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동갑내기, '아이리버'와 '싸이월드'의 명암
[IT동아 김영우 기자]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은 벤처기업의 전성기였다. 급격히 높아진 인터넷 및 PC의 보급률, 그리고 정부의 IT 진흥정책에 힘입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가 혜성처럼 등장해 한시대를 풍미하기도 하고, 또 어떤 잘 나가던 브랜드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사라져서 자취를 감추기도 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당대를 상징하던 대표적인 브랜드 중 2개를 꼽으라면 국내 MP3 플레이어 시장을 평정하고 해외에서도 상위권을 자랑하던 '아이리버', 그리고 1국민 1미니홈피 시대를 열며 국내 SNS 시장의 여명기를 연 '싸이월드'를 들 수 있다. 그리고 20여년이 흐름 지금, 1999년생 동갑내기인 이 두 기업의 명암은 명확하게 엇갈리고 있다.
화려한 데뷔와 몰락, 부활 이어간 '아이리버'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은 MP3 플레이어의 전성기였다. 카세트테이프나 CD 등의 기존 음악 매체보다 훨씬 간편하게 고음질 음악감상이 가능했다는 점이 높은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수없이 많은 브랜드에서 MP3 플레이어를 출시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눈부신 활약을 한 업체는 1999년에 설립된 ‘레인콤’ 이었다. 특히 이 업체에서 출시한 '아이리버 프리즘(iFP-100)'은 발군의 인기를 끌며 북미, 일본, 유럽 등지에서도 대량 수출되었다.
하지만 수 백여개의 업체에서 보급형 MP3 플레이어를 쏟아내 듯 출시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아이리버는 가격경쟁력을 상실했다. 설상가상으로 애플의 '아이팟' 시리즈가 세련된 디자인과 간편한 인터페이스, 충실한 콘텐츠 공급채널을 앞세워 시장을 평정해 나가면서 아이리버는 점차 시장의 변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2010년 즈음에 들어 스마트폰이 MP3 플레이어 시장을 급격히 잠식해 나가면서 시장 자체가 크게 축소된 것도 뼈아픈 일이었다.
레인콤은 2009년에 '주식회사 아이리버'로 사명을 바꾸면서 MP3 플레이어 외의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스마트폰, 전자사전, 차량용 블랙박스, PC, 체중계, 칫솔살균기 등 정말로 다양한 분야의 제품을 출시하면서 사업을 유지하다가 2012년에 출시한 하이파이 MP3 플레이어를 표방한 '아스텔앤컨 (Astell&Kern)' 시리즈가 기대 이상의 큰 인기를 끌면서 오디오 기기 명가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그 후 2014년에는 SK그룹에 인수되면서 음악 유통사업도 하게 되었으며 2019년에는 '드림어스컴퍼니'로 회사명을 변경해 2020년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회사명은 바뀌었지만 아이리버는 제품 브랜드로 아직 쓰고 있다.
너무나 잘 나가던 싸이월드, '답'이 없는 현재
1999년, 작은 벤처기업에서 시작한 싸이월드는 당초 커뮤니티 중심의 소형 포탈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점차 각 사용자의 개성에 맞춰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미니홈피'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 2000년대 초반에는 한국의 인터넷 문화를 이끄는 대표주자로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미니홈피 자체 외에도 사용자의 분신인 '미니미', 싸이월드 이용자끼리의 친분을 과시하는 '일촌', 미니홈피를 꾸미기 위한 사이버 머니인 '도토리' 등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2003년에는 대기업인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 등으로 해외 진출을 노렸으나 그다지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인터페이스나 부가 기능 등이 별다른 변화 없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막강했던 인기도 한 풀 꺾이기 시작했다. 특히 2010년을 전후한 스마트폰의 대대적인 보급과 함께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SNS가 인기를 끌며 싸이월드의 인기는 급격히 식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3년에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경영난으로 인해 싸이월드는 분사되었다.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싸이월드는 2015년 10월, 기존 서비스를 구조와 인터페이스를 완전히 개편한 새로운 형태의 미니홈피인 '싸이홈(Cyhome)'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달라진 디자인과 더불어 기존의 주요 기능이었던 일촌평, 방명록 기능 등의 삭제, 그리고 접속 장애 및 버그 등으로 사용자들의 혹평을 받았다.
그 후에도 싸이월드는 서비스를 개편하거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자금을 모집하는 등 이런저런 시도를 했으나 이렇다할 효과는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2020년 5월 17일, 사이트 로그인 불가 상태가 되어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으며 5월 26일, 세금 체납을 이유로 싸이월드는 세무서 직권 폐업상태가 되었다. 빠른 시일내로 투자자를 구해 사업자 등록을 다시한다면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