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이팅: '찐' 활어회 주문하면 수산시장 회 떠서 배달해 드립니다
[스케일업 X 서울먹거리창업센터] 바다드림 (1)
스타트업의 현실적인 문제, 성장(Scale-Up)을 돕고 있는 저희 스케일업팀은 2020년을 맞아 서울먹거리창업센터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12월 개관한 서울먹거리창업센터는 서울시가 가락시장 현대화 시설인 가람골 1관과 2관 3층에 농식품(Food·Agri Tech) 분야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개설한 지원 센터입니다.
서울먹거리창업센터는 개소 이후 지난 6월까지 누적 보육 스타트업 89개사, 누적 매출 266억 원, 고용창출 146명, 투자유치 49억 원 등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무엇보다 농업 생산물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식품가공기술, 인허가, 특허, 디자인, 홍보·마케팅을 지원 중이죠.
지난주 저희 스케일업팀은 뜨거운 물에 넣고 3초만 기다리면 육수를 만들어주는 고체형 육수 '순간'을 개발한 스타트업 델리스를 알려드렸습니다. 이번에는 노량진수산시장을 거점으로 새벽 경매에 참여해 품질 좋은 회를 고객 식탁 위로 배달하는 O2O 플랫폼 '회이팅'을 개발한 바다드림(대표 김영선)을 소개합니다.
참고로 바다드림팀은 지난해 1월 진행했던 '2019 스케일업 코리아'에도 참여했었습니다. 당시 아쉽게 최종 선정 명단에는 들지 못했는데요, 응모한 스타트업 모두 성장 가능성은 충분했지만 모두를 지원하기에 저희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저희와 다시 만난 바다드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좋은 회'라는 기본을 지키고 있습니다
회이팅. '회'와 '식사(Eating)'을 더한 합성어, 바다드림이 서비스하는 수산물 주문 O2O 서비스의 이름이다. 쉽게 설명하면, 회 배달 서비스다.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시키듯, 회를 주문하면 배달해 준다.
'회 배달 서비스? 지금도 그냥 시킬 수 있는 것 아니야?'
맞다. 그동안 회는 먹거리 특성상 배달이 어려웠을 뿐, 유통 인프라가 고도화되며 누구든 시켜먹을 수 있는 서비스가 됐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배달 앱 메뉴에서도 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늘회, 진해만어부처럼 회를 배달해 주는 스타트업도 다수 등장했고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도 회를 배달해준다. 더 이상 수산시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집에서 회를 맛볼 수 있는 시대다. 회는 이제 보편화된 배달 음식이다.
그렇다면 바다드림이 회 배달 서비스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기본이다. 바다드림은 더 나은 맛, 품질을 자랑한다.
회이팅 사무실은 노량진수산시장 4층에 있다. 지난 1927년 서울역 앞 의주로에서 시작한 노량진수산시장은 80년 넘게 국내 내륙 최대 수산물 전문 도매시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1년 12달 365일, 설과 추석을 제외한 매일 밤 경매사들이 새벽을 밝힌다. 연근해, 양식, 원양, 수입 수산물을 취급하는 어민, 산지 중도매인, 산지 유통인, 수입업자 등이 모두 모여 노량진수산시장을 지탱한다.
바다드림은 노량진수산시장 경매에 참여한다. 전날 받은 주문량만큼 경매에서 물량을 확보하고, 회를 쳐서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 배달한다. 품질 차이는 여기서 발생한다. 좋은 수산물을 배송한다는 자신감이다. 경매에 참여해 맛 좋은, 품질 좋은 횟감을 찾는다.
광어를 예로 들어보자. 보통 횟집에서 판매하는 광어는 1~1.5kg 크기로 3~4인분이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광어를 구입할 때에도 상인들은 이 크기를 추천한다. 이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흰 살 생선은 크기가 클수록 맛있다. 3kg 이상 크기인 대광어는 회를 뜨면 더 두껍고, 쫄깃하다. 씹는 맛이 있고 식감이 즐겁다.
다만 대광어를 맛볼 기회가 흔하지는 않다. 4명이 먹기에 양이 많다. 대광어를 맛보자고 5~6명이 횟집에 가는 일은 드물 뿐더러 4명 이상이 횟집을 찾아가면 메뉴를 섞는 경우가 많다. 광어와 우럭을 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결국 대광어는 몇몇 아는 사람에게만 돌아간다. 바다드림은 이 부분에 주목했다. 전날 받은 주문량에 따라 경매에서 대광어를 받고, 1인분으로 소분해 배달한다. 바다드림 김영선 대표는 "항상 경매에서 가장 큰 수산물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전날 받은 주문은 매일 저녁 8시에 취합해 지정 중매인(바다드림 경매인)에게 전달한다. 받은 수산물은 하루동안 수족관에 넣고, 고객이 받길 원하는 시간에 맞춰 회를 뜬다. 그리고 배송 시간을 계산해 약 4시간 동안 0~5도로 숙성한다. 부경대 조영제 교수가 연구를 통해 발표한, 회의 감칠맛을 더하는 '이노신산'이 가장 많이 나오는 시간이다. 김 대표는 "활어는 바로 회를 떠먹는 것보다 4시간 숙성한 게 더 맛있다"고 설명한다.
