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프로게이머의 게이밍 체어엔 어떤 비밀이? ’시크릿랩 타이탄’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컴퓨터 게임은 의외로 시간 소모가 큰 활동이다. 리그오브레전드는 한 경기당 20~50분가량 소요되고, 배틀그라운드 역시 한 경기당 35분 정도는 걸린다. 턴제 게임인 시드마이어의 문명처럼 시작부터 엔딩까지 최소 이틀은 잡아야 한다. 쉬지 않고 앉아있기는 힘드니 시간을 나눠서 플레이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한 번 마우스를 잡으면 두 세시간 이상 앉아있는 게이머가 많다. 멀티플레이 게임이라면 본인의 행동 하나가 팀의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자리를 뜨기가 어렵다.

자주 일어나서 게임 흐름이 끊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차라리 컴퓨터에 앉아있는 의자를 좋은 것으로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게이밍 체어는 게임 플레이 시 느낄 수 있는 육체의 피로감을 줄여주기 위해 디자인된 의자로, 보통 고성능 자동차의 버킷 시트 형태로 제작해 의자가 착석자를 감싸안는듯한 느낌을 주는 게 특징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이미 게이머뿐만 아니라 BJ나 스트리머, 유튜버를 비롯해 e스포츠 업계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당장 PC방만 가도 게이밍 체어가 없는 곳을 찾기 어려운 수준인데, 가격도 5만 원대에서 10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게이밍 체어, 어떤 점에서 그리도 특별한가.

게이밍 체어의 생김새가 대체로 비슷하긴 하지만, 내외장재나 기능을 보면 가격 차이가 분명하다. 저가형 제품일수록 외형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고, 고가의 제품일수록 편의성과 인체공학성을 중시한다. 앉아보면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그중에서도 이번 달 국내 시장에 진출한 시크릿랩(Secretlab)은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 '페이커(Faker)' 이상혁 선수가 추천하는 제품이라 눈길을 끈다.

시크릿랩(SecretLab)이 지난 7월, 국내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출처=IT동아
시크릿랩(SecretLab)이 지난 7월, 국내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출처=IT동아

시크릿랩은 스타크래프트 II 프로게이머 출신인 이안 알렉산더와 알라릭 추가 공동 설립한 브랜드로, 프로게이머로써 오랜 시간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느낀 피로감과 통증을 개선하기 위해 게이밍 체어를 직접 만든 것이 시작이다. 현재 시크릿랩은 전 세계 60개 이상 국가에서 50만 명이 선택했고, 2019년 라이엇 게임즈와의 파트너십을 체결해 국제대회 공식 게이밍 체어로 활용되고 있다.

시크릿랩이 주력하는 게이밍 체어는 오메가(OMEGA)와 타이탄(TITAN) 두 가지다. 오메가와 타이탄 모두 10가지 색상이 있고, 색상에 따라 프라임 2.0 PU 가죽이나 소프트웨이브 직물, 나파 가죽이 사용된다. 오메가는 최대 180cm, 체중 110Kg까지 권장되며, 작은 신체에 좀 더 알맞다. 제품에는 메모리폼 허리 쿠션과 쿨링젤이 내장된 메모리폼 필로우가 포함되며, 앉았을 때 의자 양쪽면이 부드럽게 신체를 감싸안는다.

더 큰 제품인 타이탄은 175~200cm 신장에 체중 130kg까지 권장된다. 또한, 통합 조절 럼버 서포트라는 경추 교정 파츠가 추가돼있고, 의자 시트가 넓어 양반다리로 앉을 수 있다. 타이탄을 통해 시크릿랩 게이밍 체어의 비밀을 알아보자.

제품에 동봉된 대형 설명서, 다른 제조사는 A4만한 설명서지만, 시크릿랩은 A1만한 사이즈에 인쇄해준다. 출처=IT동아
제품에 동봉된 대형 설명서, 다른 제조사는 A4만한 설명서지만, 시크릿랩은 A1만한 사이즈에 인쇄해준다. 출처=IT동아

게이밍 체어는 배송 편의를 위해 제품이 반만 조립된 반제품 형태로 배송된다. 따라서 핵심 부품 조립은 직접 나사를 조이고 끼워맞춰야 해서, DIY에 익숙치 않은 사람은 실수할 수 있다. 시크릿랩은 이런 소비자 불편을 막기 위해 조립 과정을 대형 코팅지에 인쇄해서 제공하며, 소비자 정품 등록도 별도로 마련한다. 사진 크기가 크고, 자세하게 설명돼있어서 설명서를 바닥에 놓은 상태로 따라서 조립하면 된다.

