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반응 속도의 한계에 도전하다, 에이수스 터프게이밍 VG279QM
[IT동아 남시현 기자] 데스크톱 그래픽 카드는 그래픽 처리 장치(Graphics Processing Unit, GPU)를 활용해 컴퓨터의 화상·영상을 생성하는 전자 장치다. GPU 연산을 통해 만들어진 화상은 모니터로 전달되며, 모니터가 패널에 화상을 투영하는 과정을 거쳐 화면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 시각화 과정에서 케이블의 규격, 모니터의 입력 지연 속도, 패널의 반응 속도 때문에 실제 GPU가 처리한 화상 시간 차이가 생긴다. 만약 모니터가 느릴 경우, 실제 게임 반응 속도가 미묘하게 느려진다.
모니터의 응답 지연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 FPS 게이머는 특별한 모니터를 고집하기도 한다. 바로 과거의 유물인 CRT 모니터다. CRT 모니터의 음극선관은 빛의 속도로 화상을 투영하기 때문에 일반 LCD 모니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물론 응답 속도는 제품마다 다르겠지만, 최소한 입력 지연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CRT 모니터를 고집하는 게이머가 종종 있다.
하지만 모니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CRT 모니터에 준하는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에이수스(ASUS) 터프게이밍(TUF Gaming) VG279QM(이하 에이수스 VG279QM)처럼 1ms 응답 속도와 최대 280Hz의 초 고주사율 모니터가 등장하는 시대니, 굳이 CRT 모니터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강자의 등장, 에이수스 VG279QM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은 가격과 디자인, 그리고 용도다. 그리고 여러 차량을 비교하게 된다면 전장이나 전폭, 배기량이나 출력, 토크,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종류 등의 자세한 옵션까지 다 따져보게 된다. 게이밍 모니터도 비슷하다. 모니터 가격과 패널 사이즈를 고르고 나면 색 재현력과 주사율, 응답 속도, 인풋렉(응답 지연), 게이밍 기능 등의 옵션을 따지게 된다. 아쉽게도 모두 충족하는 제품은 매우 비싸므로, 한 부분을 포기하던가 해야 한다.
하지만 에이수스 VG279QM은 게이밍 모니터로는 중위 수준인 60만 원대에 핵심 기능을 모두 집약한다. 패널은 99% sRGB 색 재현력과 178도 광시야각을 제공하는 IPS 패널로 GTG(회색에서 회색 간 전환 속도) 기준 1ms의 압도적인 응답 속도를 갖췄고, 주사율도 240Hz가 기본이다. 주사율 오버클록킹시 최대 280Hz를 달성하는데, 여기에 베사(VESA) 디스플레이 HDR 400 인증까지 취득했다. 아쉬운 부분을 찾는 게 어려운 스펙이다.
크기는 27인치로 대다수 게임에 활용하기 좋고, 해상도도 FHD(1,920x1,080)를 지원해 고주사율 게임에 유리하다. 디자인보다는 성능에 강점을 둔 제품인 까닭에, 상위 제품인 에이수스(ASUS) ROG 시리즈 게이밍 모니터와 비교해서는 수수한 편이다. 단가에 영향을 줄 만한 LED 장식이나 화려한 스탠드를 제외하고, 깔끔한 외관으로 가격 대비 성능비를 우선으로 두는 게이머에게 만족도가 높다.
게이밍 모니터지만, 여타의 사진 전문가용 못지않은 다기능 스탠드가 제공되는 점도 특징이다. 스탠드는 별매의 스탠드를 장착할 수 있는 규격인 베사(VESA) 마운트 100x100mm을 지원한다. 다중 모니터를 사용하거나, 벽걸이용으로 쓰려는 일부 게이머를 위한 배려다. 기본 제공되는 스탠드가 지원하는 각도도 폭넓다. 모니터 좌우 각도 조절은 각각 90도씩 이뤄지고, 위로 33도, 아래로 5도로 꺾을 수 있다. 또한 위아래로 13cm 높이 조절이 가능하며, 모니터를 세로로 세워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외부 입력 인터페이스는 2개의 HDMI 2.0, 1개의 DP 1.2 포트, 오디오 단자로 구성돼있다. 맨 우측에 위치한 USB 포트는 서비스 센터용 포트로 일반 USB 포트처럼 쓸 수 없다. 앞서 밝힌 대로 에이수스 VG279QM의 일반 주사율은 최대 240Hz, 최고 주사율은 280Hz다. 일반 주사율만 활용할 예정이라면 HDMI 포트 중 어느 것을 사용해도 되지만, 최고 주사율을 사용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반드시 DP 포트로 연결해야 한다.
이는 HDMI와 DP 포트의 대역폭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역폭이란, 케이블이 지원하는 데이터 전송 규모에 대한 성능을 수치화한 내역이다. 에이수스 VG279QM의 HDMI 2.0은 초당 14.4기가비트의 데이터 전송 대역폭을 제공하며, 초당 12.54기가비트의 대역이 필요한 4K 60Hz 혹은 14기가비트 대역이 필요한 FHD 240Hz 주사율까지만 지원한다.
