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지티 정제우 대표 "안면인식으로 더욱 안전한 사회를 이루는 게 궁극적 목표"
[IT동아 남시현 기자] 생체인식은 각 개인의 고유한 신체적, 형태적 특징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기술이다. 한 사람이 가진 생물학적 정보가 곧 암호이므로 복제가 거의 불가능하고, 인증 장치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현재 가장 상용화된 생체인식 기술은 지문인식이며,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포함해 공동 현관이나 근태관리 시스템, 출입국 관리 사무소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지문인식은 실리콘으로 본뜬 지문이나, 전도성 잉크를 활용한 복제로 뚫린 사례가 있어서 완벽한 보안 기술로 보기는 어렵다. 반면 얼굴 표면과 윤곽 형태를 기반으로 하는 안면인식 기술은 가장 완성 단계에 있는 생체인식 기술이다. 가장 먼저 지문인식 활성화에 나섰던 애플도 이미 안면인식 기능인 '페이스ID'를 도입했고, 전 세계 보안 업계에도 안면인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지문인식을 넘어 안면인식부터 시작한 기업이 있다. 2012년에 설립된 파이브지티는 지문인식보다 더 정교한 보안이 필요한 산업, 금융, 인사 분야에 안면인식 기능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현재는 사물인터넷과 결합한 가정 보안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파이브지티 정제우 대표를 만나 대한민국의 안면인식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보았다.
먼저 본인과 파이브지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정제우 대표(이하 정 대표) : 본인의 경력은 소방산업정보기업 '동방전자산업'으로 시작한다. IMF 당시 글로벌 소방 방재 및 보안 전문기업 타이코(Tyco)가 동방전자산업, 그리고 ADT 캡스를 차례로 인수해 소방과 보안 분야를 모두 아우르게 됐다. 최종적으로는 타이코 한국법인의 연구소장까지 역임했다.
연구를 하다 보니, 안면인식과 관련된 보안 기술이 떠오를 것 같아 50살에 사직서를 내고 지금의 파이브지티를 창업했다. 지금 주력하는 분야는 안면인식 기능을 활용한 디지털 도어록이며, 사물 인터넷과 결합한 보안 및 생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IT 기자인 본인도 처음 아이폰에 지문인식이 탑재될 당시 이렇게 시장이 커질 줄 몰랐다. 그런데 파이브지티는 지문인식을 건너뛰고, 안면인식으로 시작했다는 점이 독특한데, 관련한 계기가 있는지?
정 대표 : 2012년 당시 생체 인증의 대세는 지문인식이었다. 하지만 지문인식은 접촉식인 데다가, 쉽게 위조될 수 있어 단순히 거쳐 가는 단계다. 그래서 시작부터 안면인식을 채택했고, 현재 업계에서의 입지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재 파이브지티의 안면인식 기술력은 4만 개의 얼굴 특징을 포착해 99.9%의 정밀도를 보이며, 적외선 카메라를 활용해 어두운 환경도 문제없다. 얼굴 인식과 위치 추적, 적외선 조명을 이용 인식, 다중 확인 및 자동 신고 시스템에 관련된 특허를 다수 보유 중이고, 기업부설 연구소를 갖춰 품질경영과 얼굴인식 알고리즘에도 투자하고 있다.
안면인식 기술력이 디지털 도어록과 접목된 이유는 모든 보안과 안전의 시작이 바로 '문'이기 때문이다. 어딜 가든 문이야말로 가장 기초적인 보안 장치로 쓰이며, 전 세계 어디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라 봤다.
