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단단함 속에 감춰진 다재다능한 매력, 애플 워치 5
[IT동아 남시현 기자] 스마트 워치엔 만든 이의 손길과 따뜻함이 없다, 십수년 간 끊김없이 움직여야 하는 시계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난다는 단서가 항상 따라붙는다. 애플 워치가 등장한 2015년 4월까지도 스마트 워치는 스마트폰 보조 장치일 뿐 수백 년간 이어져온 전통적인 시계 시장을 넘지는 못하리라는 사람이 많았고, 십 년 넘게 스위스 시계를 써온 본인도 그들 중 하나였다.
이 예상은 3년도 지나지 않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애플 워치 시리즈 1이 출시된 지 3년 만에 애플 워치 시리즈 판매량이 스위스 명품시계 판매량을 추월했고, 태그호이어나 프레드릭 콘스탄트, 몽블랑 같은 스위스, 독일 내 명품 제조사들이 앞다퉈 스마트워치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가 값비싼 시계 대신, 활용도가 높고 편리한 스마트 워치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수백 년을 공고히 이어온 스위스 시계 산업이, IT 기업이 내놓은 시계 라인업 하나에 이토록 긴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쿼츠, 오토매틱 시계를 오랫동안 사용해온 기자가 애플 워치 시리즈 5를 사용하며 직접 그 해답을 찾아보았다.
상시표시형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앞세운 애플 워치 시리즈 5
애플 워치 시리즈 5(이하 애플 워치 5)는 2019년 10월 출시된 애플의 스마트 워치다. 애플 iOS 13 이후 버전을 지원하는 아이폰 6S 이상 기종에 대응하며,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하는 GPS 모델과 이동통신사를 연결해 단독으로 동작하는 GPS+셀룰러 모델 두 가지가 출시됐다. 케이스 크기는 손목 둘레 130~200mm에 맞는 40mm, 140~220mm에 맞는 44mm 모델이 준비돼있다.
하드웨어 성능은 전작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1GB 메모리에 32GB 저장 공간을 갖춰 아이폰 없이 활용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 됐다. 운영체제는 워치OS 6를 사용하며, 50mm 방수와 최대 1,000니트 고휘도 OLED 디스플레이가 사용됐다. 이 디스플레이는 착용 상태에선 상시 켜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인데, 정면이 아니더라도 간단한 정보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배터리 사용 시간은 제조사 기준 16시간, 실 체감 기준으로도 16시간에 근접하는데, '항상 켬' 옵션을 끄니 26시간 정도 활용할 수 있었다. 아마 밝기를 낮춘다면 최대 이틀까지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색상과 재료도 애플 워치 5의 스타일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기본 모델은 알루미늄 재질에 스페이스 그레이, 골드, 실버 색상이 준비돼있고,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는 실버와 골드, 스페이스 블랙이 있다. 또한,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티타늄과 세라믹 모델, 에르메스 모델까지 존재하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다.
또한, 스타일 변경을 위해 손쉽게 밴드를 교체할 수 있다. 애플 워치는 실리콘 재질로 된 스포츠 밴드와 통기성이 높은 나일론 스포츠 루프, 무게를 줄인 나이키 스포츠 밴드와 스포츠 루프, 가죽 및 스테인리스 스틸 밴드까지 56개 이상의 전용 밴드가 마련돼있어 사용자가 원할 때 언제든 밴드를 바꿔끼울 수 있다. 참고로 애플 워치 3 38mm에 사용하던 밴드는 40mm에, 42mm 밴드는 44mm에 각각 호환하기 때문에 구형 제품 사용자도 가지고 있는 밴드를 그대로 쓸 수 있다.
디자인과 만듦새는 스마트 워치 중에서도 최고 수준, 그렇다면 활용도는?
애플 워치 5 페이스는 사용자가 직접 페이스 디자인을 변경하거나 맞춰 넣을 수 있으며, 여기서 애플 워치와 기존 시계가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아날로그 시계는 디자인적 측면을 위해 넣는 컴플리케이션(내부 상세 메뉴)도 애플 워치에서는 본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각 메뉴를 누르면 아이폰 제어는 물론, 인터넷에 접속해 위치나 날씨, 운동, 애플리케이션까지 확인할 수 있다.
