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70억 인류 모두가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슈나이더 일렉트릭 에릭 리제 부사장
[IT동아]
전세계 인류는 하루 24시간 늘 쉼 없이 에너지를 이용한다. 에너지 이용자는 줄지 않고 이용량은 매년 급증하면서 오래 전부터 에너지 고갈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졌다. 결코 무한하지 않은 에너지를 좀더 효율적으로, 의미있게, 무엇보다 전세계 인류가 공평하게 이용케 하는 '에너지 관리'에 전세계가 관심을 갖는 이유다.
전기는 현대 세상을 '온전히' 돌아가게 하는 근본 에너지다. 183년 전부터 전기 에너지 관리에 집중해온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기업은 아니지만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에너지 관리 시스템 아래서 전기 에너지를 이용하고 있다.
"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엔드게임>의 주인공인 '타노스'는, 에너지 자원의 한계를 깨닫고 전 인류의 절반을 줄이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합니다. 충분히 공감되는 이야기지만, 우리는 방법을 달리 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인구를 통제할 순 없으니, '어벤져스'처럼 에너지 분야에서 '히어로/영웅'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인재와 팀을 갖추고 대응하자는 겁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정부기관, 교육기관, 기업체 등과 협력해 최상의 '에너지 어벤져스'를 꾸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에 재직하며 20년 이상 에너지 관리 분야를 고민하고 있는 '에릭 리제(Eric Leger)' 부사장의 말이다.
그는 현재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글로벌 마케팅 수석 부사장으로, 2008~2013년에 한국지사장으로도 근무한 적 있어 우리나라 에너지 환경과 구조에 익숙하다. 한국지사에 5년 간 몸 담으며 한국시장에 강렬한 인상을 얻었다고 말한다.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은 '소통'이 가장 활발한 국가입니다. 시장 규모는 아시아 주요 국가에 비해 작지만, 유럽과 미국에 이어 거의 모든 기술을 갖췄고, 잘 발전된 산업공장도 많습니다. 디지털 기술과 인프라가 탁월하니 신속, 정확한 소통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한국은 우리에게 아시아 허브의 역할을 합니다."
그의 말대로,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한국기업과 소통하며, 중동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의 건설 프로젝트나 인프라 사업에 협업하고 있으며, 한국기업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 관리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즉 EPC(설계/조달/시공을 모두 담당) 사업을 벌이는 한국기업이 해외 현지에서 모든 걸 조달하기 어려울 때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조력자로 함께 한다. 글로벌 규정에 적합한 전기/배전반 설비의 안정성과 신뢰성, 품질이 이미 검증됐기 때문이다.
"건설이나 시공 등 산업 분야 외에, 일반 소비자들도 일상에서 슈나이더 일렉트릭을 알게모르게 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은평성모병원에는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에코스트럭처 파워(EcoStruxure Power)'가 도입/적용됐습니다. 물론 병원 관계자나 환자/가족들은 이를 모르고, 알 필요도 없죠. 병원은 생명/건강과 직결되는 환경이라, 특히 안정적인 전기 공급과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가 필수입니다."
<에코스트럭처 파워는 전 산업분야에 적용되는 전력관리 솔루션이다(출처=슈나이더 일렉트릭 홈페이지)>
'에코스트럭처 파워'는 사물인터넷 기반의 지능형 통합 전력관리 솔루션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기업 슬로건인 'Life is On'에 걸맞게, 사람 생명과 관련된 분야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전기 소비량이 많은 병원 환경에서 각종 의료장비/기기, (수술실) 조명 등의 가동시간을 최적화하고, 이들 장비/기기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통합해 실시간 상황인식 기능도 제공한다. 또한 수술실이나 응급실처럼 안정적인 전기/전원 공급이 반드시 보장돼야 하는 공간에서는 회로 절연 결함 등을 사전에 감지해 사고를 예방한다.
"병원 수술실은 절대로 정전이 돼서는 안됩니다. 하루 24시간 365일 전기 공급이 안정돼야 하는데, 에코스트럭처 파워가 그 중요하고 숭고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병원이라면 여기에 우리의 '빌딩 오토메이션 시스템'도 적용해 병원 내 공기의 질도 관리합니다. 한 치의 허점도 용납될 수 없는 공간이기에 더욱 주의 기울이고 신경 쓰고 있습니다."
"한국스러운 예를 하나 더 들면, 한국의 자랑스러운 '프리미어 리거'인 손흥민 선수가 뛰는 영국 토트넘 핫스퍼 홈 경기장 '뉴 화이트 하트레인'에도 우리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손 선수 중계를 즐겨 보시는 분들 중에는 슈나이더 일렉트릭을 아실 수도 있을 겁니다. 영국에서 가장 크고, 최신 기술이 적용된 축구장인데요. 여기에 에코스트럭처가 도입되어 경기장 내 온도와 조명 조건을 맞추고, 실시간으로 예방/유지보수 활동을 합니다. 특히 야간 경기 시 효율적 에너지 관리에 집중해야 합니다."
