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사업 진입장벽 없앤 중국 '투야'의 비즈니스모델
[IT동아 김영우 기자] 퇴근길에 집 근처로 오니 에어컨과 제습기가 스스로 켜져서 적절한 실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자동 급여기가 이미 반려견에게 먹이를 준 상태다. 우유가 떨어졌는데 냉장고가 이를 감지해 스스로 배달주문을 했다.
위와 같은 상황은 1990년대 말이나 2000년대 초 까지만 해도 ‘미래의 모습’을 그린 어린이용 과학도서에 나올 만한 광경이었지만 2020년 현재, 이는 현실이 되었다. 생활 속에 접하는 기기들이 인터넷 접속 기능을 품고 긴밀하게 연동하는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기술이 본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IoT 기술은 AI(인공지능)나 클라우드 등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주요 구성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IoT 기기를 통해 수집된 각종 정보는 네트워크를 통해 클라우드 상의 빅데이터가 되며 이를 기반으로 AI는 각 상황에 맞는 적절한 판단을 내려 IoT 기기로 다시 명령을 전달한다. AI가 두뇌, 클라우드가 몸통이라면 IoT 관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는 눈이나 코, 혹은 손발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말로 많은 기업들이 IoT 관련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의 대기업들은 단순히 IoT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 자사의 IoT ‘생태계’를 시장에 확산시키는데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비슷한 기능을 가진 IoT 기기라도 어떤 생태계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호환성이나 향후 업그레이드 가능성, 그리고 타 기기와의 연동성에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전등이나 에어컨은 A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제습기나 스마트워치는 B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각 제품 간의 연동능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미 IoT 시장에는 정말 여러 생태계가 공존하고 있다. 삼성 스마트씽스, 구글 홈, 아마존 알렉사, 애플 홈키트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으며, 특히 이동통신사들의 IoT 생태계는 월 요금 기반으로 서비스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그리고 IoT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어 자체적인 생태계 구축에 어려움이 있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IoT 시장에 참여하는데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투야(Tuya)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투야는 IoT 관련 핵심 부품인 통신 모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해당 모듈을 이용한 수많은 IoT 제품의 표준 플랫폼, 그리고 이를 제어하는 앱, 그리고 이들을 통합 제어하는 클라우드까지 서비스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솔루션들을 투야 자체 브랜드로 제품화해 파는 것이 아니라 3만여개의 제조사에 투야의 플랫폼을 공유해 제품을 생산, OEM(위탁생산)이나 OD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고객사들에게 제품을 공급한다.
이를테면 IoT 기반 제품에 사업 아이디어는 있지만 제품 설계나 생산능력이 없는 기업의 경우, 투야에서 미리 준비해 둔 표준 플랫폼 중 원하는 것을 골라 주문한 후 자사의 브랜드를 붙여 판매할 수 있다. 투야는 전등이나 스마트 플러그, CCTV, 도어록, 공기청정기와 같이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IoT 제품 외에 전동 커튼, 사료 급여기, 체중계, 그리고 각종 제어기 등 500여 종류의 제품 표준 플랫폼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투야 기반 IoT 제품들은 이들을 통합 제어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및 클라우드 서비스인 ‘투야 스마트’를 이용할 수 있다. 때문에 자금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도 비교적 충실한 IoT 통합 제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투야의 모듈을 탑재한 IoT 제품은 출시 브랜드와 상관없이 투야 스마트에 호환되므로 여러 브랜드의 IoT 기기를 이용하더라도 통합 제어가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주문 내용에 따라 구글이나 아마존 등의 타사 IoT 생태계에 호환되는 제품을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2020년 현재 투야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미 전세계 18만개에 달하는 파트너사를 통해 9만개 이상의 투야 기반 제품이 나온 상태다. 투야의 파트너사 중에는 지멘스, 드롱기, 에이수스, 레노버, 월풀, TCL, 금호타이어 등 익히 알려진 브랜드도 많으며, 그 이상으로 수많은 중소 브랜드에서 투야 기반의 IoT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고 있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투야의 한국내 플랫폼 파트너사로서 국내 기업들의 IoT 기술 도입 및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는 ㈜애니온넷(AnyOnNet)의 김주혁 총괄사장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IoT 관련 사업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라도 투야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IoT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라며 “특히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