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코리아] 클로봇 재무-회계(2) "스타트업, '관리'를 마주하다"
※스타트업에게 재무-회계는 쉽게 넘기 힘든 산입니다. 언뜻 보면 그저 '돈 문제'로 보입니다. 조금만 깊이 가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직접 올라봐야 만만찮단 것을 깨닫는 등산길입니다.
기술개발에만 집중해 온 스타트업이라면 이 문제는 더 어렵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 '스케일업 코리아'가 나셨습니다. 20년 경력 회계 전문가와 함께, 로봇 스타트업 '클로봇'이 품어 온 재무-회계 궁금증을 2차례에 걸쳐 컨설팅 합니다.
지난 기사에서는 회계-재무 관련 지표 가운데 가장 중시해야 할 지표는 무엇인지, 스타트업의 재무적 목표와 매출-현금 사이에서 정확히 알아야 할 포인트 등을 알아봤습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무형자산의 회계관리 방법 등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Q. 연구개발비는 어떻게 회계 처리할까?”
김 대표와의 미팅을 위해 클로봇을 방문했을 때, 출입구에 들어서자 왼쪽에 위치한 ‘기업부설연구소’라는 팻말이 눈에 띄었다.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얼핏 보기에도 잘 정리된 연구소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다른 업무 공간과 확연히 구분되는 별도의 공간에 연구소를 마련할 정도로 회사는 연구개발에 회사 역량의 상당 부분을 투입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클로봇의 재무제표에는 당연히 ‘경상연구개발비’로 상당한 금액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게 다였다. 자산에는 개발비로 표시된 금액이 전혀 없었다. 왜 회사는 연구개발비 중 무형자산에 해당하는 개발비가 전혀 없을까? 의문이 들었다.
회사는 “ROS 기반의 지능형 로봇(자율주행) 플랫폼 설계 기술과 SW Framework 구성, CROMS 기반 로봇 관리 및 관제시스템 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고객 요청에 따라 추가적인 연구와 개발을 진행하고 있을 터였다.
그 때 회계 담당자의 예리한 질문이 날아왔다. 회사가 연구개발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금액 중 일부는 자산화 할 수 있는 것이 아닌지, 그런데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자산화를 해야 하는지 물었다.
일반기업회계기준 제11장 [무형자산]에서는 연구개발비에 대한 무형자산 인식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무형 자산 창출과정을 연구단계와 개발단계로 구분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프로젝트의 연구 단계에서는 미래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무형자산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다. 때문에 이 때 발생한 지출은 무형 자산으로 인식할 수 없고, 발생한 기간의 비용으로 인식한다.
이와 관련, 해당 기준서에서는 연구 단계에 속하는 활동의 일반적인 예로 다음을 들고 있다.
- (1) 새로운 지식을 얻고자 하는 활동
- (2) 연구결과 또는 기타 지식을 탐색, 평가, 최종 선택 및 응용하는 활동
- (3) 재료, 장치, 제품, 공정, 시스템, 용역 등에 대한 여러 가지 대체안을 탐색하는 활동
- (4) 새롭거나 개선된 재료, 장치, 제품, 공정, 시스템, 용역 등에 대한 여러 가지 대체안을 제안, 설계, 평가 및 최종 선택하는 활동
따라서, 위 활동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발생한 지출은 모두 경상연구개발비로 비용처리 해야 한다.
그러나, 연구가 아닌 ‘개발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의 처리 방법은 약간 다르다. 개발 단계에서는 일정한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라면 무형 자산 인식이 가능하다. 그 외의 경우에는 발생한 기간의 비용으로 인식한다.
이른바 ‘개발 단계’에 속하는 활동으로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는 다음을 예시하고 있다.
- (1) 생산 전 또는 사용 전의 시작품과 모형을 설계, 제작 및 시험하는 활동
- (2) 새로운 기술과 관련된 공구, 금형, 주형 등을 설계하는 활동
- (3) 상업적 생산목적이 아닌 소규모의 시험공장을 설계, 건설 및 가동하는 활동
- (4) 새롭거나 개선된 재료, 장치, 제품, 공정, 시스템 및 용역 등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선정된 안을 설계, 제작 및 시험하는 활동
한편, 개발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 (1) 무형자산을 사용 또는 판매하기 위해 그 자산을 완성시킬 수 있는 기술적 실현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 (2) 무형자산을 완성해 그것을 사용하거나 판매하려는 기업의 의도가 있다.
- (3) 완성된 무형자산을 사용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을 제시할 수 있다.
