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콘서트] 더코더 박행운 대표, "모두가 함께하는 고유 상품과 독점 시장"
[IT동아 권명관 기자] 기술은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한다.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상황에 맞춰 활용하는지 여부에 따라 개인 혹은 기업의 역량이 달라진다. 이 역량은 다가올 위기를 극복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데 밑거름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최신 흐름과 정보를 얻는 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경기콘텐츠진흥원(이하 경콘진)이 스타트업을 위한 성장 노하우를 전달하고자 다양한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 중 창업 및 전문가를 초청해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테크(TEC – Tech, Experience, Content) 콘서트'는 기술·창업 분야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테크 콘서트는 이름 그대로 기술과 콘텐츠에 대한 강연으로, 지난 7월 2일부터 세번째 시즌을 시작했다. 이미 지난 2년간 총 24회에 걸친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1,520여 명이 청중으로 참여한 바 있다.
테크 콘서트 시즌3는 7월부터 11월까지 고양, 광교, 시흥(서부), 의정부(북부), 부천 등 총 5개 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 지역별 특화된 창업 정보를 담아 진행한다. 강연 주제는 지역별 특색과 대상을 살렸다. 고양은 '뉴미디어 및 모바일', 광교는 'VR·AR(가상·증강현실)', 시흥은 '사물인터넷(IoT)', 부천은 '하드웨어', 의정부는 '디자인' 등 다양한 주제로 열린다.
< 더코더 박행운 대표의 테크콘서트 시즌3 강연 모습 >
지난 9월 5일, 테크콘서트 시즌3 9월 첫 강사로 세상 만물에 데이터를 넣어 사물인터넷(IoT)를 넘어서는, 만물데이터(DoT, Data On Things)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더코더 박행운 대표가 나섰다. 참고로 경콘진은 행사장을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창업 정보와 창업 확산에 기여하기 위해 테크콘서트 시즌3를 네이버 '비즈니스 판'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사물데이터를 넘어 만물데이터로
"고유 상품과 독점 시장을 가져야 합니다"
더코더 박행운 대표가 무대에 올라 가장 처음 건넨 말이다. 그는 스타트업이, 성장을 꿈꾸기 위해서는 스스로 오롯할 수 있는 고유 상품에 도전해야 하고, 경쟁자를 넘어서는 독점 시장을 꿈꿔야 한다고 말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따라할 수 없는 아이템을 강조한 것. 이어서 그는 더코더가 집중하고 있는 만물데이터 'DoT(Data On Things)'에 대해서 설명했다.
< 더코더 박행운 대표는 스타트업이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더코더의 DoT는 사물에 데이터를 담는 기술이다. 사람 눈으로 구분할 수 없는 미세한 패턴을 제품에 입혀 인쇄하고, 패턴을 스캔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데이터를 담는 기술의 핵심은 도트(dot, 점)다.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점을 데이터 패턴에 맞춰 분사해 인쇄하고, 카메라가 분사된 점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즉, 잉크를 미세하게 분사 인쇄할 수 있는 프린터와 카메라가 달려있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더코더의 데이터를 읽고 사용할 수 있다. 이 솔루션을 더코더는 'DoT 이미지 코딩'이라고 설명한다.
핵심은 미세한 색상의 차이다. 사람의 눈으로 구분할 수 없는 점을 인쇄해 사물에 입히고, 카메라로 인식해 데이터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그저 하얀색으로만 보이는 A4 용지지만, 더코더의 DoT 기술을 덧입히면 마치 USB처럼 정보를 담을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색깔을 입혀도 데이터를 구분할 수 있다. 사람 눈에는 같은 빨간색으로 보일지라도 미세한 점 단위로 색상 코드를 달리해 카메라가 인식할 수 있도록 조정할 수 있는 것.