<정제우 대표가 지페이스봇을 활용한 얼굴인식 로그를 확인하고 있다>
최근 사물인터넷, 4차 산업 혁명이 대두됨에 따라 안면인식 기술도 함께 조명되고 있다. 대한민국 안면인식 기술의 현재와 미래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정 대표 : 2012년 당시 안면인식 산업은 영(0)에 수렴했다. 그래서 초기 3년은 시장에 '안면인식'이 무엇인지 인식하고자 노력했고, 2018년을 전후로 보안 회사나 홈 시큐리티(주택 보안 시스템)에 채용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철저한 보안이 필요한 공공기관과 기업,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기존 보안 장치로는 할 수 없는 스마트폰 연동 원격 제어나 범죄 예방 기능을 원하는 가구도 급증함에 따라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한편 한국산(Made in Korea)이라는 점도 안면인식 시장 성장에 보탬이 된다. 현재 세계 안면인식 시장은 중국이 선도하고 있으나, 보안과 안정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그래서 가격이 세배 정도 비싸도 믿고 쓸 수 있는 한국산 제품을 선택하는 분위기가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 4월, 강남구 청담동의 최고급 빌라 '더 펜트하우스 청담'에 지페이스봇이 도입됐다.>
파이브지티가 국내 최초로 아파트에 안면인식 도어락을 도입한 기업으로 알고 있다. 파이브지티의 '지페이스봇'은 어떤 역할을 하며, 현재까지 도입 성과는 어떤지.
정 대표 : 파이브지티가 개발한 인공지능 보안 로봇 '지페이스봇'은 분석을 통해 표정과 상태까지 파악한다. 사물 인터넷 기기라서 스마트폰으로 출입 정보를 확인하거나 원격으로 열어줄 수 있고, 모든 방문자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 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판단하면 자동으로 신고하는 기능이라던가, 인증 실패 시 관리실 및 관리자에게 얼굴 사진을 전송하는 보안 기능도 포함돼있다. 게다가 모든 세대별 기기가 CCTV니 건물 전체가 더 안전해진다.
설치 실적은 공공기관, 그리고 민간 아파트 단지로 나뉜다. 공공기관으로는 청와대 경호실과 법원, 강남 경찰서, 서울/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핵심 기관에 납품됐고, 민간 역시 최소 50여 개 이상 대단지에서부터 고급 오피스텔 등에 도입되고 있다.
파이브지티의 얼굴인식 기능을 활용해 가족 간의 소통, 독거노인 문제, 장애인 지원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와 관련한 설명을 부탁한다.
정 대표 : '문'은 모두가 거치는 통로지만, 누군가에겐 장벽이다. 파이브지티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의 결합으로 이 문제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반 사용자가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바로 '가족 간의 소통'이다. 지페이스봇과 스마트폰을 연동해 아이 및 부모의 출입 시간, 사진을 볼 수 있고, 음성 메시지를 남겨서 출입 시 대화를 할 수 있다. 간단한 기능이지만 기존 도어락으로는 생각할 수 없었던 기능이지 않은가?
두 번째는 치매, 독거노인 문제다. 지페이스봇은 문 앞에 서 있으면 바로 열어주므로, 도어록을 쓰기 어려운 치매 노인에게 유용하다. 독거 노인 문제 역시 원격으로 외부 기관에서 출입 상태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시각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에게 도어록은 큰 걸림돌이다. 하지만 사전에 얼굴만 등록하면 접촉할 필요도 없이 문이 열린다. 지난 2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에 지페이스봇을 기부한 것도 장애인의 편의를 위한 노력이다.
마지막으로 파이브지티의 향후 목표, 그리고 이루고 싶은 바가 있다면?
정 대표 :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안면인식 시장을 열어온 지 올해로 만 7년 차다. 처음 이 분야에 발을 디딜 때만 하더라도 감히 성공 가능성을 예견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국내 유수의 대기업부터 글로벌 업체들까지 파이브지티가 만든 생태계에 뛰어들고 있다.
그렇다 보니 파이브지티가 가는 길이 곧 시장의 흐름이며,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재 인공지능 보안 로봇을 기반으로 추후 월정액 보안 서비스나 구독, 대여(랜탈)를 통한 정기 관리 서비스를 계획 중이며, 사물인터넷 기기와 연동해 안면인식 기능을 더 폭넓게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며, 집안의 가전제품은 서로 유기적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 하지만 안전과 관련된 사물인터넷 기기 시장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출동 보안업체가 확실하다 보니 보안 관련 시장 성장이 더디긴 하지만, 앞으로 보안 관련 사물인터넷 기기 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으니 지켜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정제우 대표는 "우리가 보유한 안면인식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셉테드(CPTED, 환경 설계를 통한 범죄 예방)에 녹아드는 것이다. 셉테드는 도시 환경을 바꿔 범죄를 예방하는 설계로, 안면인식 기능을 활용해 더욱 안전한 사회를 조성하기를 바라는 것"이라 전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