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만 4만 회.."일반 고기보다 20% 싸다"는 바다産 '국내 버거 패티'
[스케일업 X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주)에이치엔노바텍(1)
스타트업의 현실적인 문제, 성장(Scale-Up)을 돕고 있는 저희 스케일업팀은 2020년을 맞아 서울먹거리창업센터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3초만에 육수를 만들어내는 고체육수 ‘순간’을 개발한 델리스, 두 번째로 품질 좋은 횟감을 경매로 구매해 소분해 판매하는 수산물 O2O 서비스 ‘회이팅’의 바다드림을 소개했는데요. 이번에 소개할 스타트업은 대체육류를 개발한 ‘(주)에이치엔노바텍(대표: 김양희)’입니다.
대체육류 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데요.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세계 대체 육류 시장규모는 137억 3,000만 달러였지만, 2018년 186억 9,000 만달러까지 성장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018년 리포트 바이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식물성 대체육류 시장 규모는 2014년 30억 달러에서 2022년 58억 달러로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죠.
조사 기관마다 전체 시장 규모 예측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론은 하나입니다. 대체육류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며,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는 점이죠.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체육류는 대부분 식물로 만들었는데요. 대체육류, 가짜고기를 말할 때 대부분 ‘콩 고기’를 떠올립니다. 콩, 버섯 등 식물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죠.
(주)에이치엔노바텍은 대체육류를 만들 때 식물을 쓰지 않습니다.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에서 추출한 헴(HEME) 분자와 생선 연육을 이용합니다. 그래서 (주)에이치엔노바텍은 자사의 대체육류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바다에서 난 햄버거 패티" 라고
고기 대신 먹는 고기, 시장 성장세 '활활'
전세계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던 지난 2020년 4월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소비자데이터그룹 닐슨이 발표한 통계를 인용해 4월 11일부터 18일까지 미국내 식물성 대체육류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200%, 지난 8주 동안 265% 늘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일반 육류는 각각 30%, 39% 증가했다. 이는 대체육류 시장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환경 변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자동화가 많이 이뤄진 식물성 대체육류가 도축장, 가공 공장 등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일반 육류와 비교해 이동 제한령, 봉쇄조치 등 덜 취약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적인 봉쇄와 이동 제한 조치로 근로자 상당수 출근하지 못했다. 농축산업 컨설팅업체 컨스앤어소시에이츠의 스티브 마이어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돼지고기 생산능력의 32%는 중단될 것”이라 예상했고, 자문회사 어드밴스드 이코노믹 솔루션의 빌 랩 대표는 “미국의 소고기 생산능력은 14%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식물성 대체육류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았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광우병, 조류독감 등 가축전염병으로 조금 더 건강한 육류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했고, 인구 증가, 식량 부족, 환경 문제 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육류 시장, 축산업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곤욕을 치룬 중국의 경우, 선전에 있는 한 채식 식당에서 대체육류 햄버거를 한달만에 1만 개 이상 판매했고, 중추절을 앞두고 타오바오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한정 판매한 대체육류 월병 4,000개는 이틀만에 모두 팔렸다.
대표적인 식물성 대체육류 기업으로는 2009년 설립한 미국의 ‘비욘드 미트(BEYOND MEAT)’가 꼽힌다. 비욘드 미트는 2019년 5월 대체육류 업체 중 처음으로 나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주가는 주당 25달러로 시작해 80달러까지 상승했다. 비욘드 미트의 경쟁사인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는 2011년 설립 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 팝스타 케이티 페리와 제이Z 등이 투자한 바 있다.
그야말로 핫하다. 건강을 찾아 채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대체육류 시장은 빠르게 확장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아 있다. 아직 의심스러운 품질(맛)과 가격(일반 육류보다 비싸다), 그리고 선입견이다. 특히, 콩을 활용한 대체육류는 유전자변형농산물(GMO)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일반 육류와 비교해 영양이 부족하다는 평도 따른다.
실험만 4만 회..이 회사가 말하는 '대체육류'
앞서 설명했듯, 대체육류 시장은 아직 국내에서 관심이 적을 뿐 이미 미국의 두 기업이 선두주자로 나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비욘드 미트의 경우, 국내에도 들어와 채식주의자들에게 선택받고 있는, 인기있는 햄버거다. 그래서 궁금했다. (주)에이치엔노바텍은 왜 대체육류를 개발한 것일까.
김양희 대표는 “대체육류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2017년 표고버섯 성장을 돕는 재배용 신물질을 개발해 사업하고 있던 중, 새로운 먹거리로 대체육류를 주목했다”라며, “하지만, 대체육류 개발은 녹록치 않았다. 무엇보다 콩을 포함한 곡물을 이용한 기술 특허는 해외에 빼곡했다. 기존과 같은 방법으로 시장에 도전하기 어려웠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와중에 해조류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다시 의문이 들었다. 왜 하필 해조류일까.
