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SaaS 시대] 버추얼랩 이민호 대표, "미래 신소재 연구 클라우드에 달렸다"
"소재 연구를 위해 트라이얼 앤 에러(Trial & Error) 방식으로는 결코 일본의 벽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클라우드 기반 SaaS(Software as a Service) 시뮬레이션 서비스와 클라우드 기반 고성능컴퓨터(HPC)를 활용하면 900일 걸려 얻을 수 있던 데이터를 단 3일 안에 얻을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가 소재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습니다."
버추얼랩 이민호 대표는 자사 서비스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계산과학연구센터 출신으로 3년 전 버추얼랩을 창업했다. KIST가 출자한 한국기술벤처재단의 창업지원사업과 서울시 서울창업성장센터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서울 KIST캠퍼스내 홍릉벤처밸리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다.
트라이얼 앤드 에러 방식은 에디슨이 전구 속 필라멘트를 만들 때 1,000번의 실험을 거쳐서 만들어내던 것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소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원소들을 조합하지만, 각 들어가는 비율도 다르다. 일본은 이런 방식에서 강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 방식으로는 100년을 가도 일본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라고 주장했다.
< 버추얼랩 이민호 대표, 출처: 테크수다 >
[이제는 SaaS 시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HPC, 소재 시뮬레이션 분야 SaaS 스타트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일 경제 전쟁 와중에 소재와 부품 이슈가 갑자기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오비이락 격으로 취재를 하게 되었다.
< 버추얼랩은 머터리얼스 스퀘어(Materials Square 이하 MatSQ)와 맥스플롭스(MAXFlops)를 제공한다 >
머터리얼스 스퀘어는 '웹 기반 소재 시뮬레이션 플랫폼'이다. 기존 진입장벽이 높던 소재 시뮬레이션을 소재 연구자들이 쉽고 간단히 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MatSQ만의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는 사용자가 쉽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고, 간편하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버추얼랩은 AWS의 가장 기본 컴퓨팅 서비스인 '아마존 EC2(Amazon Elastic Compute Cloud)'와 스토리지 서비스인 '아마존 S3(Amazon Simple Storage Service)'를 사용하고 있다. 자사 SaaS 솔루션 MatSQ를 이용해 사용자 컴퓨팅 요청을 아마존 EC2 인스턴스에 자동적으로 분산하도록 구성했다.
소재 시뮬레이션 연구를 위한 원자 단위 시뮬레이션을 지원하기 위해 컴퓨팅 리소스를 오토스케링을 통해 수분내에 수천대까지 빠르게 확장해 시뮬레이션 시간을 단축하고, 연구 비용을 절감했다. 시행된 작업은 작업 수행 시간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는 합리적인 가격 정책으로 운용되고 있다.
< MatSQ, 출처: 버추얼랩 >
사용자들이 원활하게 MatSQ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매 분기 정기 교육을 실행하고 있으며, 신청자에 한해 방문 교육 또한 진행하고 있다.
최근 버전 3.0도 선보였다. MatSQ 3.0에서 계산을 더 쉽게 시작할 수 있는 MatSQ 간단 가이드를 제공하고, MatSQ 포럼(Forum)에서 계산에 관한 궁금한 사항을 직접 질문하고 답변할 수 있다. 또한, 한글 버전 문서를 지원하고, 내비게이션바를 추가했으며, 파일 개별 다운로드도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이외에도 MatSQ 계산 샘플을 제공하며, 로딩 속도와 전반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개선했다.
< MaxFlops, 출처: 버추얼랩 >
맥스플롭스(MAXFlops)는 즉시 작업 제출이 가능한 무제한 클라우드 HPC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AI 기반 R&D 등 최신 연구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최적의 시뮬레이션 환경을 제공한다. 무제한 컴퓨팅 서버 풀에서 대기없이 2,000개 이상 작업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으며, 유지 보수나 공간 걱정 없이 최소한의 투자로 슈퍼 컴퓨팅을 구현할 수 있다.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 환경을 지원한다.
추가적으로 AWS 비용 최적화를 위해 제공되는 구매옵션인 스팟인스턴스(Spot Instance)를 이용해 기존 온디멘드 비용 대비 80% 이상 컴퓨팅 비용 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 이제는 AWS 글로벌 인프라를 이용해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소재연구를 원하는 기업과 연구기관 등에 시간과 장소 제약없이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는 HPC 엔지니어로 8년 정도 활동했지만, 그 전엔 소재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슈퍼컴퓨팅과 클러스터링 분야 전문 기업 클루닉스에 입사해 HPC 분야에 몸을 담았다가 소재관련 연구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미래 소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리눅스 기반 터미널 환경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야 했다. 소재 연구자들에게 리눅스 기반 환경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관련 인프라를 관리해야 했다. 관련 담당자가 졸업하면 그간의 노하우는 또 사라지는 일이 반복적으로 이뤄진다.
특이한 선택이었다는 질문에 그는 "소재 연구를 하다 보면 컴퓨팅 파워를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소재 연구자가 컴퓨팅 영역으로 가면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는 거죠. 근데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들은 무척 비싸고, 사용하기도 너무 힘들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소재 분야를 아는 테크 엔지니어이자 개발자라는 경험을 쌓으면서. 지금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더 긴밀히 협력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런 환경이 연구자들에게도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소재개발을 위해 후보 물질 1,000개를 실험할 때 미리 체크해서 10여 개로 대폭 줄일 수 있다. 또한, 안전에 위협될 수 있는 환경, 가령 우라늄 등을 활용해야 하는 연구를 컴퓨팅 환경에서 우선 실험하고,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그가 "900일 가량 시간이 필요한 실험을 이런 컴퓨팅 환경에서는 3일 안에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 출처: 버추얼랩 >
클라우드 기반으로 창업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전세계 연구자들이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과 직접 구축하는 것보다 유지보수하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만약 슈퍼컴퓨팅을 필요로 하는 연구소가 직접 구축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고속 네트워크 인프라, 공간, 전기공사 등이 필요하다. 많은 비용과 시간 투자가 필수지만, 클라우드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는 "소재를 연구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재 시뮬레이션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클라우드 기반 SaaS와 고성능 그래픽 카드를 활용할 수 있는 HPC 환경으로 구축했어요"라며,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자신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능 업데이트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최적의 비용 환경에 집중하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소재를 연구하는 연구소 혹은 대학원에는 IT 담당 연구원이 필요했는데요. 그 역할을 저희가 대신할 수 있습니다. 스팟인스턴스를 잘 활용해서 비용을 2억 원까지 절약하기도 했습니다. 클라우드 사업자가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과 강력한 인프라에 대해 저희가 계속 집중하면서 소재 연구자들은 소재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서비스 경쟁력을 키워 나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버추얼랩 이민호 대표는 "새로운 신소재 관련 데이터를 얻는데 국밥 한그릇 아니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값이면 충분합니다"라면서 웃었다.
글 / 도안구 IT 칼럼니스트
편집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