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음악을 좋아하는 600명에게... 젠하이저 HD 25 한정판
[IT동아 강형석 기자] 유행이 바뀌고 시장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한 제품이 오랜 시간을 두고 출시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무리 기존 제품의 세대교체가 이뤄져도 한 순간에 다른 제품에 자리를 내줘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만큼 한 제품이 오랜 시간 판매되는 것은 품질이나 기능, 성능 등 여러 측면에서 시장의 인정을 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젠하이저 HD 25도 그런 제품 중 하나다. 무려 20년 이상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는 모멘텀 제품군이 자리하고 있지만 한 때는 주력 헤드폰일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런 HD 25가 새 옷을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젠하이저 창립 75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한정판 HD 25다. 국내 600대 한정 출시되는 것으로 노란색 이어쿠션(검은색도 제공)과 옛 젠하이저 기업 로고가 적용되어 있다.
어딘가 허술해 보이는 것은 기분 탓?
젠하이저 HD 25의 외모는 요즘 헤드폰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나름대로 역사와 전통의 설계(?)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 현재 제품들은 케이블이 최대한 노출이 되지 않도록 넓은 헤어밴드와 이어컵(하우징) 설계가 이뤄지는데 비해, 이 제품은 일부 케이블이 외부에 노출되어 있다. 무게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현행 HD 25는 라이트(Light), 기본형, 플러스(Plus) 등 세 가지 형태가 존재한다. 라이트는 회전형 이어컵, 분리형 헤어밴드, 단일 측면 케이블 등이 적용되어 있지 않다. HD 25는 이들이 기본 적용되면서 HD 25 플러스에 있는 확장 케이블, 추가 이어패드, 수납용 파우치 등이 제외됐다. 현재 리뷰에 쓰인 제품은 기본형인 HD 25다.
헤드폰은 귀 위에 올려 쓰는 오버-이어(Over-Ear) 형태다. 흔히 귀 전체를 덮는 온-이어(On-Ear) 혹은 오버-이어 방식이 있다. 여기에 밀폐형과 개방형으로 나뉘는데, HD 25는 밀폐형 설계가 되어 있다.
밀폐형은 외부의 소리가 유입되지 않도록 이어컵 외부가 막혀 있는 것이 많다. 외부의 소리 간섭이 억제되므로 소리에 어느 정도 집중할 수 있다. 개방형(오픈형)은 외부 소리 유입을 어느 정도 허용하는 설계가 되어 있다. 이어컵 겉에 타공처리한 그릴이나 큼직한 구멍 같은 것이 있다면 개방형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밀폐형은 주로 모니터링과 디제잉 등에서 주로 쓰고, 일반적으로 접하는 휴대용 헤드폰도 이 설계를 적용한다. 이점은 차음성이지만 소리가 하우징 내에서 울리며 생기는 공진으로 음질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오픈형은 소리가 외부로 퍼져 나가기 때문에 풍부한 표현이 가능하지만 외부에서 듣는데 제약이 따른다.
젠하이저 HD 25의 장점은 음원 감상에 필요한 편의성을 두루 갖췄다는 부분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갈라지는 헤어밴드, 또 다른 하나는 회전하는 이어컵이다.
헤어밴드는 특이하게도 이어폰 정면을 중심으로 전후로 갈라지게 된다. 180도에 가까이 펴지는데, 적당히 조절하면 머리에 잘 고정되어 흔들리지 않는다. 헤드폰이 흔들리면 마찰음이 들릴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를 최대한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회전 이어컵은 귀 한 쪽으로 음원을 들을 때 유용하다.
귀에 닿는 이어쿠션은 독특하게 노란색을 입혔다. 참고로 이 제품은 HD 25 한정판으로 젠하이저 창립 75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기본형은 검은색 이어쿠션이 적용되어 있다.
쿠션은 귀에 닿았을 때의 느낌이 조금 거친 편이다. 사용하다 보면 부드러워지는데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게 다가올 수 있다. 드라이버 유닛은 다이내믹 방식을 채택했고, 공칭 저항(임피던스) 70옴에 달한다. 일반적인 헤드폰이 30~40옴 정도의 저항을 갖춘 것에 비하면 다소 높은 편이다.