<토트넘 핫스퍼 홈 경기장에 적용된 '에코스트럭처 파워'(출처=슈나이더 일렉트릭 홈페이지)>
에릭 리제 부사장은, 이외에도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한국과 한국 시장을 대단히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한다.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주력하는 빌딩/제조/데이터센터/인프라 분야가 골고루 배치돼 있어 이들에게는 좋은 기회와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빌딩이라면 일반 상업시설이나 거주시설, 쇼핑몰, 사무실 등이 있고, 제조 분야로는 한국 전 지역에 수 많은 제조업체가 건실히 운영된다. 최근 들어 글로벌 IT기업들이 한국 내 데이터센터 건립/설립 경쟁도 벌이고 있어 슈나이더 일렉트릭에게는 요즘이야말로 절호의 시기인 셈이다.
"한국 시장이 우리에게 최우선 순위로 인식되는 이유가 바로 '데이터센터'입니다. 아까 말한 대로, 한국은 훌륭한 IT 기술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해외 기업들이 늘 탐내는 시장입니다. 이에 우리도 한국 내 든든한 엔지니어링 인력과 팀을 갖춰놨습니다. 데이터센터 역시 에너지 소비가 대단히 많고,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한 환경인 만큼, 데이터센터 건립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디자인과 시뮬레이션, 기술지원을 제공하려 합니다. 이미 해외 데이터센터 구축 경험이 풍부한 터라 자신 있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전형적인 B2B 기업이다. 전세계 데이터센터 건립/구축의 중심에 그들이 있고, 그 데이터센터를 통해 IT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지만, 우리 소비자들은 이들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다. 이에 리제 부사장은 앞으로 자신들이 누구고 무엇을 하는지 적극적으로 알리려 한다. B2B 기업이지만 최종 이용자, 최종 혜택자는 결국 소비자, 전 인류이기 때문이다. 183년동안 브랜드 신뢰도를 차곡차곡 쌓았으니, 이제는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게끔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에너지 사용은 인간에게 기본 권리인데, 전세계 70억 인구 중 약 10억 명은 여전히 이 기본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에서는 하루에 2~3시간 밖에 전기를 사용할 수 없고, 인도의 콜카타(구 캘커타)나 방글라데시 몇몇 지역도 아직까지 전기를 사용하지 못합니다. 이 같은 '디지털 격차'와 '에너지 격차'를 줄이고 에너지 접근성을 넓히는 것이 우리의 임무고 책무라 여깁니다. 이것이 결국에 브랜드 인지도와 직결하리라 믿습니다."
"에너지 격차만큼 중요한 것이 또한 환경 보호입니다. 에너지와 자연환경은 뗄 수 없는 관계기이고 하고요. 이에 우리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려 합니다. 하나는 우리 설비/기술에서 재생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 또 하나는 탄소 발생을 최소화 하는 것입니다. 이에 모든 우리 제품에 로하스(RoHS/유해물질안전) 인증을 획득했고, 부품/제품의 재활용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순환경제 관련으로 상도 받았고(서큘러스2019-다국적 부문), 7년 연속으로 '지속가능성 높은 100대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고 지키는 것 역시 우리의 임무고, 이 분야의 롤모델이 되려 합니다."
그는, 슈나이더 일렉트릭 기업로고나 홈페이지 등에 유독 초록색(Green)이 많은 이유도 환경 보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나타내기 위함이라 덧붙였다. 이외에 에너지 소외 지역/ 계층을 지원하는 기술 인력도 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 지난 17년 동안 160여 명의 기술전문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전문기술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슈나이더 일렉트릭 아카데미 프로그램도 수강하도록 돕고 있다.
183년 역사가 뒷받침하듯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이미 오래 전에 한국 시장에 발을 들였고, 이미 크고 작은 기업체와 연을 맺고 있다. 대형 철강회사나 건설사, 대기업 제조공장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사업체라면 슈나이더 일렉트릭을 모를 리 없다. 리제 부사장은 이제 한국 내 '스마트 팩토리'에 초점을 맞춘다.
"제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스마트 팩토리는 에너지 관리부터 시작됩니다. 전통적으로 제조업은 에너지 소비가 많으니 이에 따른 비용 지출도 대단히 높습니다. 스마트 팩토리의 성과는 이런 지출을 얼마나 절감하는 지에 달렸습니다. 우리는 전세계 국가/지역을 구분해 한국, 중국, 일본 등 각 기업의 에너지 소비 패턴을 조사한 다음 이를 에너지 관리, 공정 자동화 등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소비/관리함으로써 전체 비용/지출을 줄이고, 자연 환경도 보존하려는 시도입니다."
글 / IT동아 김영우 (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