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셀러레이터 골드아크 손자랑 매니저 "스타트업과 함께 걷고,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20년 5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나라키움청년창업허브에서 열린 '위기를 기회로, 차세대 글로벌 청년 스타트업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지난해와 올해 미국 포브스지가 '30세 이하 아시아 글로벌리더'로 선정한 21명의 스타트업 청년들이 동석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K-스타트업의 위상을 한껏 높여 주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께도 큰 희망을 주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들은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 경제의 미래가 여러분의 혁신에 달려 있습니다"라며,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혁신성장의 불꽃을 반드시 살려가겠습니다.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K-유니콘 프로젝트를 강력히 추진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바야흐로 스타트업 시대다. 2010년부터 시작한 국내 스타트업 열풍은 지난 10년 동안 급속도로 성장했다. 어느새 유니콘 기업 11개를 배출한 스타트업 강국이다. 쿠팡, 우아한형제들, 야놀자, 블루홀 등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우리 실생활에 깊숙히 들어왔고, 성공을 꿈꾸는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다.
간담회 당일, 문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전한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혁신창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여러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성공해야 더 많은 청년들이 스타트업에 뛰어들고, 혁신창업의 물결이 경제 전반으로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라는 말처럼 스타트업이 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은 필수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죽음의 계곡', '다윈의 바다' 같은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다. 2015년 전국 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7년 이내 스타트업이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해당 스타트업은 초기 평균 매출과 고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정부 지원이 끊기는 4~5년차에 평균 매출과 평균 고용이 감소한다. 5년차 생존율은 1년차 생존율(62.7%)의 절반 이하(27.5%) 수준이다. 정부 지원 과제, 정부 지원 사업이 끊기면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기업을 일컫는 '좀비 스타트업'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이에 IT동아는 스타트업과 함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보내고, 그들의 문제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옆에서 노력하는 골드아크의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손자랑 매니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참고로 손 매니저는 지난 8월 처음 액셀러레이터로 일하기 시작한 사회 초년생이다. 창업이라는, 사업에 첫 발을 내딛는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이제 막 액셀러레이터라는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그를 통해 액셀러레이터는 어떤 일을 하는지 솔직한 심정을 들었다.
스타트업과 함께 발을 맞춰 걷는 사람
IT동아: 액셀러레이터. 흔히 스타트업 성장을 돕는 지원자, 동반자라고 많이 말한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잘 판단하기가 어렵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액셀러레이터가 무엇인지.
손자랑 매니저(이하 손 매니저): 초기 스타트업, 초기 창업자와 함께 길을 걷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 무슨 뜻인지인지 잘 모르겠다는 질문에 )
스타트업은 도전자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막 사업을 시작한, 창업가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가로 성장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사업에 대해 잘 모르는 초년생이다. 때문에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은, 대부분 많이 부족한 상태다. 예를 들어, 회사의 자금을 관리해야 하는 회계/재무를 비롯해 직원을 채용하고 관리해야 하는 인사(HR) 등. 너무 많다.
스타트업 대표가 개발자 출신이라면, 개발 능력은 분명 출중할 테다. 그런데, 한 회사의 대표는 개발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많은 것을 챙겨야 한다. 이러한 부분을 같이 고민하고 돕는 것이 액셀러레이터다.
IT동아: …그럼 액셀러레이터는 사업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전문가라는 뜻인가. 그럼 직접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닌가(웃음).
손 매니저: 그건 아니다(웃음).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과 길을 같이 걷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에게 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 또는 업체 또는 기관 등과 연결시켜 줄 수 있는, 다리 역할이다. 액셀러레이터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주는 것이 1순위다.
최근에는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한 정부, 지자체, 민간 기업의 다양한 프로그램(사업)이 있다. 정말 많다.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액셀러레이터의 역할 중 하나다.
IT동아: 맞다. 정부 차원에서 나서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손 매니저: 예를 들어보자. 경기도의 한 스타트업 지원 센터가 창업 3년 내 콘텐츠 분야 스타트업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사무실을 임대해주고 있다. 당장 사무실이 없는 스타트업에게 도움되는 정보다. 근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자신들이 해당 조건에 맞는지, 사무실 공간은 얼마나 임대할 수 있는지, 임대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다른 지원 혜택은 없는지… 등. 서류를 준비해야 하고, 면접 일정을 챙겨야 하며, 발표도 해야 한다.
스타트업이잖은가. 지금 당장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제품 또는 서비스로 개발하기도 바쁜데, 사무실을 구하기 위해서 시간을 쏟아야 한다. 사실 사무실 공간은 그저 수많은 문제 중 하나일 뿐이다.
IT동아: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흩어져 있는 여러 정보를 모아서 제공하고, 이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뜻인가.
손 매니저: 맞다. 돕는다. 같이 고민하고, 같이 걷고, 발걸음을 맞춰 나가는 것이 액셀러레이터다.
스타트업이 본연의 목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IT동아: 그래도 의문이 남는다. 여러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직접 알아서 할 수는 없는 걸까.
