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약 50년 만에 부활한 명기, 니코르 Z 58mm f/0.95 S 녹트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디지털 카메라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본체의 성능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렌즈의 광학적 완성도다. 최근 이미지 센서는 크기도 그렇지만 화소 집적도가 높아지고 있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원하는 화질을 구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카메라 및 렌즈 제조사는 현재 흐름에 맞춰 다양한 렌즈를 재설계하고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렌즈의 성능을 말하는 데에는 여러 부분이 있다. 기본적인 표현력을 시작으로 세밀한 표현력을 제공하는지, 빠른 구동 능력을 갖췄는지, 색감은 괜찮은지 등이다. 뿐만 아니라, 최대 개방 조리개는 충분히 밝은 수치인지도 중요하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도 최대 개방 조리개 수치가 높다면 셔터 속도 확보가 어렵고 심도 표현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고급 렌즈는 주로 줌렌즈가 제품에 따라 f/2.0~2.8, 단렌즈는 f/1.2~2.8 정도를 밝은 수치로 본다. 수치가 낮을수록 비싸고 무거워진다. 일부는 더 밝은 조리개를 찾아 옛 렌즈를 찾기도 한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한 일부 렌즈는 f/1.0 이하의 조리개를 제공하는 제품이 존재했다. 독특한 배경 날림 효과와 셔터 속도 확보가 맞물려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다.

니콘의 ‘니코르(NIKKOR) Z 58mm f/0.95 S 녹트(Noct)’도 그 옛 명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렌즈가 옛 출시된 것은 아니다. 가장 최근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제품이다. 중요한 것은 이 렌즈 브랜드의 이야기에 있다.

니콘은 과거 녹트-니코르(Noct-Nikkor)라는 이름으로 밝은 조리개의 렌즈 제품군을 운영한 바 있다. 여기에서 녹트는 라틴어로 밤(야간)이라는 뜻으로 최대 개방 시에도 화질이 좋음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단어다. 이 중 명품은 58mm f/1.2(1977)가 꼽힌다. 희귀성부터 시작해 완성도가 뛰어난 렌즈로 알려져 있다. 비구면 렌즈를 연삭가공(연삭 숫돌로 정밀하게 깎는 작업)으로 만들었고, 본체까지도 장인의 손 끝으로 빚었다. 그 명기가 디지털의 힘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58mm 단렌즈지만 f/0.95를 달성하기 위해 덩치가 제법
커졌다.
58mm 단렌즈지만 f/0.95를 달성하기 위해 덩치가 제법 커졌다.

외모는 압도적이다. 초점거리 58mm, 조리개는 무려 f/0.95에 달하다 보니 렌즈 자체가 상당히 크다. 렌즈 구경은 102mm, 필터는 82mm 규격을 쓴다. 길이도 153mm에 달해 어지간한 f/2.8 줌렌즈 못지 않게 큰 덩치를 자랑한다. 무게는 후드와 필터 모두 장착하면 2kg을 조금 웃도는 정도였다. 크기는 고급 줌렌즈, 무게는 망원 줌렌즈 수준이다.

니콘 렌즈는 고급 제품군에 한해 장인이 수작업으로 완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렌즈도 마찬가지다. 대구경 비구면 렌즈는 장인이 연삭 가공으로 과거와 동일하게 만든다. 녹트라는 문구와 니코르 에스(NIKKOR S) 뱃지는 모두 절삭 가공한 것으로 고급스러움을 배가한다. 만듦새 자체가 단단하면서도 깔끔하며, 부드러움까지 겸비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 맞춘 설계가
돋보인다.
디지털 환경에 맞춘 설계가 돋보인다.

렌즈는 크게 상단의 초점링, 중간의 조작 버튼과 디스플레이, 하단의 조작 링으로 나뉜다. 초점링은 0.5m에서 무한대까지 거의 360도 회전하도록 되어 있다. 최대 개방 조리개 f/0.95인 상황에서 조리개 조작이 빠르게 이뤄지면 초점을 잡기가 어렵다. 때문에 초점 조작 범위를 여유롭게 둬서 최대한 정확한 측거가 가능하도록 유도한다. 초점링은 매우 부드럽게 돌아간다.

중간에는 버튼과 디스플레이가 있는데, 하나는 디스플레이 전환(DISP)이고 다른 하나는 기능 버튼(L-Fn)으로 사용자 지정 조작을 지원한다. 디스플레이는 조리개와 초점 거리 등을 표시해 준다. 조작 링은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통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조리개 설정부터 노출 보정, ISO 조절 등을 지원한다.

이 외에 렌즈에는 방진방적 설계가 이뤄져 어디서든 촬영 가능하며, 10군 17매 설계로 최대한 화질을 확보하도록 만들었다.

조리개를 최대 개방하고 촬영하면 초점이 맞은 곳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배경날림 효과로
이뤄진다.
조리개를 최대 개방하고 촬영하면 초점이 맞은 곳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배경날림 효과로 이뤄진다.

니코르 Z 58mm f/0.95 S 녹트의 실력을 확인해 볼 차례. 카메라는 고화소인 Z7이 아닌 2,400만 화소 사양의 Z6를 활용했다. 모든 설정은 기본에 맞춘 상태로 렌즈 본연의 화질을 경험해 보고자 했다.

화질. 기자가 과거 녹트-니코르 58mm f/1.2를 사용해 보지 못해서 그 느낌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현재 이 렌즈의 성능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최대 개방에서의 선예도가 인상적이며, 그 주변으로 자연스레 뭉개지는(배경흐림) 부분도 눈에 띈다. 인물 촬영 시 배경 흐림 효과를 잘 활용한다면 멋진 결과물을 남기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밝은 조리개는 천체 촬영에도 도움이 된다.

초점링은 돌리는데 의외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에 어느 정도 거리를 예상하고 미리 대응하지 않으면 촬영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도 과거와 달리 지금은 초점이 어느 정도 맞으면 뷰파인더 좌측 하단에 배치된 측거기(인디케이터)가 점등 되니 비교적 쉽게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밝은 조리개로 여러 환경에서 유연히 대응할 수 있다. 심지어 야간에서의 촬영에서도
유리하다.
밝은 조리개로 여러 환경에서 유연히 대응할 수 있다. 심지어 야간에서의 촬영에서도 유리하다.

최소 개방 조리개는 f/16인데, 조리개 변화에 따른 화질 저하는 크지 않은 편이다. 때문에 배경 흐림 효과에 대한 점을 염두에 두고 촬영한다면 멋진 촬영이 가능해 보인다. 무엇보다 f/0.95~f/4 이내에서 펼쳐지는 입체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풍경보다 인물 촬영(70% 정도)에 더 적합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렌즈에 적용된 기술은 니콘이 보유한 모든 것을 총동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수직 입사하는 빛에 대해 번짐이나 반사 효과를 억제하기 위한 아르네오 코팅이 적용되어 있다. 여기에 대각선으로 입사하는 빛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나노 크리스탈 코팅도 함께 적용됐다. 저분산 렌즈 4매도 효과적인 빛 통과를 돕는다.

뛰어난 화질을 갖췄지만 가격이 매우 높다. 니콘 홈페이지 기준으로 무려 998만 원대인데, 이마저도 물량이 적어 쉽게 구하지 못한다. 수작업이어서 생산량에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 또 다른 부분은 수동 렌즈라는 점이다. 초점 자체를 직접 맞춰야 해서 자동에 길들여져 있다면 촬영이 버거울 것이다. 이 두 가지만 극복할 수 있다면 니코르 Z 58mm f/0.95 S 녹트는 최고의 렌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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