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신상공개] 노이즈 캔슬링 말고 엉뚱한 것을 넣었네? 소니 히어 인 3 WF-H800
[IT동아 강형석 기자] 솔직히 소니는 완전 무선 이어폰 한정으로 시장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보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야심차게 선보인 WF-1000X 제품군은 노이즈 캔슬링과 여러 자체 음향 기술을 탑재해 좋은 음질을 구현했지만 그에 비례한 덩치로 아쉬움을 남겼다. 3세대에서는 그래도 조금 나아졌지만 타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덩치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 같은 느낌이었다.
고민일 수 밖에 없다. 여러 기능을 넣고 배터리 시간까지 확보하려면 어쩔 수 없이 덩치가 커진다. 완전 무선 이어폰의 핵심은 배터리 용량과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부품 효율성이 중요하다. 노이즈 캔슬링 및 음장 처리에 특화된 전용 처리 장치(프로세서)를 넣은 형태로는 아무리 전력 소모를 줄여도 한계가 따른다. 이것을 제조사에서 모를 리 없다.
그래서일까? 소니는 또 다른 완전 무선 이어폰을 선보였다. 소니 히어 인(h.ear in) 3 WF-H800이 그것. 이 제품은 비교적 흥미롭다.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군인 히어 브랜드로 그들에게 주어진 숙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 핵심은 음질(기능)과 휴대성 사이에서의 타협이다.
히어 인 3 WF-H800은 WF-1000XM3에 비하면 휴대성에서 우위를 점한다. 이어폰부터 배터리 충전 케이스까지 작게 설계됐다. 대신 프리미엄의 특징인 노이즈 캔슬링은 제외됐다. 진동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드라이버도 네오디뮴에서 돔형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변경됐다. 별도의 처리장치(프로세서)가 쓰이지 않으므로 크기를 줄일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까 연속 재생시간이 확연히 늘었다. WF-1000XM3는 노이즈 캔슬링 활성화 시 6시간, 비활성화 시 8시간 재생을 지원하는데, WF-H800은 기본 8시간 연속 재생이 가능하다. 기본적인 배터리 용량에 차이를 보이는 상황에서 재생시간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효율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충전 케이스를 활용하면 최대 16시간 사용 가능하며, 급속 충전으로 최대 1시간 10분 정도 쓸 수 있다.
그래도 음질 향상을 위한 기본기는 갖췄다. 디지털 음질 개선 엔진(DSEE – Digital Sound Enhancement Engine) HX를 쓴 것인데, 이 기술은 MP3 같은 손실 음원의 손실 음역대를 복원해 풍부한 소리를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때문에 풍부할 수 있지만 저손실 음원과 달리 일부 왜곡된 소리를 낼 수도 있다. 손실된 주파수 구간을 예측해 소리를 메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제품은 흥미롭게 소니가 개발한 360 사운드를 적용했다. 소리를 입체적으로 구현해 공간감을 살린 것인데 해당 기술이 적용된 음원만 쓸 수 있는 점이 아쉽지만 향후 유용한 기술이다. 조만간 출시될 플레이스테이션5에 이 기술이 쓰일 예정이다. 물론 이 이어폰과 게임기가 무선으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디자인 자체를 놓고 보면 제법 귀여운 느낌이다. 빨간색(레드), 검은색(블랙), 녹색(그린), 주황색(오륀지), 파란색(블루) 등 다섯 가지 색상을 적용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또한 이 색상이 기본이 아니라 각각 대비되는 색상을 적용(소위 투톤)해 느낌적 느낌을 살렸다. 유일하게 검은색만 단일 색상이다.
타원형이었던 WF-1000XM3의 외모와 달리 WF-H800은 스키틀즈(사탕)나 엠앤엠즈(초컬릿)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둥글게 만들었다. 아마 디자이너가 저 둘 중 하나를 먹으면서 이 이어폰을 구상한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이어폰은 외이도에 도관을 연결해 쓰는 커널형 설계가 적용됐다. 늘 강조하지만 높은 차음성이 장점인데 비해 이물감이 느껴질 수 있으므로 사전에 잘 맞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몇 없는 소니코리아 매장에 방문해 미리 착용 및 청음하거나 기타 이어폰 청음 매장을 방문하는 것을 권장한다.
의외의 매력을 갖춘 이어폰인데 가격은 의외다. 22만 원대에 책정된 것인데, 360 사운드나 일부 부질 없는 기능을 빼고 가격을 더 낮췄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9만 원대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느낌이다. 설마 프리미엄 뽕에 대한 미련을 버린 것은 아니겠지?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