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IR 마스터링] 3부 - 투자 IR 자료의 스타일
[IT동아]
[연재순서]
시작하며 - 투자 유치 홍보가 필요한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 - http://it.donga.com/29231/
1부 - 투자 프로세스에서 IR자료의 역할 - http://it.donga.com/29259/
2부 - 투자 IR자료의 목차 구성 - http://it.donga.com/29308/
3부 - 투자 IR자료의 스타일
4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 (1) 시장성 및 사업성
5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 (2) 차별성 및 경쟁력
6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 (3) 사람 및 팀역량
7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 (4) EXIT
8부 - IR피칭(발표)
9부 - 사례 소개: TV드라마를 통해 배우는 IR피칭
10부 - 성공적인 IR을 위한 조언
여기서 말하는 '스타일'이라 함은, 단순히 문서를 예쁘게 만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반복 언급하지만, 투자 성공 여부는 결국 '회사의 미래가치를 설득하고 투자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서 결정된다. 창업자/대표의 설득 논리를 투자자가 빠르게 그리고 잘 이해하고 공감하게 하려면, 디자인 측면에서도 분명히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있다.
1. 컨설팅보고서 스타일
투자유치 활동을 위한 IR 자료로서 소위 '스티브잡스 발표자료' 스타일과 '컨설팅보고서' 스타일의 장단점을 지난 연재 [스타트업 투자유치 마스터링. 7부 - IR자료 작성하기(https://it.donga.com/27686/)]에서 설명했다. 이를 요약하자면, 강연과 같은 발표용으로서는 훌륭하지만, 투자유치 과정의 IR 자료로서는 '스티브잡스의 발표자료' 스타일은 비효율적이고 부정적이다.
<그림 3-1> 컨설팅보고서 샘플 예시 <출처: www.pinterest.co.kr/pin/541206080216566483/>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도 걸리는 투자 프로세스에서 IR 자료는, 시간이 지난 후에도 창업자/대표의 철학과 회사 성장 논리를 언제라도 투자자가 상기할 수 있도록, 충분한 데이터를 담고 있어야 하고 서술돼 있어야 한다. 저자 직강을 매번 다시 들어야 내용을 기억할 수 있는 자료는 투자검토 과정에 매우 비효율적이고, 이에 따라 성공적인 투자유치라는 결과를 기대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그저 불리하다.
스티브잡스 발표자료 스타일이라고 하면, '시각적인 아이콘 또는 그림 위주', '깔끔', '여백의 미', '감각적' 등의 키워드를 떠올린다. 하지만, 컨설팅보고서 스타일이라고 해서 지저분하거나 고리타분해도 괜찮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정말 많은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고급스럽게 표현'하는 스타일을 말한다.
① (특징 1) 도식화를 통한 직관성 향상
컨설팅보고서 스타일의 가장 큰 공통 특징 중 하나는, 가급적 도식화를 통해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시각적 표현은 서술형 문장보다 읽는 사람이 훨씬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본 연재 2부에서 '투자자가 인내심이 많지 않다'고 한 적 있다. 그렇다면 창업자/대표는 더더욱 짧은 시간 안에 투자자가 회사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직관적(Intuitive)'으로 이해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 방법을 쓰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직관(直觀): 바로 눈에 보임. 일반적으로 판단, 추리 따위 작용에 의하지 않고, 사물의 본질이나 또는 알고자 하는 대상 등을 직접 파악하는 (출처 : 네이버 한자사전,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Intuition: an ability to understand or know something immediately based on your feelings rather than facts (출처 : Cambridge Dictionary)
도식화한다는 것이 사진이나 이미지를 많이 쓴다는 것과 동의어는 아니다. 서술형으로 풀어 쓰거나 복잡한 표로 작성할 문서를 다양한 그래프를 사용하여 시각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정보가 있을 때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그래프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표현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전문 서적이나 세미나 등을 참고해 각자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
도식화된 표현은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그리고, 도식화된 표현은 지저분하지 않아 가독성이 높다. 때문에, 투자를 위한 IR 자료는 많은 정보를 담는 것이 좋다는 목적에서도 도식화는 적절한 표현법이다. 또한, 본 연재 1부에서 언급했듯, IR 자료는 회사와 창업자/대표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고급스러우면서도 품격을 느끼게 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인데, 그런 면에서도 도식화는 괜찮은 선택이다.
