 해상력보다는, 몰입감이나 음압감 정도만 따져도 충분하다. 따라서 사운드 엔진이 생성해내는 데이터도, 게이밍 헤드셋도 적당한 수준의 스펙을 두고, 에포스 젠하이저 GSX300 사운드 카드 역시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에포스 젠하이저 GSX 300 전면 버튼에는 채널 변동 버튼, 볼륨 조절 노브가 있고, 후면을 통해 마이크 단자, 헤드폰 단자, 컴퓨터 연결용 USB 케이블이 있다. 마이크로 USB 케이블을 활용해 컴퓨터와 연결하면 전원이 들어오며, 2채널 상태에서는 볼륨 조절노브 주변에 파란색 LED가, 7.1채널 활성 시 빨간색 LED가 점등된다. 제품 활용은 에포스 젠하이저 GSX 300 전용 소프트웨어를 활용한다.

에포스 젠하이저 GSX 300 전용소프트웨어, 2.0 및 7.1채널 변경이나 이퀄라이저 조절 등에 사용된다. 출처=IT동아
에포스 젠하이저 GSX 300 전용소프트웨어, 2.0 및 7.1채널 변경이나 이퀄라이저 조절 등에 사용된다. 출처=IT동아

제조사 홈페이지를 통해 다운로드받으면 전용 소프트웨어가 제공된다. 일단 다운로드 후 설치하면 장치 펌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한다. 제품 설정은 크게 헤드폰과 마이크 두 분류로 나뉜다. 헤드폰 설정에선 음악 감상 모드와 고음, 영화, 플랫(평탄화) 모드로 나뉘고, 2.0채널과 7.1채널 설정으로 나뉜다. 여기에 기재된 7.1채널은 우퍼를 포함한 구성의 서라운드 구성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방식으로, 게임 사운드 엔진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사운드 효과를 더 효과적으로 감상하는 데 필요하다. 마이크는 마이크 옵션에 따른 수정 및 조정이 지원되며, 세 단계 음성 강화와 노이즈 캔슬링 모드에 대한 설정도 확인할 수 있다.

게이밍 기어임에도, 수준 있는 음악 감상까지 원한다면

게이밍 헤드셋을 선택하는 기준은 단순하다. 게이밍 엔진이 제공하는 사운드를 풍부한 깊이로 청취할 수 있으면서, 커뮤니케이션 활용력이 좋은 제품이다. 후자의 경우, 적절한 성능의 마이크와 버튼만 갖추면 만족할 수 있지만, 전자는 얘기가 다르다. 애초에 음향전문 기업이 여러 갈래로 존재하는 이유가 각 기업만의 분명한 노선이 있고, 이에 따른 음향 감상의 특색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음향기기 기업 대다수가 짧아도 20년, 길면 반세기 이상을 음향 기술에 투자한 만큼, 신생인 게이밍 기어 업체들이 이 조건을 만족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젠하이저 같은 유명 음향기기 기업이 게이밍 기어 업계에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에포스 젠하이저 GSP 601 게이밍 헤드셋. 출처=IT동아
에포스 젠하이저 GSP 601 게이밍 헤드셋. 출처=IT동아

실제 청음 해본 경험 역시 매우 인상적이다. 다양한 효과 없이 기본 상태로도 해상력이 상당한데, 특별히 저음역대를 강조하는 느낌없이 중-고음역대 보컬의 목소리도 명료하게 들린다. 특히 많은 게이밍 헤드셋이 저음역대를 강조해 그 밑에 깔리는 음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부분도 수준급으로 표현한다. 게이밍 헤드셋 중에서도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되는 커세어나 로지텍, 레이저 헤드셋에는 없는 깊이감이 있다. 마치 일반 음악감상용 헤드셋을 만들고, 여기에 게이밍 헤드셋용 기능을 맞춘 느낌이다.

그렇다 보니 게이밍 헤드셋치고는 가격대가 제법 높다. GSP601이 25만 원대, GSX300 사운드카드가 10만 원대로 총합 35만 원대 구성이다. 보통 무선 기능이나 물리 7.1 채널로 하이엔드급에 속하는 게임이 헤드셋이 25~30만 원대니, 최고가 수준에 육박한다. 하지만 신뢰성 있는 젠하이저의 완성도, 게이밍 헤드셋으로는 탁월한 음향 해석 능력은 분명 매력적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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