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신상공개] 진화는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비쌀 뿐... 아스텔앤컨 칸 알파
[IT동아 강형석 기자] 과거에 비해 고해상 음원(FLAC 외)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요즘이지만, 스마트폰 성능이 좋아지면서 이를 전문으로 재생하는 ‘고해상 음원 재생기(DAP)’에 대한 관심은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기기가 고가인데다 대용량 음원 파일을 넣고 쓰는 것보다는 실시간 스트리밍과 같은 편의성에 소비자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 수가 다양하던 고해상 음원 재생기도 일부 제조사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중국 저가 제품이나 고해상 음원 재생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이 대체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제조사가 있는데 바로 아스텔앤컨(Astell&Kern)이다.
아스텔앤컨이 이번에 새로운 고해상 음원 재생기, 칸 알파(KANN ALPHA)를 들고 왔다. 2017년에 칸, 지난해 칸 큐브(KANN CUBE)에 이어 1년 만에 출시되는 신제품이다.
칸 알파를 언급하기 전에 칸(KANN)에 대해 살짝 설명하자면 이렇다. 원래 아스텔앤컨에는 다양한 제품군이 존재한다. 최상위 제품군인 에이앤울티마(A&ultima)를 시작으로 에이앤퓨트라(A&futura), 에이앤노마(A&norma) 등이 있고, 합리적인 고해상 음원 재생기 제품을 표방하는 칸(KANN)이 있다.
그렇다면 칸 알파는 어떤 물건일까? 우선 외모는 기존의 칸 큐브에 강한 인상을 부여한 듯한 느낌을 준다. 크기도 줄었다. 기존이 폭 78.75mm, 높이 140mm, 두께 31.5mm 였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폭 68.3mm, 높이 117mm, 두께 25mm가 되었다. 무게도 493g에서 316g으로 가벼워졌다. 기존 것이 벽돌이었다면 이번에는 찱흑 덩어리 정도가 되었다고 할까?
문제는 크기가 작아지면서 화면 크기와 배터리 용량도 함께 줄었다는 것. 기존 5인치였던 것이 4.1인치로 7,400mAh 용량이던 배터리가 5,600mAh가 되었다. 하지만 전력 효율은 개선되어 최대 14.5시간 재생 능력을 갖췄다. 작아졌지만 휴대성과 재생 능력 자체는 더 좋아졌다는 점에서 환영할 부분이다.
고해상 음원 재생기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출력은 기존 칸 큐브와 차이가 없는 듯하다. 언밸런스(3.5mm) 출력이 2~6Vrms, 밸런스드 출력이 4~12Vrms 수준이다. 출력은 그대로인데 크기는 작아지고, 재생 시간은 늘었다.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확인해보니 소형화와 회로 최적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저항기(레지스터)와 축전기(캐패시터)의 크기를 줄이고 부품을 최적의 위치에 배치했다는 이야기다. 이를 통해 약 60여 부품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 아스텔앤컨 측 설명이다. 하지만 단순히 부품을 줄여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에 일부 부품은 성능을 보강했다. 축전기는 아스텔앤컨 전용으로 개발한 것을 쓴다. 탄탈륨 소재가 적용된 것이 특징.
고해상 음원 재생기는 소재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어디는 통 구리를 쓰기도 하고, 또 다른 곳은 알루미늄을 가공해 쓰기도 한다. 칸 알파에는 알루미늄이 적용되어 있다. 압출 방식이 아니라 통 가공 방식을 채택해 만든다. 부품 조립 면적을 줄여 불필요한 진동의 발생을 막기 위함이다.
이번에도 디지털-아날로그 변환 장치에는 ESS 사의 제품을 썼다. ESS9068AS라는 장치인데, 에이앤퓨트라 SE200에서도 적용된 바 있다. 이 장치를 두 개 달아 좌우 출력되는 소리를 통제한다. 그 덕인지 좌우 채널 분리도를 나타내는 크로스토크 수치가 -141dB 수준에 달한다. 이 수치가 좋을수록 자연스러운 공간감을 경험할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연결성이다. 흥미롭게도 이 제품에는 기존 3.5mm(언밸런스드)와 2.5mm(밸런스드) 단자 외에 4.4mm(밸런스드) 단자를 추가해 넣었다. 일본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가 제안한 표준 규격 중 하나로 최근 적용 기기가 늘어나고 있다. 이를 감안해 단자를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블루투스 5.0 기술에 기반한 무선 연결성도 확보한 상태. aptX HD와 LDAC 등 무선 고해상 음원 전송 기술에도 대응한다.
기본적으로 파일을 재생해 넣는 것 외에도 특정 고해상 음원 스트리밍 기술에도 대응한다. 타이달(Tidal), MQA 등이 대표적이다. 고급스러운 취미를 가진 이들을 위한 기기라는 것은 여전하지만, 연결성을 확보해 나가면서 꾸준히 진화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칸 알파가 잘 보여주는 듯하다. 아, 마지막으로 칸 알파는 오는 10월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칸 큐브가 198만 원 정도였으니 이와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가격에 책정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아... 지갑이여.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