입력 전압이 동일하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보면 저항이 높을 때 소리는 낮아지고, 저항이 낮으면 소리가 커진다. 이렇게 보면 저항이 낮은 것이 유리할 수 있지만 전기적 잡음(노이즈)이 함께 유입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 잡음을 저항이 걸러낸다고 보면 된다. 소리는 작아지지만 그만큼 깨끗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 반대로 저항이 높은 제품에서 최적의 소리를 감상하려면 신호를 증폭해주는 기기(앰프)가 필요하다.
70옴 정도면 일반적인 제품 대비 저항이 높은 편이지만 흔히 쓸 수 없는 제품까지는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최신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오디오 재생기는 출력에서 아쉬움이 없기 때문. 하지만 약간의 준비를 더한다면 더 좋은 소리를 경험하는데 유리하다.
깨끗하게 전달되는 소리, 음악에 집중할 수 있어
이제 젠하이저 HD 25가 들려주는 소리를 경험해 볼 차례. 기자가 보유하고 있는 갤럭시 S20 울트라에 메이주 하이파이 덱 프로(HIFI DAC PRO)를 연결한 후 음원을 재생했다. 이 장치는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DAC)로 스마트폰에 있는 USB-C 단자에 연결해 쓴다. 작지만 최대 32비트/384kHz 대역 재생과 신호대 잡음비(SNR) 120데시벨, 전 고조파 왜율(THD+N) 0.0003% 이하, 16~600옴 저항을 가진 기기를 지원하는 등 성능이 뛰어나다.
음원 재생을 위안 애플리케이션으로는 HF 플레이어를 선택했다. 이 헤드폰으로 멜론이나 플로 등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고해상 음원(FLAC)을 더 많이 듣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음원은 최대한 최적의 음질을 경험하기 위해 24비트/48kHz 혹은 96kHz 대역의 파일을 선별했다. 물론, 별도로 멜론을 실행해 AAC 코덱 기반으로 음원을 재생했다.
청음하며 느낀 점은 ‘깔끔하다’라는 것.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최근 젠하이저 이어폰/헤드폰 특유의 균형 잡힌 소리다. 저음은 강하지 않지만(타격감이 적다) 자연스럽게 퍼지고, 중고음은 정확하게 전달된다. 자극적인 부분이 없으므로 장시간 청음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을 듯하다.
모니터링 헤드폰, 스튜디오와 소리 측정을 위해 최대한 정확한 소리를 전달해야 된다. 그런 점에서 HD 25는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꼭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일반 소비자가 듣기에 좋다. 저음이 강한 음악 장르보다는 중고음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장르와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다.
헤드폰의 강점은 장시간 청음에도 피로감이 없었다는 것. 다소 뻣뻣하게 다가왔던 이어쿠션은 막상 오래 쓰다 보니 위화감이 없으며, 소리 자체가 자극적이지 않으니 스트레스도 없다. 차음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온이어 방식이라는 점을 보면 수긍되는 부분이다.
이렇게 청음에 대한 느낌을 남겼지만 음질에 대한 부분은 기자 개인의 주관적 요소가 반영되기에 어디까지나 참고만 하자. 자신에게 잘 맞는 기기인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가급적 소비자 개인이 직접 매장을 방문해 청음하는 방법을 권장한다.
젠하이저 역사와 전통을 (살짝) 경험한다
젠하이저 HD 25의 장점은 ‘소리’ 그 자체에 있다. 자극적이지 않은 깔끔한 소리는 음원을 감상하고 돌아서면 또 다시 감상하고 싶은 마력이 있다. 머리에 단단히 고정되는 헤어밴드나 일부 소모품을 쉽게 교체 가능하도록 배려한 점도 특징이다. 케이블이 절단되거나 유닛이 파손되는 등의 문제가 아니라면 누구나 유지보수 가능할 정도다.
굳이 아쉬운 점을 찾는다면 외모에 있다. HD 25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는 외모지만 다소 정돈되지 않은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일부 개선이 이뤄진 제품이 존재하니 이쪽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대신 가격은 합리적이다. 공식 출시 가격은 16만 9,000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기능성과 뛰어난 음질 등 이점들이 아쉬움을 상쇄한다.
한 제품이 오랜 시간 대를 이어 출시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꾸준히 찾고 있음을 증명한다. 젠하이저 HD 25도 그 중 하나다. 20년 이상 세월은 흘렀지만 그 안에 젠하이저의 소리에 대한 철학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시장에 수많은 헤드폰이 있지만 음악을 좋아한다면 한 번은 거쳐가도 좋을 헤드폰이 아닐까 생각된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