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없이 즐기는 풀 HD 모니터, 벤큐 G2220HD
2000년대 초반, LCD 패널이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되고 LCD 모니터의 제조 업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즈음에 그때까지 시장의 주류였던 배불뚝이 CRT 모니터를 날씬한 LCD 모니터로 바꾸는 붐이 일어났고, 이윽고 시장에서 CRT 모니터는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2010년이 된 지금, 모니터 시장의 최대 화두는 화면의 비율이다. 기존 LCD 모니터는 대부분 4 : 3, 혹은 16 : 10 비율의 제품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나오는 모니터들은 이보다 좌우로 긴 16 : 9의 화면 비율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왜 16 : 9 화면비율의 모니터 사용하는 것일까? 21.5인치(55cm) 크기의 화면을 갖춘 보급형 16 : 9 모니터인 벤큐(BenQ)의 G2220HD를 살펴보면서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자.
무난한 디자인 속에 나름의 개성
벤큐 G2220HD는 유광 블랙 컬러의 베젤(화면을 둘러싼 테두리)과 스탠드를 갖추고 있다. 이는 최근의 모니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그다지 눈에 띄는 부분은 없지만, 모니터의 모서리 부분을 둥글게 처리하고 스탠드 부분에 동심원 모양의 무늬를 가미하여 나름의 개성을 살렸다.
바닥의 스탠드는 상하 각도 조절만 가능하며, 회전이나 높이 조절 기능은 없다. 아쉽긴 하지만 보급형 모니터이니 이런 기능까지 바라는 것은 사치다. 스탠드 뒤쪽 중앙에는 작은 고리가 있는데 이곳에 케이블을 끼워 정리할 수 있어 깔끔한 케이블 관리가 가능하다.
모니터 후면은 전면과 다르게 무광 블랙으로 표면을 처리하였고, 중앙에는 베사(VESA) 규격의 마운트 홀(구멍)을 갖추고 있다. 베사 규격은 국제 표준이므로, 시중에서 파는 베사 규격 마운트를 구매하면 벽걸이 형식으로 모니터를 설치할 수 있다.
HDMI 포트는 없지만 게임기나 블루레이 연결 가능
모니터 하단에는 D-Sub와 DVI 규격의 입력 포트를 갖추고 있다. 아날로그 방식의 영상 출력 방식을 갖춘 PC라면 D-Sub, 디지털 방식의 출력 방식을 갖춘 PC라면 DVI와 연결하면 된다. 전원부는 요즘 모니터답게 본체에 내장되어 있다. 구형 모니터처럼 무거운 어댑터는 필요 없이 일반 전원 코드만 꽂아 사용한다.
최근의 PC에는 DVI의 발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HDMI 규격의 출력 포트를 갖춘 PC도 상당수인데, 벤큐 G2220HD는 HDMI 포트를 갖추지 못한 것이 약간 아쉽다. 물론, HDMI의 영상 신호는 DVI와 호환되므로 소비자가 별도로 HDMI - DVI 변환 케이블을 구입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다만, HDMI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영상과 음성 신호를 하나의 케이블로 전달하는 것인데, HDMI-DVI 변환케이블을 사용하면 영상 신호만 전달이 가능하다. 그리고 어차피 벤큐 G2220HD 본체는 스피커도 내장하고 있지 않으므로 어차피 HDMI의 모든 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벤큐 G2220HD의 DVI 포트가 HDCP(high-bandwidth digital content protection) 규격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HDCP는 디지털 영상 저작권 보호 규격으로서, 플레이스테이션3와 같은 HD급 비디오 게임기, 혹은 블루레이(풀 HD 고화질을 지원하는 DVD의 후속 매체) 플레이어의 HDMI 포트는 HDCP 규격을 지원하지 않는 TV나 모니터가 아니면 화면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벤큐 G2220HD의 DVI포트는 HDCP를 지원하므로 HDMI - DVI 변환케이블을 사용해 게임기나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연결하면 문제없이 화면을 볼 수 있다(다만, 이 경우에도 음성 출력은 별도의 스피커를 이용해야 한다).
기존 22인치 모니터보다 상하 폭 좁지만 해상도는 더 높아
벤큐 G2220HD의 실제 화면 크기는 21.5인치(55cm)이지만,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편의상 22인치(56cm)급 모니터로 분류한다. 따라서 구매 전에 제품의 사양을 잘 살펴보는 것이 좋다. 22인치는 기존에 사용하던 16 : 10 비율 모니터에 존재하는 크기인데, 좌우 폭은 16 : 9 모니터와 비슷하지만 상하 너비는 약간 더 넓다.