반면 DP 1.2는 초당 17.28기가비트의 데이터 전송 대역폭을 갖추고 있어 HDMI보다 소폭 높은 4K 75Hz 혹은 FHD 280Hz 주사율을 지원한다. DP 포트가 없는 게이밍 노트북이라면 아쉽게도 280Hz 사용은 어렵고, 그래픽 카드가 갖춰진 게이밍 데스크톱이라면 가급적 DP 포트로 연결하는 것을 추천한다.
주력은 FPS, 다양한 게임 장르별 기능도 인상적
에이수스 VG279QM의 모니터 설정은 하드웨어 못지않게 우수하다. 게이밍 기능만 따져도 240~280Hz 주사율 오버클록킹, 응답 속도를 끌어올리는 오버드라이브, 엔비디아 및 AMD 그래픽 카드 사용 시 주사율을 그래픽 카드 출력에 맞추는 가변 주사율, 백라이트 재생률을 조정해 잔상을 극도로 줄이는 ELMB 싱크, 게임에 도움을 주는 게임 플러스와 화상 모드인 게임 비주얼, 암부를 밝게 끌어올리는 섀도 부스트가 제공된다.
이미지 기능에서도 청색광을 줄여주는 블루 라이트 필터나 밝기, 대비, 선명도 조절이 가능하며, DP 포트 사용 시 명암비를 극적으로 바꾸는 HDR 기능도 제공한다. 해당 HDR 기능은 비디오 전자공학 표준위원회(VESA, 베사)가 제시한 HDR 400 규격을 충족하며, HDR 지원 게임 시 일반 화상과 다른 느낌의 화면을 보여준다. HDR 기능도 게임 화면 감상에 중요 요소로 떠오르고 있으니 고급 기능을 대거 갖췄다고 보면 된다.
에이수스 VG279QM은 핵이나 치트 같은 소프트웨어 변조 방식이 아닌, 모니터 자체 기능으로 게임 실력을 향상해 준다. 게임 플러스 기능은 ▲ 화상 중앙을 배율로 표시해 줌(Zoom)없이도 상대를 더 정확히 볼 수 있는 스나이퍼 ▲ 겨누지 않아도 정 중앙을 표시해주는 십자선 ▲ 게임 플레이 타임을 별도로 표기해주는 타이머 ▲ 게임 프레임 재생률을 보여주는 FPS 카운터 ▲ 다중 모니터 이용 시 상하 좌우간 수평 수직을 맞추도록 표시해주는 맞춤 안내선 표시로 구성돼있다.
그렇다면 왜 FPS 게이머들은 고주사율 모니터를 선호할까? FPS 게임은 5~10ms의 짧은 시간 사이에 승패가 엇갈린다. 따라서 극단적인 반응 속도를 가진 플레이어일수록 승률이 높다. 하지만 본인의 반응 속도가 빠르더라도, 그래픽 카드, 모니터, 인터넷 속도 중 하나라도 느릴 경우 본인이 의도치 않은 시차가 생겨 패배할 수 있다.
그래서 일부 게이머들은 모니터의 응답 지연속도라도 줄이고자 CRT 모니터를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에이수스 VG279QM이라면, 응답 지연은 어찌할 수 없더라도 응답 속도 만큼은 CRT에 근접한다. 또한 주사율도 굉장히 높으니 더 빠르게 화면의 변화를 관측할 수 있다.
예시에 사용된 게임은 카운터 스트라이크 : 글로벌 오펜시브로, 최신형 AMD 라데온 RX 5700 그래픽 카드로 초당 280~320회 반복한다. 만약 60Hz 주사율의 사무용 모니터라면 약 300회 중 60번만 화면을 보여주고, 나머지 240회 프레임은 생략된다. 에이수스 VG279QM처럼 280Hz 주사율 모니터라면 320회 중 280회 화면을 모두 보여준다. 생략되는 화상이 없으니 더 정확하게 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부드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주력은 FPS, 부수적으로는 모든 장르에 최적
2019년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주사율로 시작해 주사율로 끝났다. 신작 게임들이 요구하는 그래픽 자원이 크게 늘지 않은 반면, 그래픽 카드 성능은 훨씬 좋고 저렴해졌다. 그래픽 카드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짐에 따라 모니터도 그래픽 카드의 재생률을 따라갈 수 있을 만큼 요구되고, 이 수요가 곧 고주사율 모니터 수요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그런 점에서 에이수스 VG279QM은 흠잡을 데가 없다. 보편적인 활용도를 제공하는 27인치 FHD(1,920x1,080) 해상도에 최대 1ms 응답 속도를 지원하는 IPS 패널, 엔비디아 지싱크 호환과 AMD 프리싱크는 물론, 최대 280Hz 주사율과 디스플레이 HDR 400까지 지원한다. 고주사율이 필수인 FPS 장르에 최적이며, 액션·레이싱처럼 전환이 빠른 게임, 어드벤처나 롤플레잉처럼 눈이 즐거운 게임도 충분하다. 보급형 제품처럼 어설프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각 장르에서 요구하는 하드웨어 성능 모두 최적의 상태로 제공한다.
균형 있는 게이밍 성능을 추구한 제품이라 가격은 60만 원대 중반으로 저렴하진 않다. 지싱크나 HDR 600 이상 지원 제품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인 셈이다. 한 대의 모니터로 FPS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모두 원활하게 플레이하는 조건이라면, 에이수스 터프게이밍 VG279QM이 최선의 선택이라 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