② (특징 2) 헤드 메시지(head message)를 통한 주목도 향상
컨설팅보고서 스타일의 또 다른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대부분 '헤드 메시지'가 있다는 것이다. 헤드 메시지는 어떤 페이지를 처음 펼쳤을 때 독자 시선을 가장 먼저 받는 부분으로, 그 페이지를 압축 요약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도를 높인다. 또한,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에 따라서는, 저자(창업자/대표)의 사업에 대한 철학과 열정, 태도를 문서만으로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하는 효과도 낸다.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투자자에게 핵심을 얘기해야 할 때 헤드 메시지가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투자자가 헤드 메시지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다시 만나고 싶을 동기를 유발하도록 헤드 메시지에 집중하는 게 좋다.
경험으로 보면, 헤드 메세지는 1줄, 길어도 2줄을 안 넘어야 간결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2줄 안에 그 페이지 전체를 대표하는 내용을 담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단어 선정에 고민을 많이 해야 하고, 어떤 내용을 넣을 지도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그림 3-1> 참고).
2. 타사 IR 자료 사례
실제 기업의 IR 자료 중 개인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사례'라 판단하는 몇 개를 들어본다. 단 회사 정보 노출 방지를 위하여 실제 IR 자료 스타일은 유지하되, 글자는 'X'로 대체하고, 도식/사진은 빈칸으로 비워두는 형태로 재작성했다. 참고로, '잘 된 사례'가 아닌 '보완이 필요한 사례'를 소개하는 이유는, IR 자료에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최근 해당 기업의 투자유치 상황을 인터넷을 통해 찾아본 결과, 아래 중 일부 업체는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보인다(단, VC 이전 단계 투자로 금액적으로는 소규모 투자로 보여짐). 확실히 IR 자료의 옮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잣대라는 것은 없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선입견이 없는 상태에서 아래 기업의 자료를 포함해,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여러 IR 자료를 비교해 보면, 직관적으로 '내용 전달이 잘 되면서도 고급스러운 자료'와 그렇지 않은 자료는 분명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타사의 다양한 자료를 경험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자료를 작성하려는 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
- 기업 A: 서술형으로 작성해 가독성이 떨어지고 집중하기 어려움
- 기업 B: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난 후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기 어려움. 무성의하게 비칠 수도 있음.
- 기업 C: 전형적인 스티브잡스 발표자료 스타일. 그림(사진) 위주로, 시간이 지난 후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기 어려움
- 기업 D: 가벼워 보이는 문장. 글로벌 기업을 쉽게 비교하여, 열정보다는 자칫 허황된 과욕으로 비춰질 수 있음.
기업 E: 애니메이션 효과를 넣어 출력물에 여러 레이어가 겹쳐 보여 출력물이 혼란스러움. 출력물 기준으로 1-슬라이드 당 1-출력물이 되도록 가급적 애니메이션 삭제.
기업 F: 그림, 도식 등은 선명하게 알아볼 수 있는 해상도 유지.
- 기업 G: 외부 기사/그림/자료를 모자이크식으로 붙여 조화(look&feel)가 떨어지는 경우(예. 폰트, 색깔 차이 등). 그림은 삽입하되 문구는 직접 입력하여 조화를 맞추는 것도 방법.
기업 H: 삽입한 외부 자료의 글씨, 수치 등이 너무 작아 인식 불가능. 보는 사람에게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음.
연재 3부를 마치며
문서 작성은 개인 성향을 상당히 반영하기에, 이게 말처럼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투자유치가 필요한 창업자/대표가 투자자와의 관계에서 본인의 성향만을 고집할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 노력에 비해 투자유치가 지지부진하면 결국은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자신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스스로를 냉정하게 체크하고 스스로 변화하는 게 결코 쉽지 않기에, 기회가 된다면 외부 멘토링 또는 컨설팅을 받아볼 것을 권장한다.
다음 4부부터는 IR 자료의 내용 구성 측면을 자세히 알아본다.
글 / 엔슬파트너스 김민성 이사 (yaacksan@enslpartners.com)
(주)엔슬파트너스는 대기업 CEO가 주축이 되어 설립한 투자 전문 엑셀러레이터로서, 국내외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에 특화되어 있으며, 중국 액셀러레이터 '大公坊(대공방)'의 국내 유일 공식 파트너로 '대공방코리아'를 운영 중이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