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을 휴대하기 위한 PC의 선택은 '폴더블'
[IT동아 강형석 기자] PC의 장점은 뛰어난 성능과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업무 효율성이다. 하지만 크기가 늘 발목을 잡았다. 작아지면 성능이 떨어지고, 반대의 경우에는 휴대성이 떨어진다. 성능과 휴대성, 배터리 효율이라는 삼박자를 과거의 기술로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현재는 이 세 가지 요소 사이에서 타협이 이뤄진 제품을 쉽게 볼 수 있지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시장을 만족시키는 데에 한계가 따른다.
업계는 이 타협점을 화면을 접어 쓰는 '폴더블'에서 찾은 듯하다. 화면을 접으면 휴대가 용이하다. 이는 화면이 큰 제품일수록 유리해진다. 여기에 최적의 성능과 배터리 효율까지 곁들일 경우,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는 벌써 폴더블 PC를 개발하며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레노버와 델이 대표적이다. 두 제조사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소비자 기술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각각 시제품을 선보이며 주목 받았다. 기존의 틀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는 형태는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폴더블은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기존 형태를 유지하며 이뤄지는 시도가 아닌, PC 시장의 생존을 위한 변화에 가깝기 때문이다.
시작은 레노버가 빨랐다. 지난해 먼저 씽크패드 X1 폴더블(ThinkPad X1 Foldable) 콘셉트를 통해 존재감을 알렸다. CES 2020에서는 완성형에 가까운 제품을 공개했다. 2020년 중반 내 출시 예정으로 13.3인치 화면을 접으면 10인치 정도가 된다. 애플 아이패드나 기타 10인치급 태블릿 수준으로 작아지는 셈. 펼치면 대형 디스플레이가 나타나며 PC 혹은 태블릿처럼 사용 가능하게 된다.
델 역시 오리 폴더블(Ori Foldable) 콘셉트 노트북 PC를 공개했는데, 레노버의 그것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보인다. 단순히 흉내 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결국 PC의 미래가 나아가야 할 길이 이런 형태일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 아닐까?
사실, 인텔도 홀스슈 벤드(Horseshoe Bend)라는 코드명의 폴더블 PC를 CES 2020을 통해 언급한 바 있다. 기본 17인치지만 접으면 12인치로 작아진다. 출시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텔 차세대 코어 프로세서(타이거 레이크)를 탑재, 작업 효율과 휴대성, 배터리 지속성 등 균형미를 갖출 전망이다. 인텔이 준비함으로써 향후 폴더블 디스플레이 노트북의 핵심 규격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고성능을 휴대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 하나를 포기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대부분 성능이나 배터리가 희생됐다. 이제 시대는 달라졌다. 작아졌지만 성능과 배터리 지속성 모두 놓치지 않기 위한 제조사의 노력이 이어지는 중이다. 폴더블 PC는 그 대안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