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콘텐츠 산업, 탈중앙화로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한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2018년 대한민국의 산업 구조에 따르면, 생산과 건설처럼 완성된 재화를 취급하는 2차 산업이 37.49%, 국제 무역이나 통신, 서비스 계열의 3차 산업이 60.55%를 차지하고 있다. 각 산업이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살린 정책 덕분에 부가가치가 큰 3차 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산업 불균형도 함께 수반되고 있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세태로 인해 대한민국 주요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부차적인 산업만이 지방으로 배분되는 것이다.
수십 년간 계속된 산업 구조다 보니 구조적 개선이 배제된 균형 발전은 매번 실패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4차 산업 혁명이 도래하면서, 전체 산업을 지역 균형 발전으로 재편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정부는 집적성, 연계성, 경제성 측면을 고려한 혁신 클러스터 사업(산업집적지 경쟁력 강화 사업)으로 핵심 산업의 지방 분권화를 꾀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로봇 공학, 사물 인터넷 같은 4차 산업 분야로 그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제조업 고도화 방식의 4차 산업은 단기적 대책
<엠에스오토텍이 군산 공장에서 생산할 전기차, 바이톤 엠바이트 출처=IT동아>
산업 구조 개편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시도는 전라북도다. 예로부터 전라북도는 현대중공업 군산 공장과 한국GM 군산 공장 등 전통적 제조업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국내 산업구조에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전북 경제에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전북 소재 기업 중 1/3이 적자인 상태이며, 고용률은 전국 최하위인 58.6%에 달한다. 이같은 흐름은 지역 경제에 큰 축이던 한국 GM 군산 공장이 철수하면서부터 더욱 악화됐다.
하지만 전라북도는 2·3차 산업이 4차 산업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의 발굴과 육성을 통한 미래 먹거리 산업을 찾고 있다. 전북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 지역 중심으로 순환하는 미래 산업 시대를 꿈꾸는 것이다. 이는 기존 산업의 구조를 고도화하는 단기 대책, 그리고 미래 신산업 발굴·육성이라는 중장기 대책으로 나뉜다.
기존 산업의 구조를 고도화하는 단기 대책은 현재 2·3차 산업에 ICT(정보 통신 기술)을 결합해 기존 산업을 다각화하고, 연관 다양성을 확충해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한국 GM이 떠난 군산 공장에 친환경 운송 수단인 바이톤 엠바이트 전기차 공장을 설립하고, 전기 충전시설 등 관련 인프라 산업을 육성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미래 신산업 발굴을 위한 노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장기 대책은 고부가가치를 내는 콘텐츠 산업이 대표적
<2019 넥스트콘텐츠페어, 지역거점기관이 주도적으로 지역별 콘텐츠 육성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출처=게임동아>
2019년 10월 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 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2019 넥스트콘텐츠페어'에서는 전국 16개 지역의 콘텐츠 관련 기관이 협약을 맺고, 콘텐츠 산업의 지방분권화를 위한 활동에 돌입했다.
이전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역기반 콘텐츠 산업별로 사업을 추진했는데, 문화관광 자원과 지역 콘텐츠 산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16개 지역 거점 기관이 주도적으로 각 지역별 콘텐츠 사업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형태로 바뀐다. 콘텐츠 산업의 지방 분권화를 통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됨은 물론, 탈중앙화를 이룸과 동시에 2차 산업 중심의 현 산업 구조까지 재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전라북도가 콘텐츠 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콘텐츠 시장에는 국경이 없으며, 이미 입증된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실시간 영상 재생 서비스(OTT) 플랫폼, 5G를 기반으로 하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가상현실·증강현실을 활용한 실감콘텐츠, 지적재산권에서 파생되는 게임이나 음악 등의 유무형 자산이 콘텐츠 산업에 속한다.
<2020 전북콘텐츠산업 발전 포럼은 실시간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진행된다. 제공=(재)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4차 산업이 도래한 사회에서 전 세계는 더 긴밀히 연결되며, 기존 산업의 위치와 지역적 제약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옅어진다. 대한민국 역시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 구조에서, 지역 중심의 산업 사회로 재편할 수 있는 기회를 마주하게 된다. 특히 콘텐츠 산업은 어디서든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할 수 있는 분야라 지역 균형 발전의 선봉장이 될 것이다.
오는 2월 17일, 전라북도와 (재)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이 전라북도 콘텐츠산업 발전에 대한 포럼과 2020년 사업설명회를 진행한다. 지역 중심의 콘텐츠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첫 걸음인 셈이다. 콘텐츠 산업을 통해 하나 되는 대한민국, 그리고 전북 경제의 미래와 방향을 두 눈으로 직접 만나보자.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