그렇다면 비슷한 가격이라면 오히려 16 : 10 비율의 22인치 모니터를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물론, 단순히 화면 크기만 본다면 그것이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해상도(화면을 구성하는 점의 수)까지 생각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16 : 10 비율의 22인치 모니터는 대부분 1,680 x 1,050의 해상도까지만 표시 가능하지만, 벤큐 G2220HD와 같은 16 : 9 비율의 21.5인치 모니터는 1,920 x 1,080 해상도까지 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상도가 높으면 보다 많은 콘텐츠를 한 화면에 표시할 수 있다. 이를테면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 2개를 동시에 화면에 띄우고 웹 서핑을 할 경우, 1,680 x 1,050 해상도의 모니터는 일부 내용이 잘려서 표시되지만, 1,920 x 1,080 해상도를 지원하는 벤큐 G2220HD는 내용의 잘림이나 가려짐 없이 2개의 창을 표시할 수 있었다.
보급형 LCD 패널이지만 시야각은 그럭저럭
LCD 모니터의 화질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사용된 LCD 패널의 종류다. 고급형 모니터의 경우, ‘IPS’나 ‘VA’와 같은 이른바 광시야각 패널을 사용한다. 광시야각 패널을 사용하면 화면을 보는 각도가 달라져도 색감이나 밝기의 왜곡이 없는 장점이 있지만, 모니터의 가격은 비싸진다.
벤큐 G2220HD는 보급형인 TN 패널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야각 측면에서는 다소 불리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TN 패널도 많이 개선되었는지, 벤큐 G2220HD는 의외로 시야각이 넓은 편이라서 좌우 40도, 상하 25도 정도의 각도라면 화면을 보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물론, 이 정도의 시야각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용자도 있을 수 있겠지만, 10만 원대 중반의 보급형 모니터에서 이 이상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영화 볼 때 유리한 16 : 9 비율
AV 기기에 관심이 많은 사용자라면 이미 감을 잡았을 텐데, 벤큐 G2220HD의 16 : 9 비율의 1,920 x 1,080 해상도는 HD TV에서 이야기하는 풀 HD급 규격(1,080p라고도 한다)의 해상도에 해당한다. 이는 HD TV뿐만 아니라 블루레이급의 고화질 영화에서 사용하는 해상도이기도 하다. 영상 소스와 모니터의 해상도가 정확하게 일치하면 화질 저하 없이 또렷한 영상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벤큐 G2220HD를 사용해 1,080p 해상도의 영화를 감상해 보았는데, 화질의 저하는 느낄 수 없었으며, 16 : 9 비율의 화면을 갖춘 덕분에 영화의 상하단에 나타나는 검은색 여백이 없어 만족도가 높았다.
게임 플레이에 유용한 기능도 갖춰
다만, 영화가 아닌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약간의 아쉬움도 있을 수도 있다. 특히, 16 : 9 비율의 해상도를 지원하지 않는 ‘서든어택’과 같은 게임을 할 때는 화면이 양쪽으로 늘어난 상태로 화면이 출력되어 약간의 어색함이 느껴졌다. 이때는 벤큐 G2220HD의 화면 비율 변경 기능을 사용해 보자. 이는 모니터 본체의 메뉴(Menu) 버튼을 누르면 나타나는 화면 조정 메뉴에서 선택 가능하다.
이를 이용하면 화면 양쪽에 공백이 생기며 표시 해상도에 적합한 비율로 바뀐다. 표시되는 화면이 좁아지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게임 화면의 비율이 왜곡되는 것을 원치 않는 사용자라면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벤큐 모니터는 센스아이(Senseye)라는 특징적인 기능을 지원한다. 이는 각각의 상황에 따라 화면의 질감을 적절하게 화면 모드를 변경하는 것인데, 모니터 전면의 버튼을 누르면 각 모드가 전환된다. 이중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다이내믹(Dynamic)' 모드다. 다이내믹 모드로 화면을 전환하면 40,000,000 : 1로 동적 명암비가 구현되는데, 명암비가 높으면 어두운 화면에서도 물체의 윤곽을 정확하게 표시할 수 있기 때문에 화면 구성이 복잡하고 동작이 빠른 게임을 플레이할 때 유용하다. 하지만 이 모드에서는 색감이나 밝기가 원본 영상과 다르게 표현될 수 있으므로 일상적인 작업을 할 때는 표준모드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눈에 띄는 부가 기능 없지만 기본기 충실하고 저렴
벤큐 G2220HD의 가격은 2010년 9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16만 5천 원으로, 21.5인치급의 모니터 중에서 저렴한 편에 속한다. 벤큐는 대만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중 한 곳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한국에서의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보니 높은 가격표를 붙이기가 조금 어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덕분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살 수 있게 되었으니 한국 소비자로서 다행인 일이다.
HDMI 포트나 내장 스피커 등이 없으며, 스탠드 회전이나 높이 조절과 같은 부가 기능은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에 따라서는 다소 활용도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무난한 화질 및 저렴한 가격 등, 보급형 모니터로서의 기본기는 충실한 편이다. 부담 없고 무난한 16 : 9 비율의 모니터를 원한다면 조심스럽게 이 제품을 체크해 보자.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