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구글 크롬캐스트, 신형 출시 초읽기
[IT동아 남시현 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구글 크롬캐스트 신형에 관한 정보가 포착됐다. 지난 8월 23일, 미국의 안드로이드 기기 전문 매체인 나인투파이브구글(9To5Google)은 구글이 새로운 무선기기 두 종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FC)에 등록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 무선 기능이 있는 장치는 미국에서 판매되기 전, FFC의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해 새로운 무선 기기가 등장하기 전 지표로 본다.
이날 등록된 제품은 ‘대화형 미디어 스트리밍 장치’라는 설명이 붙은 GZRNL, ‘무선 장치’라는 단서만 붙은 G9N9N 두 가지 코드명을 갖고 있다. 사전에 공개된 GZRNL 제품 레이블 및 정보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대만에서 제조됐으며, 와이파이 및 블루투스 관련 전파 실험을 거친 것을 통해 무선 장치 연결에 쓰임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정보를 바탕으로 볼 때, 이는 올해 혹은 내년 초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크롬캐스트 울트라의 차기 버전일 가능성이 높다. 크롬캐스트 울트라는 4K UHD(3,840x2,160) 해상도와 HDR 화상을 지원하지만, 출시된 지 4년 차에 접어들어 새로운 해상도나 화상 기술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상태다.
한편, G9N9N로 이름된 장치는 무선 장치 이외의 정보가 거의 제공되지 않는다. 단지 제품 설명 레이블이 사용자가 제거하기 어려운 파워 커버 아래라는 단서만 있을 뿐이다. 레이블 형태로 볼 때 리모컨처럼 안드로이드 TV와 관련된 제품이라는 것만 알 수 있다. 2013년 7월 크롬캐스트가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두 번의 개선을 거친 3세대 크롬캐스트와 4K UHD 대응 크롬캐스트 울트라가 출시됐다. 셋톱박스가 주요 시청미디어인 국내 환경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지만, 안드로이드 TV가 떠오르면서 크롬캐스트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새 제품 출시 예고에 앞서 현재까지 출시된 크롬캐스트에 대해 짚어본다.
텔레비전의 활용도를 재해석한 크롬캐스트의 등장
2013년 7월 24일, 구글은 2세대 넥서스 7 스마트폰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4.3버전, 그리고 크롬캐스트를 공개했다.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 화상을 다른 기기로 옮겨서 본다는 개념은 생소했고, 미러링(Mirroring)이나 미라캐스트(Miracast)도 초기 단계였다. 물론 기술적으로 현재의 미러링이 아닌 실시간 인터넷 스트리밍에 가까운 기술이지만, 텔레비전에 스마트폰 기능을 조합한다는 개념은 매우 신선했다. 크롬캐스트 1세대 제품은 USB 형태의 장치를 TV의 HDMI 단자에 꽂고 전원을 연결하면,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기기의 화상을 HDMI와 연결된 장치에 띄울 수 있다. 기기 자체가 크롬캐스트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고, 스마트폰이 구글 캐스트 앱에 데이터를 전송하면, 크롬캐스트가 서버에서 해당 정보를 받아와 화면을 투사하는 방식이다.