김 대표는 “대체육류는 결국 고기여야 한다. 실제 고기는 아니지만, 고기 맛이 나야 한다는 뜻이다. 고기 맛은 헴(HEME) 분자에서 나온다. 우리가 흔히 먹는 햄(HAM)이 아니다. 식품에서 의미하는 '헴'은 철분과 아미노산이 결합한 분자를 뜻한다[좁은 의미로는 철분만을 헴(HEME)이라고도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쉽게 설명하면, 헴(HEME)이 있어야 고기 맛이 난다. 해외 여러 연구기관이 소고기는 왜 소고기 맛이 나고, 돼지고기는 왜 돼지고기 맛이, 닭고기는 왜 닭고기 맛이 나는지 분석해 도달한 연구결과가 헴 분자다. 즉, 대체육류는 어떤 종류의 헴 분자를 어떠한 방법으로 추출해 일정한 비율로 배합하는가로 결론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헴 분자를 찾으려면, 철분이 기본이다. 햄 분자는 철분에 아미노산이 붙는 형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해조류에 철분이 많지 않나? 산후 보양식으로 먹는 미역국에 철분과 칼슘이 풍부한데?”라며, “2017년부터 해조류에서 헴 분자를 찾기 시작했다. 최종적으로 고기맛을 내는 헴 분자를 미역에서 18종, 다시마에서 22종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주)에이치엔노바텍은 그렇게 찾은 헴 분자를 통해 지금의 고기 맛을 내는 대체육류를 개발하는 데 지난 2년 동안 약 4만 번의 실험을 거쳤다(소고기 실험 2만 번, 닭고기 실험 2만 번). 김 대표가 설명하는 동안 옆자리에서 실제 연구실에서 실험을 거듭한 기술이사는 조용히 쓴 웃음을 지었다. 현재 (주)에이치엔노바텍은 관련 특허 6건을 출원했으며, 해외 출원도 준비 중이다.
기존 대체육류 패티보다 88%↓, 일반 고기보다도 쌉니다
(주)에이치엔노바텍이 고기맛을 내는 헴 분자를 찾은 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햄버거 패티다. 선두주자인 비욘드 미트, 임파서블 푸드의 핵심 제품 역시 햄버거 패티다. 목표는 간단했다. 어떻게 하면 기존 대체육류와 비교해 맛 좋고, 가격도 싼, 대체육류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까?
그렇게 찾은 것이 생선 연육이다. 흰살 생선을 어묵처럼 으깨고, 여기에 가루형태인 헴 분자를 섞는다. 그리고 양파와 소금, 후추를 넣어 햄버거 패티 모양을 만들고, 구웠다. 그렇게 찾았다. 고기 맛을 내는, 해조류에서 추출한 헴 분자를 섞은 생선 연육이라는 대체육류를. 가격경쟁력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실제로 (주)에이치엔노바텍이 개발한 대체육류 햄버거 패티는 기존 대체육류 햄버거 패티와 비교해 88% 더 저렴하다.
(주)에이치엔노바텍은 올해 초년부터 대체육류로 햄버거 패티와 동그랑땡, 치킨 너겟 등을 시제품으로 완성해 전시회와 시식회 등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전시회에서 일반 관람객을 만나 시식을 권유했다.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고기 맛이 난다!”고.
김 대표는 “대체 육류 생산 과정은 빠르고 쉽다. 생선 연육에 헴 분자를 섞기만 하면 끝난다. 실제로 어묵을 생산하는 공장에 우리가 개발한 헴 분자를 가지고 가서 바로 시제품을 생산 중이다”라며, “소고기맛 햄버거 패티, 동그랑땡, 치킨 너겟 등 시제품도 완성했다. 햄버거 패티의 경우 일반 육류 패티와 비교해 20%, 동그랑땡은 시중에 판매하는 냉동 동그랑땡과 비교해 5%, 치킨 너겟은 시중에 판매 제품보다 20% 가량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헴(HEME)'분자 1톤, 대체육류 70톤 생산 가능
초기 투자 제의도 들어왔다. L 엑셀러레이터에서 5,000만 원 시드 투자를 받았다. 최근 헴 분자 생산설비를 위해 약 6억 원 규모 투자 계약을 마무리 중이다. 하루 1톤 규모의 헴 분자를 생산하기 위한 투자금. 헴 분자 1톤이면, 대체육류 70톤을 생산할 수 있다. 즉, 헴 분자 생산은 (주)에이치엔노바텍이, 대체육류 완성품은 기존 식품 공장과 연계해 진행하는 방식이다.
현재 이 회사 직원은 15년 가까이 나노소재를 개발한 기술이사를 포함해 총 5명으로, 대부분 50대~60대다. 그만큼 개발 능력 만큼은 풍부하다. 지금 도전을 꼭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다.
회사가 원하는 것은 투자 유치다. 당장의 생산 설비 확충과 당장의 운영 자금이다. 대체육류 시제품을 맛본 식품 업체들이 생산량만 담보할 수 있다면 구매도 약속했다. 지금, (주)에이치엔노바텍에게는,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출발선에 설 수 있는 자금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