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줄 아는 사람 없는데 어떻게? 현실성 없는 '동전없는 사회'

남시현 sh@itdonga.com

동전없는 사회 로고
(출처=한국은행)
동전없는 사회 로고 (출처=한국은행)
<동전없는 사회 로고 (출처=한국은행)>

[IT동아 남시현 기자] 2010년대 중반까지도, 물건을 구매할 때 현금 아니면 카드를 쓰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하지만 금융과 기술이 결합하는 '핀테크'가 우리 일상 속에 녹아들면서부터 더 이상 특정 결제 수단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졌다. 2020년 현재, 스마트폰 접촉이 신용카드와 후불교통카드를 대체하는가 하면, 스마트폰 화면 내 바코드를 인식해 바코드와 연결된 계좌에서 실시간으로 인출하는 결제가 일상이 됐다.

현금과 신용카드는 이제 필수 결제 수단이 아닌, 결제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이에 따라 한국 은행이 2017년 기획했던 '동전 없는 사회' 시범 사업을 다시 추진하고, 작년 11월부터 시범 사업자를 모집하고 있다.

동전없는 사회 개요 (출처=한국은행)
동전없는 사회 개요 (출처=한국은행)

<동전없는 사회 개요 (출처=한국은행)>

동전없는 사회란, 현금 거래 시 받게 되는 동전을 간편결제 서비스의 결제 수단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동전의 관리, 지급, 회수에 따른 인력과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동전 소지의 불편함도 함께 해결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6개 마트 및 편의점, 10개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가 참여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시행 여부는 올해 초에 추가로 발표될 예정이다.

물건 결제 시 현금을 지불하고, 스마트폰에 연동된 결제 수단을 통해 잔돈을 적립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일선 현장에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봤다.

간편결제서비스 제공자는 준비 완료

한국은행이 추진중인 '동전없는 사회' 사업 참여기업 및 지급 수단
출처=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추진중인 '동전없는 사회' 사업 참여기업 및 지급 수단 출처=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추진중인 '동전없는 사회' 사업 참여기업 및 지급 수단 (출처=한국은행)>

동전없는 사회는 처음 시도하는 사업은 아니다. 2017년 9월, 한국은행이 시범 사업을 실시한 바 있고, 간편결제 시장이 성숙했다는 판단 아래 2019년 11월 기점으로 2기 사업으로 다시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때 마련된 간편결제 서비스 및 가맹점은 롯데 백화점 및 마트, 세븐일레븐, 이마트, CU, GS25 등 편의점을 중심으로 한다. 적립가능 선불전자지급수단은 각 적립 매당 별로 상이하므로, 구분해서 잔돈 적립을 요청해야 한다.

네이버페이, SSG페이 모두 잔돈적립에 관한 절차와 서비스가 잘
마련돼있다.
네이버페이, SSG페이 모두 잔돈적립에 관한 절차와 서비스가 잘 마련돼있다.

<네이버페이, SSG페이 모두 잔돈적립에 관한 절차와 서비스가 잘 마련돼있다.>

현재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설치할 경우, 잔돈 적립에 관한 안내를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다. 이미 네이버페이는 4년 전부터 세븐일레븐과 해당 사업을 추진 중이며, 다른 간편 결제 수단 역시 2017년을 전후로 동전없는 사회 사업에 협력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간편결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면, 어렵지 않게 잔돈을 포인트나, 전자결제 수단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말이다.

잔돈 적립 서비스, 할 줄 아는 사람이 없다.

간편결제 서비스 사업자와 한국은행이 노력하고 있는 만큼, 현장도 준비가 된 것일까? 두 가지 간편결제 수단을 사용해 직접 유관 매장에 가서 잔돈 적립을 직접 시도해봤다.

처음 방문한 매장은 이마트 24 편의점이므로 SSG페이를 준비했다. 1,500원 짜리 물건을 구매하고 2,000원을 지불한 다음 SSG페이의 잔돈 적립 바코드를 제시했는데, 예상했던 반응이 나왔다. 편의점 점주는 이런 서비스를 처음 본다며 5분 정도 포스기를 다뤘지만, 추후 교육 문의를 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편의점 점주가 5분 정도 포스기로 잔돈을 적립하려 했으나, 양해를 구하고 동전으로
지급했다.
편의점 점주가 5분 정도 포스기로 잔돈을 적립하려 했으나, 양해를 구하고 동전으로 지급했다.

<편의점 점주가 5분 정도 포스기로 잔돈을 적립하려 했으나, 양해를 구하고 동전으로 지급했다.>

2016년부터 네이버페이와 제휴해 잔돈적립 서비스를 운영해온 세븐일레븐도 상황은 비슷했다. 세븐일레븐에서 이 서비스를 실시한 지 4년이 지났지만, 4년 이상 같은 자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한 점주조차도 이런 서비스를 처음 본다 말했다. 편의점 점주가 모를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 제작된 안내 페이지도 보여주었지만 끝내 실패했다.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마트 같은 대형 매장이라면 이 서비스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있겠다만, 일선 편의점에서 실제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형 전자결제 서비스의 협력 없이는 또다시 좌초될 것.

동전없는 사회는 동전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전자금융인프라를 이용해 동전 사용을 줄이기 위한 사업이다. 현금 사용이 줄어든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이며, 이론적으로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간편결제 서비스를 관리하는 주체가 협력하지 않고, 이를 실제로 다루는 현장에서 서비스를 다룰 줄 모른다면 그야말로 전시행정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삼성페이(대형 전자결제 서비스)를 통해 현금영수증을 발행할 수
있다.
삼성페이(대형 전자결제 서비스)를 통해 현금영수증을 발행할 수 있다.

<삼성페이(대형 전자결제 서비스)를 통해 현금영수증을 발행할 수 있다.>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겠다고 나선 제로페이 역시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같은 대형 전자결제 서비스 사업자가 협력하지 않으면서, 부진을 거듭하고 있지 않은가? 동전없는 사회도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같은 대형 전자결제 서비스의 도움 없이는, 또다시 시기상조였다는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이다.

2017년에 시행된 동전없는 사회는 분명 시기상조였다. 하지만 전자결제 시장이 성장하고, 보편화된 지금이라면 충분히 안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관건은 얼마나 많은 가맹점에서 쉽게 다룰 수 있는가다.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준비해야만, 현금없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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