손 매니저: 많이 어렵다(웃음). 동국대학교 창업동아리로 시작한 스타트업 '모닥'이 생각난다. 간단한 설문 조사와 셀카 사진으로 탈모를 자가진단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 대해서 자세히 모르고 있었다. 비단, 모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스타트업은 바쁘다(웃음). 자사 제품, 서비스 개발하기에도 급급하다. 아이디어를 실제 구현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벅차다. 내부에 지원 사업을 직접 챙기는 담당자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것 역시 부담이다. 새로운 사람을 채용해야 하잖은가. 개발비용만으로도 부족한 상황에서 사람을 더 채용한다? 어려운 일이다.
액셀러레이터는 이렇게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정보와 인력, 네트워크 등을 갖추고 필요한 것을 지원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음…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집을 구하기 위해 은행을 돌아다니며 대출을 받아보면, 여러 은행을 발품 팔아가면서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야 하잖은가. 그걸 옆에서 챙겨주는 것과 비슷하다.
IT동아: 스타트업이 아이디어 구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손 매니저: 맞다. 정확하다.
취업 준비생에서 액셀러레이터로
IT동아: 왜 액셀러레이터라는 직업을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손 매니저: 액셀러레이터로 일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웃음). 2017년말부터 2018년까지 영어와 독일어를 전공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으로 승무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취업에 쫓기고 있는 지금의 청년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취업 준비 중에 액셀러레이터 사업을 하고 있는 '골드아크' 면접을 보게 됐고. 그렇게 시작했다.
골드아크에 입사한 것은 2019년 8월이었다. 지금도 기억난다. 첫 면 접 질문이 "액셀러레이터가 무엇인지 아시나요?"였다. 횡설수설했다. 대답을 어떻게 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난다. 자동차 액셀 이야기도 했던 것 같고(웃음). 골드아크에 입사하고, 직접 일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배우고 있는 단계다.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IT동아: 어떤가. 액셀러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지금이.
손 매니저: 내외부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액셀러레이터는 대부분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이다. 기업 투자 전문가거나, 프로그래머로 여러 포트폴리오를 쌓았거나, 관연 분야의 영업 네트워크가 넓거나…. 사회 초년생인 스타트업에게 직접 조언해줄 수 있는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저는 아직, 완전 신입이다. 열심히 배우고,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곳 골드아크 선배님들과 미팅에 같이 참여하고 있고. 어떻게 대화하는지, 발표는 어떻게 하는지,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하나씩 배우고 있다.
얼마 전, 두 선배님들과 강원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하는 액셀러레이팅 파트너 지원 사업 발표에 같이 참석했던 기억이 난다. 두 선배님들이 심사위원의 어려운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신기하게 보기도 했고…. 쉽지 않더라.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저곳에서 내가 발표하겠구나'라고 생각하고는 진땀이 났다.
결론은 하나라고 생각한다. 더 배워야 한다.
IT동아: 액셀러레이터 주요 업무 중 하나로 '투자'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손 매니저: 맞다. 스타트업에게 투자는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액셀러레이터 본연의 업무라고 생각한다. 현재 초기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성장자금을 지원하거나, VC와 연결해 상위 시리즈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업무를 배우고 있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수많은 숫자와 싸워야 하는 만큼 많이 어렵다. 열심히 배우고 있다.
수많은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배우고 있습니다
IT동아: 포기할 수도 있었을텐데.
손 매니저: 재미있다(웃음).
( 어떤 점이 재미있었나라는 질문에 )
다양한 업계를 대표하는 여러 전문가를 만나고 있다. 너무 좋다. 비슷한 또래의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고. 아직 접하지 못했던 분야의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다.
얼마 전, 소셜벤처허브 아트 임팩트 기업과 미팅하는 자리에서 친환경 아웃도어 전문 업체 파타고니아코리아의 설주택 대표님을 만났다. 설 대표님이 '일이나 사람에 대한 고민, 갈등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갈등을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 스타트업에게 멘토링하는 자리였는데, 그 자리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액셀러레이터로 일하면서 겪고 있는 경험은… 마치 책을 읽는 것과 같다. 재미있는 소설을 보는 기분이랄까(웃음).
IT동아: 액셀러레이터의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
손 매니저: 같이 취업을 준비하던 친구들과 자주 만난다.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어진 정해진 업무를 하고,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을 지키고, 가끔 사무실 안과 책상에서 모든 시간을 보낸단다. 아직 대기업, 공기업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고.
회사마다, 직업마다 다르겠지만,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나는 참 다른 일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액셀러레이터는 많은 사람을 만난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한사람한사람과 공감하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간혹 방법을 제시할 수도 있고. 조금 더 넓은 것을 접하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IT동아: 지금까지 해온 일이 궁금하다. 그리고 앞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손 매니저: 현재 경기콘텐츠진흥원과 소셜벤처허브, 서울 먹거리창업센터 등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기관과 지원 사업을 함께하고 있다. 골드아크에서 운영하고 있는 약 200명의 개인 투자자들(엔젤투자자)이 모인 '스케일업 엔젤클럽'도 관리하고 있고. 인플루언서와 함께 미디어커머스 사업을 펼치고 있는 스타트업 '트랜쇼'에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해 승인까지 완료하기도 했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배우고 있고, 하나씩 습득하고 있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코로나19가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 많은 스타트업이 힘들어 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면 IR 같은 경우는 스타트업에게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인데…,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쉽다.
한 명의 액셀러레이터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스타트업과 함께 길을 걷고자 한다.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