- (4) 무형자산이 어떻게 미래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것인가를 보여줄 수 있다. 예를 들면, 무형자산의 산출물, 그 무형자산에 대한 시장의 존재 또는 무형자산이 내부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면 그 유용성을 제시하여야 한다.
- (5) 무형자산의 개발을 완료하고 그것을 판매 또는 사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금전적 자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할 수 있다.
- (6) 개발단계에서 발생한 무형자산 관련 지출을 신뢰성 있게 구분하여 측정할 수 있다.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조건 중 회계적으로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개발단계에서 발생한 무형자산 관련 지출을 신뢰성 있게 구분하고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개발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을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별로 구분해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전에 프로젝트 진행 단계가 연구단계에 해당하는지, 개발단계에 해당하는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판단을 회계담당자가 할 수 있을까? 연구와 개발은 개발부서의 담당자들이 더 잘 알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회계부서와 현업부서 간의 의사소통과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회사의 올바른 회계처리는 회계부서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현업부서의 협조와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참고로, 연구개발비의 자산화 회계처리는 항상 이슈가 될 만큼 중요하고 까다로운 분야다. 최근에는 제약, 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가 문제가 되어 금융감독원이 대대적인 적정성 점검에 나섰고 제약,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감독지침을 만들기도 했다.
따라서 연구개발비 자산화에 대한 회사의 기준을 마련하는 단계에서는 회사의 상황 등을 고려하여 회계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는 것도 필요할 듯 하다.
“Q. 회계는 깐깐하지만 자애롭고 지혜로운 시어머니?”
김 대표와의 미팅을 마치면서 같이 앉아있던 회계담당자에게 마지막으로 최근에 겪은 애로사항이 무엇이었냐고 물어봤다. 마지막 질문이었고, 사실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같은 답변을 예상했던, 형식적인 질의였다.
담당자 분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최근 김 대표님이 말도 없이 해외에서 판매하는 로봇 하나를 구매했는데 관련 청구서를 전달 받고 적잖이 놀랐다고 했다. 김 대표는 연구를 위해 너무 사고 싶은 로봇이었는데, 갑자기 큰 폭의 가격 할인을 한다고 해 구매하게 됐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김 대표는 나와 처음 만났을 때 회사 재무를 관리/통제하는 체계를 도입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김 대표가 최근에 구매한 로봇의 구매과정에서는 무엇이 문제였을까? 왜 회계 담당자는 청구서를 전달 받고 놀랐다고 했을까? 이 에피소드가 ‘애로사항’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로봇 구매가격이 너무 비싸서였을까? 참고로, 그렇게 ‘놀랄 금액’은 아니었다. 비싼 돈이 아니었단 뜻이다. 다만 회계 담당자는 청구서가 자기의 책상에 오기 전까지도 우리 회사가 해외에서 로봇을 구매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바로 그게 문제였고, 애로사항이었다. 로봇 구매를 위한 과정이 모두 생략되고 구매의 결과물만 회계담당자에게 전달됐기 때문이다. 관리하고 통제하는 체계를 도입하고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출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만드는 것이다. 필요한 지출에 대해 문서를 만들고, 이를 승인권자에게 승인을 받고, 이후 관련 부서로 해당 내용을 전달하고, 실제 자금 집행 담당자가 자금을 집행하고, 집행된 내역에 대해 다시 관련 부서로 전달해 상호 체크하도록 하면 된다.
이러한 과정에 필요한 요소를 요약하면, ▶문서화 ▶승인 ▶업무분장 ▶내부검증▶ 접근통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내부통제절차에 있어 핵심적인 것들이다. 회사 내부 업무절차에 이러한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관리/통제 절차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결국 회사의 회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작동하게 된다. 기존에 없던 절차들을 시행하면 당연히 현업부서 직원들은 피곤하고 비효율적이라 생각하면서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회사가 탄탄하게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그래서 나는 회계를 깐깐하지만 자애롭고 지혜로운 시어머니와 같은 존재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러한 시어머니에게 힘을 실어주는 건 결국 회사 경영자의 몫이 아닐까 싶다.
필자 / 회계법인 세종 공인회계사 안효성 상무이사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회계사를 시작했으며 현재는 회계법인 세종에서 외국계 기업, 스타트업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회계, 세무, 재무자문을 약 20년에 걸쳐 제공하고 있다. 현재 부클(주), (주)미띵스의 내부감사, (주)이지메디컴의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기도 하다.
정리 / 인터비즈 윤현종(inter-biz@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