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창대했는데 끝은 미약? 네이버통장 현황은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Naver)의 확장 행보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2016년을 전후로 국내 시장에선 금융과 IT 기술을 결합하는 핀테크(Fintech, Financial + Tech)가 큰 인기를 끌었다. 비대면 서비스나 간편 서비스로 일반 금융 서비스 이용자들을 포용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뒤이어 IT 기업이 금융과 결합하는 테크핀(Tech +Fin)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카카오뱅크, 케이벵크처럼 전통적인 금융사와는 또 다른 형태의 금융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IT공룡인 네이버 역시 네이버페이를 확장하기 위해 2019년 11월, 금융 부문을 네이버파이낸셜로 분사해 독자 행보를 시작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2015년 등장한 네이버페이를 통해 쌓인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금융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고, 네이버 쇼핑에 참여하고 있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자연스럽게 금융으로 유도해 새로운 수익 사업 모델에 도전하게 됐다. 하지만 금융업 라이선스를 통해 은행을 설립한 카카오와 다르게, 미래에셋과 협업하여 금융계에 간접적으로 진출하는 방식을 채택했는데, 그렇게 등장한 것이 ‘네이버통장’이다.

지난 6월 8일 시작한 네이버 통장은 ‘전월실적 조건없이 매일매일 연 3%’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사실상 제로금리인 상황에서 나온 파격적인 조건인지라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네이버 페이 사용 시 혜택을 주는 네이버플러스 가입 시 최대 9% (월 20만 원 한도)를 포인트로 받을 수 있어 알뜰한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는데 성공했다. 조건만 보면 안쓸 이유가 없는 서비스지만, 현 상황은 어떨까.

연 3% 이자 마감을 앞둔 지금, 네이버통장의 입지는?

초기에는 ‘NPay X 미래에셋대우’라고 표기했지만, 지금은 ‘미래에셋대우 CMA’라고 명확히 표기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초기에는 ‘NPay X 미래에셋대우’라고 표기했지만, 지금은 ‘미래에셋대우 CMA’라고 명확히 표기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현재 네이버통장은 2020년 8월 31일까지 가입 시 구매 실적과 관계없이 100만 원 한도, 세전 수익률 연 3%를 제공한다고 밝힌 상황. 그런데 이 금액을 넘어설 경우 혜택이 줄어든다. 100만 원에서 1,000만 원 이내 금액은 연 1% 약정 수익률, 1,000만 원 이상은 연 0.35% 수익률을 제공하니 3% 이자를 받는다면 돌려받는 금액은 최대 3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9월 1일부터는 네이버페이 구매 실적에 따라 골드 등급 시 수익률 연 3%(세전), 실버 등급에서 연 1%가 제공된다. 골드 등급은 전월 실적 10만 원 이상이며, 100만원 한도 초과시 금액별 차등 금리가 제공된다. 실버 등급은 전월 구매 실적이 10만 원 이하인 경우다.

문제는 네이버통장은 일반 입출금 통장이 아닌 RP(환매조건부채권)에 투자하는 CMA(자산관리계좌) 통장이라는 점이다. 순수하게 이자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예치한 금액을 국채, 지방채, 은행채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해서 나오는 수익을 이자로 제공하는 것이다. 게다가 CMA 특성상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5,000만 원 이하의 예치금에 대해서도 보호받지 못하므로 고액을 예치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운영주체가 네이버가 아닌 미래에셋인 점도 논점으로 떠올랐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6월 말, 금융투자협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통장 명칭에 CMA를 명시하라는 권고를 내렸고, 네이버통장이 이를 수용해 CMA라는 이름이 추가됐다. 이어 네이버통장 자체가 금융투자업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네이버파이낸셜이 관련 인가를 받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후속 대책을 논의 중이다.

네이버 멤버십 플러스를 활용해 9% 혜택을 받는 방법,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 출처=네이버
네이버 멤버십 플러스를 활용해 9% 혜택을 받는 방법,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 출처=네이버

최대 9%로 명시된 포인트 한도 역시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네이버 멤버십은 월 4,900원에 유로로 이용하는 서비스인데, 이 서비스 가입자는 네이버페이로 구매 시 4%의 추가 적립금을 포인트로 받고, 20만 원 초과된 금액부터 200만 원까지 추가로 1% 적립이 이뤄진다. 그리고 이런 혜택은 ‘NPay+’ 아이콘이 있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또한, 결제 시 네이버 충전 포인트로 결제해야 1.5% 혜택을 받고, 통장을 사용해야 0.5% 가산이 붙는다. 최종적으로 ‘특가창고 추가적립’인 제품을 사야 9% 중복 적립 혜택을 받는다.

지나치게 복잡한 셈법이 발목 잡아

CMA 통장이라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실적에 따른 차등 수입 지급으로 인한 피로감이 원인으로 손꼽힌다. 출처=IT동아
CMA 통장이라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실적에 따른 차등 수입 지급으로 인한 피로감이 원인으로 손꼽힌다. 출처=IT동아

연 3% 이자가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월 10만 원 실적을 꾸준히 유지하고, 100만 원 미만 금액에 대해서만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차근차근 따져봤을 때 혜택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셈법이 복잡해 피로감이 크고, 네이버페이에 종속되어야 하는 조건이어서 사용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네이버통장 가입자 수가 출시 한 달 사이 약 27만 건, 두 달 기간으로 약 35~40만 건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7년 카카오뱅크가 영업 개시 한 달 만에 가입자 300만, 출범 165일 만에 500만 명을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초기 진입자 수보다는, 장기적으로 끌고가는 사용자 수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으니 현재로선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긴 이르다.

테크핀 자체의 영향력은 이미 기존 금융 시장을 위협하고 있고, 네이버의 시장 입지는 절대적이다. 아울러 간편결제 시장 성장으로 인한 유입이 꾸준할 것이며, 금융과 IT기업을 구분하는 규제도 다듬어지고 있다. 현재 네이버는 네이버 통장에 이어 대출, 보험까지 뛰어들 예정이다. 앞으로의 행보가 꾸준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좀 더 소비자 중심적인 사용법을 갖춰야 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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