크롬캐스트 1세대는 HDMI 포트가 장착된 USB 스틱 형태의 장치며, 2.4GHz 와이파이 4(802.11n)를 지원한다. 최대 해상도는 FHD(1,920x1,080) 30프레임까지 가능하며, 안드로이드 4.4 이상, 애플 iOS 9.1 이상, 윈도우 7과 맥 OS X 10.7 이상이면 연결할 수 있다. 2016년 단종되면서 사라진 제품이지만, FHD 해상도에 넷플릭스 전용으로 사용하려는 수요가 있어 지금도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크롬캐스트 시장의 확장, 크롬캐스트 2세대 & 크롬캐스트 오디오
크롬캐스트 1세대 제품이 호평을 받긴 했지만, 첫 제품이라 미숙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크롬캐스트 장착 시 양 옆 HDMI 단자를 막는 문제가 제일 컸고, 와이파이 수신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래서 2015년 9월에 출시된 크롬캐스트 2세대는 디자인이 완전히 바뀌었다. 크롬캐스트 2세대는 HDMI가 별도 케이블로 분리됐고, 자석으로 부착하는 원형 디자인이 됐다. 또한 와이파이 5(802.11ac) 지원 및 안테나 기술을 도입해 수신율과 전송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전반적인 해상도 지원이나 기능 면에서 크게 바뀌진 않았지만, 구글 홈과 구글 홈 미니와 연동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와 함께, 3.5mm AUX 단자를 갖춘 오디오를 스마트 기기로 조작되는 무선 스피커로 만들어주는 크롬캐스트 오디오도 함께 발매됐다. 크롬캐스트 오디오는 HDMI가 아닌 아날로그 및 S/PDIF 호환 3.5mm 단자가 있고, 와이파이 5로 동작한다. 블루투스나 네트워크 지원이 없는 구형 오디오를 최신 스마트 기기로 탈바꿈한다는 점에서 제법 인기를 얻었지만, 현재는 구글이 구글 홈 등 AI 스피커 지원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단종된 상태다.
크롬캐스트로 즐기는 4K UHD, 크롬캐스트 울트라
크롬캐스트 울트라는 2016년 10월 출시된 고해상도 전용 버전이다. 기존 크롬캐스트 1·2가 FHD 해상도를 지원했던 것과 달리, 해상도가 4배에 달하는 최대 4K UHD(3,840x2,160) 60프레임을 지원해 초고화질 텔레비전에 대응한다. 또한 고품질 콘텐츠 감상을 위해 밝기나 색상 깊이 등을 규정한 돌비 비전(Dolby Vision), HDR 10 까지 지원한다. 텔레비전이 이 기능을 지원하며, 스마트폰 및 기기로 재생하는 콘텐츠도 이 기준에 부합하면 고품질 영상을 즐길 수 있다. 대신 가격은 크롬캐스트 2세대보다도 2배가량 비싸며, USB 전원공급이 아닌 별도 전원장치 연결이 권장된다. 지원 해상도가 늘어나면서 USB를 통한 전력공급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FFC에 등록된 새로운 GZRNL가 이 제품의 후속일 거란 관측이 많다.
가장 최신형, 3세대 크롬캐스트
크롬캐스트 3세대는 2018년 10월 10일 출시됐다. 2세대와 달리 크롬 로고가 빠지고, 색상도 무채색 계열로 통일됐다. 이외 기능이나 동작 방식은 기존 크롬캐스트와 동일하지만, 해상도가 FHD 60프레임을 지원해 더욱 부드러운 영상 재생을 지원하게 되었고, 2세대 장치에서 발생했던 고질적인 와이파이 연결 불안이 개선되었다. 현재 구글스토어에서 크롬캐스트를 주문하면 이 3세대 제품만 살 수 있다.
차세대 크롬캐스트, 안드로이드 TV + 리모컨 탑재하나
구글이 GZRNL와 G9N9N를 FFC에 등록하면서, 신형 크롬캐스트 등장이 기정 사실로 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안드로이드 개발자 사이트인 XDA 디벨로퍼를 통해 유출된 신형 크롬캐스트 ‘사브리나’에 대한 정보에서 신형 크롬캐스트가 기기와 함께 리모컨이 탑재될 것이라는 점도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XDA 디벨로퍼에서 유출된 내용에 따르면, 신형 크롬캐스트는 안드로이드 TV 기능이 내장될 것이며, 크롬캐스트 기기로는 처음으로 구글 어시스턴트에 대응하는 리모컨이 포함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 자세한 정보가 등장하진 않았지만, 정황상 출시 4년이 지난 크롬캐스트 울트라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4년 사이 4K 텔레비전과 콘텐츠가 대중화되었고, 와이파이 6같이 더욱 안정적이고 성능이 좋은 네트워크 기술도 등장했다. 혹은 FHD만 지원하는 크롬캐스트 3세대 제품과 울트라를 일원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아직 구글이 이에 대한 발표를 공식화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 FFC 인증이 통과된 만큼 조만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