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완성도 위에 이뤄진 과감한 실험’ 소니 WH-1000X M4
[IT동아 강형석 기자] 소니의 헤드폰 제품군 중 하나는 ‘1000X’는 많은 의미에서 큰 변화를 줬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선 일부 제조사의 전유물이었던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ling)’을 대중화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 제품을 시작으로 많은 제조사들이 헤드폰에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넣기 시작했다.
소니 1000X 제품군은 단순히 외부 소음을 억제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소음을 들을 수 있는 ‘퀵 어텐션(Quick Attention)’ 기능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헤드폰을 벗지 않고 다양한 활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소음 처리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세대를 거듭했는데, 이런 1000X가 이제 4세대로 진화했다. 이번에는 어떤 기술을 담아냈을까?
3세대와 비슷한데 약간은 다른 듯
일단 육안으로 봤을 때, 4세대는 3세대와 큰 차이가 없다. 사실상 그냥 동일하다 봐도 무방한 수준. 일부 부품의 마감에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인 틀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말할 정도는 아니다. 구체적으로 언급한다면 헤어밴드 좌우에 있는 마감은 여전히 플라스틱이지만, 밴드 끝 마감을 금속 느낌을 줬던 3세대와 다르게 4세대는 본체와 동일한 색상을 적용했다. 그것 뿐이다.
손에 쥐니 무게가 가벼웠다. 무게는 약 250g 정도로 측정됐다. 이전의 255g 대비 5g 줄었다. 우선 헤드폰에 있어 무게는 장시간 착용감에 영향을 일부 주기에 내구성과 무게 사이를 잘 조율해야 된다. 이 부분의 완성도는 높다고 봐도 무방하다. 손 끝에 느껴지는 감촉은 3세대 1000X와 비슷하다. 사실 2년 전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던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처음 만났던 기억을 더듬어야 하기에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머리 위에 닿는 부분(헤어밴드)은 연한 인조가죽 느낌의 재질로 마무리 되어 있고, 외형(하우징)도 마감도 기존과 동일한 수준이다. 힌지 부분에 있는 소니 로고는 여전히 양각이고, 금색으로 도장이 이뤄져 고급스러움을 전달한다. 소음 인식 마이크 주변에 있는 금색 도장 역시 여전하다.
이어폰 안 쪽, 특히 왼쪽에는 눈에 띄는 장치가 있다. 사각형 모양의 센서가 있는데, 사용자가 헤드폰을 썼는지 벗었는지 여부를 감지하는 센서가 아닌가 추측된다. 실제로 왼쪽 유닛은 개방된 상태로 오른쪽 유닛만 귀에 가져가니 소리가 나지 않았으며, 그 반대로 하면 소리가 출력되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계속 재생이 이뤄지면 결국 배터리를 소모하게 되고 장시간 사용에 영향을 준다. 필요할 때 재생하고 그렇지 않을 때 대기 상태로 전환하면 그만큼 더 많은 배터리 지속 시간을 갖는다. 1000X M4가 노이즈 캔슬링 활성화 상태에서 최대 30 시간 사용 가능(제조사 기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봐도 무방하겠다.
연결은 기존과 동일한 USB-C 규격을 지원한다. 이 단자는 타원형으로 형태로 기존 마이크로-USB와 달리 위치에 따른 구분이 없어 부품 손상이나 연결 편의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최근 기기는 거의 대부분 이 단자를 사용하고 있어 케이블 호환성에도 문제가 없다는 이점도 있다.
버튼 구성은 단순하다. 왼쪽 유닛에 전원 버튼(오래 누르고 있으면 무선 연결)과 소음 모드 전환 버튼(오래 누르고 있으면 노이즈 캔슬링 측정) 두 개가 전부다. 수는 적어도 필요한 기능은 다 있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헤드폰 커넥트)으로도 제어 가능하므로 아쉬움은 적다.
여전히 뛰어난 노이즈 캔슬링 성능, 음질도 충분
이제 4세대로 진화한 WH-1000X M4를 경험해 볼 차례. 청음을 위해 기자가 보유 중인 갤럭시 S20 울트라를 활용했다. 음원은 AAC와 LDAC 모두 활용했으며, 이에 따라 음원 재생 플레이어도 멜론(320K AAC)과 타이달(하이파이 혹은 마스터)을 실행하기로 했다.
먼저 기존 1000X는 소니 자체 고해상 음원 전송 기술인 엘댁(LDAC)과 에이피티엑스 에이치디(aptX HD)를 모두 지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aptX HD가 없다. 대신 LDAC만 지원하고 있으니 참고하자. 물론 고해상 음원 기술을 지원한다고 해서 반드시 음질이 좋다는 보장은 없다.
