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와이파이 6 공유기의 모범적 예시, 에이수스 RT AX3000
[IT동아 남시현 기자] 와이파이 6는 지난 2009년 출시된 와이파이 5 (802.11 AC) 이후 버전으로, 이론상 최대 9.6Gbps(초당 1.2GB) 속도와 확장된 도달 범위를 제공한다. 하지만 와이파이 6가 단순히 속도나 안정성만 앞서는 게 아니다. 와이파이 6는 MU-MIMO(다중 사용자 입력 및 출력)를 지원해 전 세대 대비 2배인 8개 기기에 동시에 데이터를 전달하고, OFDMA(직교 주파수 분할 다중 접속)를 통해 직렬 전송이던 데이터를 병렬로 처리해 기본적으로 8개 기기에 동시에 데이터를 제공한다.
와이파이 5와 6를 톨게이트에 비교해보자. 와이파이 5는 제한속도 70Km/h인 4차선 도가 1개의 게이트를 거친다. 차량 수가 적다면 차량 흐름이 원활하지만, 차량이 조금만 많아져도 병목이 발생한다. 반면 와이파이6는 제한속도 100km/h의 8차선에 8개의 게이트가 준비돼있다. 당연히 더 빠르고 넓은 도로가 쾌적할 수밖에 없다. 와이파이 6는 기본적으로 빠른 속도에 다수 이용자를 고려한 구성을 갖춘다.
새로운 인터넷 환경을 위한 와이파이 6 지원 공유기
개인 용도라면 아직 와이파이 5 공유기로도 충분하지만, 앞으로 1~2년 내 시장의 큰 물줄기는 와이파이 6로 변할 예정이다. 보급형 스마트폰, 노트북조차 와이파이 6를 기본으로 지원하고 있어 공유기 제조 업체들도 갈수록 공격적으로 와이파이 6 공유기를 내놓고 있다.
이 흐름에 발맞출 계획이라면 최근 출시된 에이수스 RT-AX3000에 주목하자. 에이수스(ASUS)는 사무용 공유기부터 고성능 게이밍 공유기까지 폭넓은 제품 라인업을 갖춘 브랜드다. 세계 최초로 와이파이 6 공유기를 선보인 제조사인 만큼, 여느 브랜드보다 와이파이 6 공유기 도입에 적극적이다.
에이수스 RT-AX3000은 와이파이 6를 지원하는 AX3000 규격 공유기로, 2.4GHz 주파수에서 최대 574Mbps(초당 71.75MB), 5GHz에서 최대 2,402Mbps(초당 300.25MB)의 속도를 제공한다. 프로세서는 3개의 ARM-A7 코어가 탑재된 브로드컴 BCM6750이 사용됐고, 256MB 저장 공간에 512MB 램이 적용됐다. 지원 속도나 4열 안테나 구성을 통해 복층 규모의 주택이나 칸막이 없는 50평 내외 사무실에 적합하다.
또 한 가지, 제품 이름을 통해 제품 성능을 간단히 알 수 있다. 제품 이름인 AX3000은 와이파이 6의 공식 명칭인 802.11 AX 규격의 'AX'와 2.4GHz 속도와 5GHz 속도를 합친 표기다. AX11000이라면, AX 규격에 전체 합계 11,000Mbps의 속도를 낸다는 뜻이며, AC1200이라면 와이파이 5인 AC 규격에 1,200Mbps라는 뜻이다. 공유기는 제조사마다 성능 구분이 어렵지만, 규격과 속도 표기는 통일하고 있으니 참고하자.
디자인은 스포츠카의 후드(보닛)같은 각진 스타일로 돼 있다. 외관은 무광 검은색을 기반으로 양 측면과 후면, 측면과 하단까지 발열 해소를 위한 구멍이 빼곡히 마련돼있다. 여기에 중앙의 에이수스 로고는 금빛으로 처리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후면 안테나 4개는 분리가 아닌 고정식인데, 차곡차곡 접어서 보관할 수 있고 스탠드형이나 벽걸이형으로 배치할 때 다양한 각도로 움직일 수 있다.