제품은 반조립 상태로 배송돼 직접 조립해야 한다. 사진은 조립을 거의 끝내기 전 상태다. 출처=IT동아
제품은 반조립 상태로 배송돼 직접 조립해야 한다. 사진은 조립을 거의 끝내기 전 상태다. 출처=IT동아

제품은 크게 바퀴가 달린 오발 파트, 사용자가 기대어 앉는 시트, 그리고 이 두 부분을 연결하는 시트 포스트로 돼 있다. 조립 방법은 설명서를 보고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먼저 시트 부분은 등받이와 바닥 부분을 결합해야 한다. 결합 시 정해진 순서에 측면 결합부를 나사로 고정하기만 하면 끝난다. 다만 처음 그대로 조립이 끝나면 허리 받침이 45도로 꺾여있는데, 오른쪽의 'Caution' 안에 있는 빨간 나사를 돌려 뺀 뒤 레버를 위로 올리면 허리 부분이 펴진다. 하단 부분에 있는 팔걸이는 처음부터 조립된 상태인데, 폭을 조절할 때만 아래 고정된 나사를 빼서 조절하면 된다.

아래 오발 파트는 패키지 내 있는 바퀴를 빼서 오발 끝에 있는 구멍에 힘줘서 꽂아 넣으면 된다. 그다음 오발 파트 중앙에 있는 구멍에 기둥에 가스 피스톤을 꽂고 가스 피스톤 커버를 끼워넣으면 끝난다. 마무리로 의자 하단에 시트 포스트를 나사로 고정하고, 들어서 오발 파트의 포스트에 끼워 넣으면 조립이 끝난다. 이 단계에서 가스 피스톤 커버를 깜빡하고 조립하면, 다시 분리하기 어려우니 잊지 말고 장착하자.

시크릿랩 타이탄 제품 세부 외형. 출처=IT동아
시크릿랩 타이탄 제품 세부 외형. 출처=IT동아

제품은 7가지 디자인이 적용된 프라임(PRIME) 2.0 PU 가죽, 세 가지 색상이 제공되는 소프트웨이브(SoftWeave) 패브릭, 검은색 단일 색상의 나파 가죽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프라임 2.0 PU 가죽은 폴리우레탄 수지 계열의 인조 가죽으로, 천연가죽보다 수분이나 오염에 강하고, 유지 관리가 훨씬 쉽다. 시크릿랩 타이탄에 사용된 프라임 2.0 PU 가죽은 차량 및 제품 인증 서비스 기업 TUV SUD에서 수행한 테스트를 기준으로는 땀, 습도, 굴곡 및 내마모 테스트에서 일반 PU가죽 대비 4배 정도 내구성이 강하다고 한다.

소프트웨이브 패브릭은 직물 재질로, 폭신한 감촉과 통기성이 좋다.리뷰에 사용된 제품이 소프트웨이브 재질인데, 일부분은 소프트웨이브로, 일부분은 스웨이드 느낌으로 처리 돼 있다. 통기성이 좋고 부드러워 오래 앉아있어도 느낌이 좋다. 아울러 나파 가죽 시트모델도 있다. 나파 가죽이란, 일반 천연가죽보다 훨씬 더 부드럽게 가공된 재질로 부드럽고 시원한 특성이 있어 고급 자동차 시트에 빠지지 않고 사용된다.

의자 오른쪽 측면에 배치된 '럼버 서포트', 경추 부분의 높낮이를 맞출 때 쓴다. 출처=IT동아
의자 오른쪽 측면에 배치된 '럼버 서포트', 경추 부분의 높낮이를 맞출 때 쓴다. 출처=IT동아

촉감과 관련된 재질도 중요하지만, 시트의 부드러움을 결정짓는 폼 재질과 인체공학적 디자인도 중요하다. 시크릿랩 의자는 저온 경화 폼믹스라는 특허 재질을 사용해 탄력 있고 자세 유지에도 효과적이다. 보통 오래 앉아 있게 되면 앉은 자리가 배기는데, 살짝만 떼도 원상 복귀 되므로 그런 느낌이 적다.

