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클라우드, 기존 교통운수산업의 판 바꾼다
[IT동아]
1996년에 스위스 교통부는 당시 알프스 산맥을 넘나드는 화물 트럭의 물동량이 많아지자 트럭이 내뿜는 매연과 소음이 알프스 산맥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 수 만대에 이르는 화물 트럭을 없애 교통 혼잡과 오염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후 세계에서 가장 길고, 깊은 기차 터널인 고트하르트 터널을 건설하기에 이른다. 현대 공학의 위업으로 탄생한 고트하르트 터널은 민간 및 상업 분야 모두에게 큰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교통과 물류 개선이 이처럼 대규모의 건설 프로젝트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른 산업과 비슷하게 교통 물류 산업에서도 치열해진 경쟁 환경과 초연결 사회 확산으로 많은 기업들이 클라우드 기술을 도입해 효율성과 고객 경험을 높이는 중이고, 나아가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 하고 있는 추세다.
예로 모빌리티 분야를 비롯해 자율주행 기술 전반에 클라우드와 AI(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혁신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컨설팅 전문기업인 피더블유씨(PwC)는 교통 물류 산업을 이끄는 기업의 대표 중 68%는 서비스 공급과 관련된 핵심 기술 변화로 향후 5년간 업계에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봤고, 65%는 유통 채널의 발전이 산업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특히, 클라우드와 AI 기술의 결합은 수요 예측과 경로 최적화, 자율주행 및 길찾기, 이상 감지, 로봇 등 네 가지 주요 분야에서 모빌리티 혁명을 이뤄내며,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에 다양한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물류 브랜드 ‘부릉(VROONG)’을 운영하는 IT 기반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는 클라우드를 활용해 물류 서비스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메쉬코리아는 2륜차 배송 플랫폼으로 확보된 전국 물류망을 기반으로 실시간 외에 당일배송, 4륜차 배송, OMS(운송관리시스템) 등 다양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설립 당시부터 클라우드 서비스를 적극 활용해 빠른 시간 내에 고도화되고 대규모 서비스를 개발해왔다. 아마존 포캐스트(Amazon Forecast)와 같은 AI 서비스를 활용해 배송 수요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고, 아마존 세이지메이커(Amazon SageMaker)로 배달 기사들의 자동 추천 배차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등 기존 물류 시장에서 제공하지 않았던 혁신적인 서비스들을 빠르게 시장에 선보였다.
미국의 디지털 화물 네트워크인 콘보이(Convoy)는 머신러닝을 이용해 경로를 최적화한다. 미국의 트럭운송업은 미국 전역에 분산되어 있는 브로커 네트워크를 통해 비효율적으로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매년 트럭 운전자들이 운전하는 이동 거리 950억 마일(약 1,530억km) 중 40%는 빈트럭이다. 콘보이는 수백만에 달하는 선적 작업을 분석해 화물 트럭과 연결, 빈트럭으로 이동하는 거리를 줄이고 수익 개선과 배기가스 배출량 절감 효과도 거두고 있다.
운전자 부족도 문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자율주행 트럭 기업 투심플(TuSimple)의 기술팀은 100마일(약 161km)이 넘는 거리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배송할 수 있도록 100개 이상의 클라우드 기반 AI 모듈을 배치했다. 화물을 적재한 트럭이 시간당 65마일(약 105km)을 주행하는 동안에도 투심플의 인공지능은 같은 도로를 달리는 차량 유형과 속도를 파악해 투심플 트럭을 오차 범위 5cm의 정확도로 차선 내에 안전하게 주행하도록 돕는다.
동남아시아 차량호출회사 그랩(Grab)은 실시간 차량 연결과 배정 구조의 개선을 원했다. 150만 건의 차량 예약을 지원하는 실시간 데이터 연산 및 데이터 실시간 처리를 위해 머신러닝을 도입해 차량 연결 및 배정 능력을 30% 가량 개선했다.
AI와 머신러닝이 교통 물류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예는 AI 기반 시계열 분석 솔루션을 사용하는 미국의 차량 공유 기업 리프트(Lyft)에서 찾아볼 수 있다. AI를 활용한 이 기술은 대규모 사업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변칙 요인들을 자동으로 파악하고, 점검이 필요한 사고를 탐지한다. 리프트는 전문 데이터 과학에 대대적인 투자나 수작업으로 대시보드를 점검할 필요가 없어져 큰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예측의 정확성 또한 교통 물류 분야 기업에게 중요한 요소다. 아랍에미리트의 아라맥스(Aramex)는 국내외 특급배송, 화물운송 및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매분 수천 건의 요청을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이 회사는 개발자와 데이터 과학자들이 AI 및 머신러닝 모델을 훈련, 구축, 배포할 수 있도록 완전 관리형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도입했다. 그 결과 운송소요시간 예측 정확성을 74% 가량 개선했으며, 이를 통해 배송 관련 문의 전화의 40% 정도를 줄일 수 있었다.
아마존도 예외가 아니다. 클라우드 기반 AI 및 머신러닝 기술은 아마존닷컴이 매년 수십억 건의 택배를 고객이 주문하는 순간부터 배송까지 문제없이 효율적으로 처리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다. 아마존은 예측 알고리즘을 활용해 고객이 주문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들을 예측, 창고에 충분한 물량을 미리 확보해 두고 있다. AWS의 AI 및 머신러닝 서비스를 활용해 물류센터 로봇, 배송 파트너사와의 협업은 물론 배송 경로도 최적화하고 있다.
여러 사례로 알 수 있는 점은 경쟁력 확보가 더욱 중요해진 물류 교통 산업에서, 클라우드와 AI와 같은 핵심 기술이 경쟁력 확보와 기업 수익성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클라우드로 AI와 머신러닝 기술 접근이 쉬워진 기업들은 첨단 기술 도구의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현재와 미래에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 혁신을 이뤄나가고 있다.
글 / 스와미 시바수브라마니안 (Swami Sivasubramanian) 아마존 머신러닝 부문 부사장
2005년 아마존에 인턴으로 입사해 인공지능/기계학습(AI/ML) 부문 부사장에까지 오른 그는 데이터베이스를 재구성하는 기술 중 하나인 다이나모(Dynamo)를 비롯해 시장을 이끄는 주요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데 앞장섰다. 물류 교통 분야에서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을 도입한 국내외 기업들의 혁신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정리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