인터페이스는 좌측부터 전원 단자, 전원 버튼, USB 3.0 포트, 4개의 LAN 포트(노란색), 1개의 WAN 포트(파란색), WPS 버튼, 리셋 버튼으로 구성돼있다. 여기서 우측에 배치된 USB 포트는 USB 메모리나 외장 하드를 연결해 간이 네트워크 하드 구축에 쓰인다. 해당 단자에 저장 장치를 꽂고, AiCloud 기능을 활성화하면 외부에서도 공유기와 연결된 저장 장치의 공간을 쓸 수 있다.
WPS(Wi-Fi Protected Setup) 버튼은 복잡한 비밀번호나 인증 절차를 생략하고 공유기와 장치를 연결할 때 쓴다. 사용자가 해당 공유기의 SSID에 접근해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WPS 버튼을 누르면 비밀번호 입력 과정을 생략하고 곧바로 인터넷에 연결된다.
공유기 설정은 전원 연결 후, 에이수스 이름으로 된 개방형 SSID를 무선 인터넷 지원 기기와 연결하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연결이 완료되면 웹브라우저 상단에 'router.asus.com'을 입력해 공유기 설정 메뉴로 진입하고, 그다음 네트워크 이름과 네트워크 비밀번호, 관리자 계정 등을 설정한다. 설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후면부 우측 끝에 있는 리셋 버튼을 누른 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관리자 설정은 ▲ 네트워크 전반의 상태를 확인하는 네트워크 맵 ▲ 외부인을 위한 개방형 SSID인 게스트 네트워크 ▲ 네트워크 보호나 부모 통제를 위한 Ai프로텍션, ▲ 장치별 데이터 사용량 및 대역폭을 확인·분배하는 QoS 대역폭 모니터와 트래픽 분석기 ▲ USB 장치 연결이 ▲ FTP 서버 ▲네트워크 프린터 ▲ 맥OS 타임머신 등 부가 기능을 제어한다. 고급 사용자라면 고급 설정을 통해 장치 출력 같은 세부적인 부분까지 조작할 수 있다.
무선 공유기는 최대 속도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안정적으로 신호를 전달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애초에 와이파이 5도 이론상 속도가 6.9Gbps 정도로 빠르지만, 도달 범위가 지나치게 떨어져 속도가 느려진다. 에이수스 RT-AX3000에 적용된 와이파이 6는 이 부분을 개선해 5Ghz의 도달 능력도 상당하다. 1Gbps 회선을 꽂고 애플 아이폰 11 프로로 에이수스 RT-AX3000의 속도를 시험했다. 다만, 테스트 장소가 주택이라 실질 속도는 1Gbps가 아닌 500Mbps를 조금 넘는다.
에이수스 RT-AX3000은 1미터 이내 근거리에서 다운로드 576Mbps, 업로드 609Mbps를 기록했다. 5미터 떨어진 거리에서는 다운로드 437Mbps에 업로드 411Mbps를 기록했고, 벽 두 개를 사이에 둔 공간에서도 다운로드 400Mbps, 업로드 287Mbps로 매우 안정적인 동작 속도를 보여줬다. 특히 복층 대각선 위치에서도 다운로드 300Mbps, 업로드 210Mbps를 기록했는데, 실사용에서는 40평 내외의 건물 위아래까지 3개 층까지 전파가 닿겠다.
가격만 납득한다면, 가치있는 투자가 될 것
와이파이 6가 여전히 대중과 거리가 먼 기술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그것도 올해 초 얘기다. 이미 서울시만 해도 공공 와이파이에 와이파이 6를 도입하겠다 발표했고, 애플 아이폰 SE 같은 보급형 스마트폰조차 와이파이 6를 지원한다. 경제가 다시금 활기를 띠면서 와이파이 6도 더 빠르게 확산하는 것이다. 에이수스 RT-AX3000은 오는 6월 중순 정식 출시될 예정이며, 가격은 20만 원대 중후반으로 전망된다.
만약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속도보다는 와이파이 6의 안정성을 목표로 한다면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에이수스 RT-AX56U가 더 적합하다. 반대로 1Gbps나 2.5Gbps 수준의 고성능 회선을 사용하고 있다면, 그에 걸맞은 RT-AX3000 급 공유기를 쓰는 게 옳다. 다중 사용자가 많고, 속도까지 생각해야 하는 사무 환경, 혹은 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고성능 공유기가 필요하다면 눈여겨보도록 하자.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