우선 헤드폰 커넥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보니 처음 연결은 AAC로 되어 있다. 최신 스마트폰 대부분은 LDAC을 지원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설정 내 블루투스 메뉴에서 LDAC을 활성화시켜야 된다. 활성화가 되면 앱 내에 있는 헤드폰 이미지에 LDAC이라고 표시된다. 다른 방식으로 연결되어도 동일하게 표시되니 내 헤드폰이 어떻게 무선 연결되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기본 음질은 전형적인 소니 헤드폰이다. 저음은 충분히 단단하며 중고음도 갈라지지 않고 잘 표현해낸다. 자극적이지 않은 것이 소니 헤드폰의 장점, 반면 강한 소리를 좋아하는 소비자가 청음할 경우에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LDAC으로 고해상 음원을 감상하면 조금 더 낫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소리를 들려준다. 반대로 LDAC을 선택한 뒤에 손실 음원을 재생할 경우에는 음질에 큰 차이는 느낄 수 없었다.
손실 음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 바로 디지털 소리 강화 엔진 익스트림(DSEE Extreme)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음원 장르와 악기를 실시간으로 분석, 최대한 본연의 음질과 소리를 구현한다. 이 기술은 손실된 음원의 비어 있는 소리 구간을 복원하게 된다. 손실 음원(대표적으로 MP3)의 빈 곳을 채워 넣어 소리를 풍부하게 재현해낸다. 이 역시 헤드폰 커넥트 앱에서 추가 가능하다.
그런데 확연히 이 기능을 실행하니 이질감이 꽤 크다. 동일한 음원을 가지고 손실 혹은 고해상 음원으로 감상하니 과장된 소리가 들려온다. 가급적 LDAC이 아닌 일반 무선 연결 상태에서 음원 감상을 하려면 디지털 소리 강화 엔진 익스트림(DSEE Extreme)은 쓰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참고로 LDAC이 실행되면 디지털 소리 강화 엔진 익스트림은 활성화가 안 된다.
소니는 인공지능을 활용한다고 말하는데, 이것이 학습되어 있는 데이터 기반인지 음원을 지속 재생하면서 학습된 데이터를 이용하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하지만 헤드폰에 탑재되는 장치 특성상 기 학습된 데이터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맞다면 대부분 소니 뮤직의 음원이 해당될 것이고, 일반 음원은 당연히 이 기능을 써도 의미가 없다.
노이즈 캔슬링 실력은 여전히 엄지를 들어줘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외부와 내부에 있는 마이크를 통해 소음을 분석하고 청음에 거슬리는 소음들을 최대한 제거해 준다. 이전 세대에 쓰인 고해상도 노이즈 캔슬링 처리장치 QN1(HD Noise Cancelling Processor QN1)은 수집된 음악과 소음을 초당 700회 이상 감지하고 분석하게 된다.
이번에 추가된 스마트 토크 기능은 의외로 쓰임새가 좋다. 헤드폰 조작 없이도 상대방과 대화가 시작되면 목소리를 인식해 자동으로 음악은 정지되고, 상대의 음성과 주변 소리가 강조된다. 헤드폰을 착용한 채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이야기. 물론, 해당 기능은 활성화/비활성화 선택이 가능하도록 구현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제로 실행되면 음악 감상에 방해가 될 것이니 말이다.
여기에 밀폐형 헤드폰 특유의 차음성까지 더해져 외부 소음은 확실히 잘 차단해준다. 심지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쓰지 않고 헤드폰만 써도 차음 효과가 제법 있다. 착용감도 뛰어나다. 귀에 닿는 이어패드가 위아래로 조금 더 넓어졌다. 때문에 머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더 고르게 분산되고, 장시간 착용해도 귀에 가해지는 부담이 적다.
확실한 개선, 가격도 인하됐다
WH-1000X M4의 장점은 뛰어난 외부 소음 억제 능력과 음질, 착용감 등 다양하다. 이번에는 헤드폰을 벗지 않고도 대화를 하거나 착용 상태를 감지해 재생 및 대기 상태를 전환하는 등 참신한 기능이 대거 쓰이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가격도 45만 9,000원으로 기존 대비 저렴하게 책정되어 만족도 또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도 실제 사용해보니 연속으로 약 28시간 가량 쓸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편이다.
아쉬운 점은 우선 DSEE Extreme의 음질이 기대 이하다. 소리가 너무 과장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차라리 AAC 자체만 설정하고 음원을 감상하거나 가능하다면 LDAC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적응형 소리 제어 기능도 솔직히 별로다.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것 외에도 경고음을 계속 들려줘 거슬린다. 자연스레 비활성화로 손이 가게 된다.
어느덧 4세대로 진화한 1000X, 그러나 동시에 3세대가 44만 9,000원으로 가격 인하됐다. 딱 1만 원 차이인데, 새로 추가된 기능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아주 조금 저렴해진 3세대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물론, 기왕이면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4세대를 쓰는 게 나을 것이다. 결국 그놈이 그놈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