이어서 그는 "더코더의 DoT 기술은 금속이나 플라스틱, 유리, 가죽, 천, 세라믹(도자기) 등 다양한 재질에 입힐 수 있다. 원리는 QR코드, AR 스캔 기술과 비슷하지만,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다. 기존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보이지 않는 데이터를 넣을 수 있는 것. 디자인 이미지 파일만 있으면, 더코더의 변환 솔루션을 통해 데이터를 바로 넣을 수 있다. 박 대표는 "DoT를 활용하면, 사물에 고유의 정보를 담은 지문을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 DoT 기술을 설명하고 있는 더코더 박행운 대표 >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 즉, 사람에 대해서 이해하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사람이 살면서 큰 어려움을 겪거나, 사고를 당했을 때 표현하는 말이 있다. '눈 앞이 캄캄하다'라는 말, 아마 평소에도 자주 사용하는 표현일 것"이라며, "사람은 정상적인 때 전체 에너지의 12%를 시력에 사용한다. 하지만, 큰 사고를 당해서 쓰러졌을 경우, 뇌가 이렇게 명령한다. '에너지를 더 중요한 곳에 사용하라'라고. 이 때 시력에 공급되는 에너지는 4%로 줄어들고 나머지는 뇌야 두뇌에 할당된다"라고 말했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눈으로 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뜻이다. DoT의 기술 원리와 이어진다. 더코더는 눈으로 보고 있지만, 눈으로 읽지 못하는 데이터를 사물에 담았다. 생각의 전환이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포토샵으로 색상을 구분하면, 검은색 하나에도 총 256단계가 있다. 흔히 말해 짙은 검은색, 옅은 검은색이다. 카메라로 찍어서 분석하면 각 단계를 명확하게 구분하지만, 사람의 눈은 20단계 정도를 같은 것으로 인식한다.
< 제품 포장 패키지에 더코더 DoT 기술을 적용하면, 다양한 정보를 추가로 담을 수 있다 >
255단계 검은색 옆에 250단계 검은색을, 그리고 다시 255단계 검은색을 인쇄했다고 가정하자. 이를 1, 0, 1로 인식할 수 있다면? 맞다. 이진법이다. 이렇게 정보를 담으면 -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 A4 용지에 USB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인간에 대한 고찰을 계속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은 인간을 이해했을 때 찾을 수 있고, 다시 인간을 이해해야만 기술로 유용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에 대한 환상을 지워라
현실에 대한 충고도 덧붙였다. 그는 "더코더 DoT 기술을 여러 나라, 여러 업체에 소개했다. 다들 박수를 친다. 좋은 기술이라고. 따라할 수 없다고. 대체 상품이 없다고. 참 칭찬 많이 받았다(웃음)"라며, "하지만, 정작 구매는 안한다. 좋다고 칭찬하면서, 사용하지는 않는 것이다. 현실은 그만큼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누구나 그럴 듯한 계획은 가지고 있다. 한방 맞기 전까지는"
- 마이크 타이슨
< 마이크 타이슨, 출처: 인터비즈 >
박 대표가 인용한 전설적인 복서 마이크 타이슨의 말이다. 그는 "2년만 지나면, 전세계에서 우리 기술을 사용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더코더가 특허를 등록한 건만 6개가 넘는다. 출원이 아닌 등록 수다. 스타트업이 등록한 특허 수로는 꽤 많은 편이다. 그만큼 기술에 자신이 있었다"라며, "작년 봄, 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올해 겨울은 따뜻할 거라고. 장담했었다. 하지만, 올해 봄, 직원들에게 건넨 말은 이랬다. 이번 겨울은 춥지만, 잘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스스로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과 현실감 없는 기대 심리를 버려야 한다는 충고다. 이에 대한 해답을 그는 '숙성'이라고 말했다. 김치가 맛있는 묵은지로 변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라는 기다림의 숙성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은 참고, 견뎌내며, 인내할 수 있는 스킬을 가져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더코더는 모든 것을 혼자 할 생각이 없다. DoT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사례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DoT 기술을 이용할 수 없냐는 제안이 많다. 오는 9월말이면, 글로벌 브랜드 신발을 제조하는 공장에 우리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이 적용될 것 같다"라며, "DoT가 스마트 팩토리에 사용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 함께할 수 있는 기술을 강조한 더코더의 박행운 대표 >
마지막으로 그는 "많은 사람과 협력하고,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스스로 잘난 것, 아무도 따라하지 못하는 기술, 나만이 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과 협력할 수 있고, 어디에나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며,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되어야 한다"라며, "더코더는 우리와 함께할 어떤 아이디어에도 귀를 기울이려고 한다. 언제든 문을 열고 대화를 나눌 생각이다. 많은 스타트업도 자신들의 기술을 많은 사람, 많은 업체와 함께했을 때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조심스럽게 강연을 마쳤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