또한, 자동차 시트에 포함되는 경추보정 장치인 '럼버 서포트'를 내장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시트 중간의 경추 부분이 솟아오르게 되는데, 사용자 척추 곡선에 맞게 조정하면 허리 뒷부분이 뜨지 않고 딱 맞아 허리에 오는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손잡이 역시 네 방향으로 움직이며, 금속 부품으로 돼있다. 출처=IT동아
손잡이 역시 네 방향으로 움직이며, 금속 부품으로 돼있다. 출처=IT동아

팔 받침대(암레스트)도 여타의 게이밍 체어보다 훨씬 고급이다. 기본적으로 장치 동작 부분을 금속으로 제작해 내구성이 뛰어나며, 상단에 PU 커버를 덮어 단단하지만, 탄성이 있다. 팔꿈치를 올렸을 때 약간 패이는 느낌이 들어 오랜 시간 있어도 잘 맞는 느낌이다. 이 팔 받침대는 위 아래와 대각선, 앞뒤, 폭 조절까지 지원해 앉은 자세에서 사용자가 편한 팔 위치를 맞춰서 얹을 수 있다.

바퀴 역시 최근 고급 사무용 의자에 채용되고 있는 우레탄 바퀴가 사용됐다. 우레탄 바퀴는 고무와 비슷한 탄력적인 재질로, 바닥에 상처를 내지 않고 조용하게 움직인다. 덕분에 구름감이 좋고, 훨씬 부드럽게 이동한다.

착석감은 주관적인 부분이지만, 저가형 제품과 비교해 누구나 느낄 정도의 차이가 있다. 출처=IT동아
착석감은 주관적인 부분이지만, 저가형 제품과 비교해 누구나 느낄 정도의 차이가 있다. 출처=IT동아

착석감은 확연히 달랐다. 저가형 게이밍 체어는 앉은 사람의 자세나 편의보다는, 외형적인 만족감에 무게를 두기 때문에 일반 사무용 의자보다도 불편하다. 하다못해 20만 원대 제품도 불편한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시크릿랩 타이탄은 외형적인 부분을 만족하면서도, 착석감까지 수준급이었다. 프로게이머인 창업자가 불편하다고 느낀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한 제품이라, 그만큼 완성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일단 20만 원대 국내 브랜드 게이밍 체어와 비교했을 때 좌우로 돌아볼 때의 마찰감이 매우 적고, 다리를 끌어 이동할 때에도 힘이 훨씬 덜 든다. 아울러 주변에 허리를 감싸 안는 부분도 적당히 폼이 들어가 배기지 않는다. 바닥 면이 넓다보니 양반다리로 바꿔가면서 앉기도 좋고, 경추 보정이나 팔걸이 조절로 편하게 앉아있을 수 있었다. 착석감은 주관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 판단하기가 어려운 부분이지만, 분명 저렴한 제품과 비교해 앉으면 누구나 느낄 정도로 착석감에 차이가 있다.

내장재부터 외장재까지 게이머를 위한 느낌

시크릿랩 타이탄 게이밍 체어. 출처=IT동아
시크릿랩 타이탄 게이밍 체어. 출처=IT동아

자동차도 크기나 형태가 비슷해도, 내부 구성에 따라 확연히 차량을 구분할 수 있다. 게이밍 체어 역시 외형이나 형태가 비슷할 순 있어도 내외장재나 기능, 활용도에 따라 제품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다. 특히 레이싱 버킷 시트는 편하게 앉게 만들기 어려운 형태라 저가형 제품으로 갈수록 착석감이 매우 나쁘다. 처음부터 품질이 입증되고, 착석감에 대한 평가가 좋은 제품을 골라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시크릿랩 타이탄은 고품질 외장재와 자세 보호를 위한 설계, 오랜 시간 앉아있어도 불편함 없는 착석감이 인상적이다. 마우스 형태에 경기 기량이 오르내리는 프로게이머들이 시크릿랩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 보니 가격은 55만 원대로, 게이밍 체어 중에서도 상위 가격대다. 10~20만 원대 게이밍 체어로 인해 '게이밍 체어는 원래 불편해'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시크릿랩 게이밍 체어에 앉아본다면 분명 생각이 바뀔 것이다.

글/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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