고기를 먼저 찾던 직장인이 수산시장에 뛰어든 이유
김 대표는 사실 회보다 고기를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생선 보는 법, 좋은 횟감을 찾는 법도 몰랐다. 그는 바다드림을 창업하기 전 선불카드 회사에 다녔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우연히 맛본 회 맛을 잊지 못한다.
김 대표는 "당시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선불카드를 활용한 시장 활성화 방안을 의뢰해 자연스레 회를 접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프로젝트 담당 직원과 회를 먹으러 갔는데, 그 맛을 잊지 못한다"며, "씹을수록 회가 맛있었다. 회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추천하니 같은 반응이 나왔다. 지인이 '광어가 이런 맛이었냐', '내가 지금까지 먹은 회는 대체 뭐냐'고 말하더라. 그게 바로 창업을 결심한 이유"라고 말했다.
2017년 11월, 김 대표는 지금의 회이팅 서비스를 떠올렸다. 그해 12월 퇴사한 그는 이듬해 1월 퇴직금과 모아둔 돈을 탈탈 털어 창업에 뛰어들었다. "집안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당신은 밖에서 일하라"는 아내의 응원이 뒤따랐다. 상반기에는 홈페이지 개발 및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시간을 보냈다. 당장 한 푼 없는 매출을 위해 인터파크 비즈마켓에서 전복, 킹크랩 등 비가공수산물을 판매하기도 했다. 10월 초, 드디어 회이팅 서비스를 오픈했다.
본격적으로 회를 판매하기 시작한 건 2018년 겨울부터다. 겨울 제철 회는 방어다. 보통은 7kg 이상을 대방어라 부르고, 상인들은 10kg 이상을 대방어라 말한다. 이에 회이팅은 15kg 이상 대방어를 기획전으로 진행했다. 에피소드도 많다. 대방어를 경매로 받아 소분했지만, 주문량이 많지는 않았던 것. 남는 회만큼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지만,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어느새 바다드림을 창업한지 2년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처음 서비스를 런칭하고 홈페이지 운영을 시작했을 때 매출은 200만 원에 불과했다. 올해 6월에는 매출이 4800만 원으로 성장했다. 수치로만 보면 24배 성장한 셈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김 대표는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고 푸념한다. 김호섭 이사와 둘이 열심히 뛰어다니던 창업 초기와는 상황이 다르다. 필요한 인원을 충원하다 보니 어느새 7명이 바다드림과 함께한다. 회 전문 쉐프, 포장과 송장 작업을 하는 배송 유통 직원, 홈페이지 운영 개발자, 디자이너 등이 합류했다. 늘어난 매출만큼 지출도 늘었다.
힘들지만 한 걸음씩, 여전히 걷고 있습니다
바다드림은 창업 이후 고객 데이터를 쌓아왔다. 흰 생선을 선호하는 고객, 붉은 생선을 주문하는 고객, 1년 내내 광어만 찾는 고객, 쫄깃한 회를 좋아하는 고객, 두꺼운 회를 좋아하는 고객 등 데이터가 쌓였다. 이는 향후 고객에 맞춰 메뉴를 추천할 수 있는 밑거름이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출하량과 판매량도 분석 중이다. 방어는 겨울 제출 생선이지만 11월과 12월에 맛이 다르다. 봄 제철 생선인 숭어도 3월과 4월 맛이 다르다. 3월 초 서해안에서 잡은 숭어와 4월 초 남해안에서 잡은 숭어도 맛이 다르다. 이처럼 원산지와 날짜에 따라 횟감에 차이가 있다. 수산물은 계절, 날씨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수확량이나 어종도 달라진다. 경험하는 모든 것이 데이터다.
외부 네트워크도 넓히고 있다. 바다드림은 지난해 6월 한국전복산업연합회와 '착한전복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어업인과 수산물 업체에는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소비자에게 산지에서 직송한 신선한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기획한 프로젝트다.
회이팅 홈페이지로 서비스를 시작한 바다드림은 모바일 앱도 런칭했고 수협, 농협, 롯데온 등으로 판로도 확대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협력해 오프라인에서 회를 판매할 수 있도록 거점도 마련했다. 또 다른 편의점과도 협의 중이다.
그 밖에도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하나씩 늘리고 있다. 환경을 생각해 고안한 친환경 포장지, 포장 속 내용물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스티커, 회를 활용한 케이터링 서비스 등을 늘려가고 있다. 배달 받은 회가 안전한지 색깔로 확인할 수 있는 센서도 개발 고도화 중이다.
사실 바다드림 김 대표와는 구면이다. 2018년 10월 처음 만나, 작년 스케일업 코리아 프로젝트까지 오며 가며 만났다. 김 대표는 "창업 후 지난 2년 6개월 동안 많이 늙은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노량진수산시장을 찾는 사람도 많이 줄었다. 이것저것 시도하고 있는 건 많은데 만족할만한 성과는 아직인 것 같다"며 웃었다. 실제로 지난 2년간 김 대표는 흰머리가 꽤 많이 늘었다. 그래도 여전히 그는 미소를 짓는다. 아직 경험을 쌓고 있다고 말한다. 당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잠시 뜸을 들인 뒤 이렇게 말했다.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해요. 매출도 늘려야 하고 바다드림, 회이팅을 고객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해요. 이벤트, 홍보, 마케팅 등을 진행하고 싶은데 현 시점에서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도움과 조언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글 / IT동아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