변경 방법도 즉석으로 이뤄진다 시계 페이스에서 디스플레이를 꾹 누르고 변경을 원하는 시계를 선택하면 '사용자화'라는 메뉴가 뜬다. 이 버튼을 누르면 녹색 테두리와 변경 위치가 표기되며, 디지털 크라운(용두)를 돌려 디자인을 변경할 수 있다. 아이폰과 연결된 상태라면, 애플 워치 앱으로도 바꿀 수 있다.
자전거 라이딩 기록 앱이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스트라바(STRAVA)를 활용한 예시다. 아이폰을 통해 달린 구간이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애플 워치 5와 연동된 상태라면 심박수와 속도, 구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유료 앱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애플 워치 5에 내장된 사이클링, 걷기, 달리기, 하이킹, 요가, 수영 등 90여 개 이상의 운동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
일반 시계에서는 접할 수 없는 나침반 기능도 포함돼있다. 자이로스코프나 GPS를 활용한 간이 나침반이 아니라, 물리적인 자석으로 정확한 값을 제공하는 진짜 나침반이다. 일상 생활에서 크게 활용할 일은 없지만, 지도가 없는 지역이나 선박 등에서는 여전히 보조 측정 도구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사람에게는 상당히 도움 될 듯하고, 별자리 등 나침반 및 자이로스코프 센서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앱의 정확성도 한층 높다.
워치OS 6에서 강조된 건강 및 피트니스 기능도 애플워치 5의 핵심이다. 애플워치 5는 새로운 건강 및 피트니스 도구가 제공되며, 애플워치 5를 통해 수집한 건강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볼 수 있다. 건강 앱은 최근 90일간의 평균 움직임, 운동량, 일어선 시간, 거리, 걷기 및 달리기 페이스 등을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운동량을 제안한다. 가령 최근 90일간의 활동 중 '걷기' 항목이 지난 1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면, 자주 걷는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모은 건강 데이터를 통해 주변 아이폰 사용자와 결과를 공유하고 겨루는 기능도 인상적이다. 움직이기 목표 200%라던가, 1주일 내내 운동하기 등을 만족해 배지를 획득하고, 이를 주변 사람과 비교해 승부욕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1시간 마다 일어날 시간이나 심호흡 할 시기를 알려주거나, 생리 주기 기록, 심박수 측정 같은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주변 소음 수치를 제공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iOS 13에서 추가된 청력 기능은 애플 워치 5와 연동해 더욱 정확하게 주변 소음을 측정한다. 특히 단순히 소음을 측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간/일/주/월/년 단위 평균 노출 소음을 기록해 그래프로 분석한다. 소음이 큰 환경에서 작업하는 빈도가 높은 사람을 위한 기능이라 보면 된다.
이와 함께, 이어폰을 활용해 듣는 소음의 데시벨도 기록한다. 최근 이어폰 및 헤드폰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사용해 난청을 겪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내가 듣고 있는 음악의 데시벨을 측정해 장기 데이터로 보여주는 것이다. 주변 소음과 헤드폰 사용 소음이 각각 분리된 채로 제공되니, 청력 보호에 큰 보탬이 될듯 하다.
애플 워치 시리즈 4 이하 사용자는 물론, 아날로그 시계 사용자에게도 매력적
애플 워치로 대표되는 스마트 워치의 등장은, 쿼츠 무브먼트의 발명이 가져온 충격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쿼츠 무브먼트는 오토매틱 무브먼트의 대체재였기 때문에 기존 시장을 양분하는 결과를 낳았지만, 애플 워치는 그 자체로 스마트폰의 보조 장치이기 때문에 쿼츠/오토매틱 무브먼트를 대체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기존 시계를 대신해서 쓸 순 있지만, 활용도나 지향점은 전혀 다른 물건인 셈이다.
하지만 10년 넘게 아날로그 시계를 써온 기자가 느낀 점은 분명하다. 기존 시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량이 책 한 권 정도라면, 애플 워치 시리즈 5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도서관 수준이다. 그리고 그 모든 정보는 내가 어디를 갔고, 어떻게 움직였으며, 얼마나 움직였고 누가 나를 찾는가 같은,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대한 내용이다. 잘 활용할수록 체계적이고 활동적인 사람이 될 것 같다.
가격은 GPS 모델이 50만 원대 초반, 셀룰러 모델이 65만 원대로 스마트 워치 중에선 비싼 편이다. 아날로그 시계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필요하거나, 원할 때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으면서, 새로운 스마트워치를 찾는다면, 애플 워치 5를 만나보라.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