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둑 인공지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IT동아 이상우 기자]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한돌과의 대결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한국기원과의 불화가 은퇴의 가장 큰 이유지만,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바둑을 바라보던 관점에 대해 회의감이 든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세돌 기사는 지난 2016년 3월,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국을 펼쳤다. 당시 결과는 1 : 4로 패배했지만, 2017년 5월까지 기록된 알파고의 전체 전적에서 유일한 1패를 안겨준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이번 대국에는 2점을 먼저 놓고 시작하는 접바둑을 뒀다. 그가 세계 최고의 기사인 만큼, 인공지능을 상대로 접바둑을 둔다는 것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의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돌은 NHN이 지난 2017년 12월 공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으로, 1999년부터 '한게임 바둑'을 통해 쌓아온 기보를 바탕으로 학습했다. 온라인 바둑 게임의 특성상 일반적인 대국은 물론, 독특한 전략으로 진행한 데이터 까지 학습한 만큼 높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국내 상위권 기사 5명과 대국해 전승을 거두기도 했으며, 올해 8월 열린 세계 인공지능 바둑 대회에 참가해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NHN은 이 서비스를 기반으로 현재 게임 중 수 힌트를 제공하거나 승부 흐름 파악을 도와주는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검색 및 추천 서비스, 이상행동 탐지, 광고 데이터 분석 등으로 적용 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이세돌 기사는 이번 대국을 1승 2패로 마치며 한돌에 대해 텐센트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절예'보다 부족하다는 평을 남겼다. 절예는 한돌과 마찬가지로 '알파고 제로'의 인공싱경망 시스템을 응용한 '제로 계열' 인공지능이다. 앞서 언급한 세계 대회에서는 준결승에서 한돌과 만나 승리했고, 해당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러한 성능 차이는 인공지능이 학습한 데이터 양의 차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비록 한돌이 1999년 부터 쌓아온 데이터를 활용했다고 하나, 더 큰 자본과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텐센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성능을 높이는데 있어서 방대한 정제된 데이터를 통해 기본적인 알고리즘을 학습하고,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스스로 특징을 추출해 일정한 구조를 찾아가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특히 이러한 기본적인 학습을 거치면 인공지능 스스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며 더 나은 알고리즘으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의 양과 질은 인공지능 성능 강화에 필수적이다.
한돌은 이번 대국에서 승리했지만, 인공지능이라는 분야에 있어서는 숙제를 낳은 셈이다. 지난 2016년, 알파고 이후 많은 기업이 인공지능에 투자를 하고, 해당 분야의 스타트업 역시 늘어나고 있지만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기업의 공통적인 특징은 글로벌 사용자를 대상으로 엄청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 수준의 데이터 세트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하겠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