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휴대성과 성능의 조화, HP 엔비 x360 13 슬림형 노트북
[IT동아 김영우 기자] 필자의 경우, 노트북 중에서 유난히 작고 예쁜 제품을 보면 오히려 경계를 하곤 했다. 작고 예쁜 외형만 강조하느라 내부 구성이 부실한 제품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부공간이 좁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부품을 탑재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내부에 발생하는 열을 배출하기 힘들기 때문에 고성능의 프로세서를 탑재하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요즘은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칩으로 만들어 공간 활용성과 발열, 그리고 소비전력을 개선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AMD의 라이젠(Ryzen) 모바일 프로세서도 그 중의 하나다. 라이젠 모바일 프로세서는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조합된 APU(Accelerated Processing Unit) 모델이며, 최근 성능과 효율성을 한층 높인 2세대 제품(코드명 피카소)가 출시된 바 있다.
HP 엔비(ENVY) x360 13-ar0078AU(이하 엔비 x360 13)는 신형 라이젠 모바일 프로세서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슬림형 노트북 중 하나다. 높은 휴대성에 감각적인 디자인, 다양한 활용성을 갖추고 있으면서 성능면에서도 기대할 만한 이 제품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감각적인 디자인, 높은 휴대성과 활용성
HP 엔비 x360 13의 외형은 감각적이다. 금속 위주의 재질을 적극 적용했으며 표면에 블랙 무광 처리를 해서 상당히 질감이 좋다. 제품 두께도 1.5cm 전후로 얇은데다 각 버튼 및 모서리 등의 마감에 신경을 쓴 흔적이 있어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제품 무게는 1.31kg으로 가벼운 편에 속하지만 외형이 워낙 얇고 작아 보이기 때문에 실제로 들어보면 생각보단 묵직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탑재된 화면은 13.3 인치 크기에 1920 x 1080의 풀 HD급 해상도를 갖췄다. IPS 규격 광시야각 패널에 기반하기 때문에 상하좌우 어느 쪽에서 보더라도 왜곡 없는 양호한 색감의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으며, 터치 기능을 갖추고 있어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다. 포함된 전용 스타일러스(펜)를 이용해 필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으므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전용 스타일러스에는 사용자가 기능을 정의할 수 있는 2개의 기능 버튼이 달려있으며 AAAA 규격 건전지 1개를 넣어 이용한다. 필기 감각이나 디자인은 좋은 편이지만, 노트북 본체에 수납할 공간이 없기 때문에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 같다.
HP 엔비 x360 13은 구동 범위가 넓은 힌지를 갖추고 있어 화면을 본체 바닥면까지 젖힐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일반적인 노트북 모드 외에 화면을 완전히 젖혀서 아이패드처럼 이용할 수 있는 태블릿 모드, 살짝만 접어서 세워 둔 상태로 즐기는 텐트 모드, 키보드 부분을 아래로 향하게 하여 화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스탠드 모드 등의 다양한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 이런 노트북을 컨버터블, 혹은 투인원(2 in 1) PC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키보드의 경우, 공간의 한계로 인해 우측 숫자패드는 갖추고 있지 않지만 각 키의 면적이 넓은 편이고 보기와 다르게 눌리는 깊이가 깊은 편이라 치는 맛이 좋다. 어두운 곳에서 작업을 할 때 유용한 키보드 백라이트도 내장하고 있다. 그리고 키보드 우측 하단에는 지문 센서를 갖추고 있어 이를 이용해 윈도우 로그인 등을 할 때 암호 입력 과정을 간략화 할 수 있다. 그 외에 화면 상단의 카메라를 통한 안면 인식 로그인 기능도 지원한다.
각종 소리를 들려주는 스피커는 키보드 상단과 본체 하단에 각각 2개씩, 총 4개를 품었다. 소형 노트북용 스피커 치고는 음량이 큰 편이고 전반적인 표현력도 양호하다. 유명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올룹슨(Bang & Olufsen)의 사운드 기술을 적용했다고 제조사는 강조하고 있다. 키보드 우측 상단에는 실제로 뱅앤올룹슨 로고가 찍혀 있다.
슬림형 노트북의 한계 보완하는 액세서리 제공
측면 인터페이스는 총 2개의 일반 USB 포트(3.0)와 1개의 USB 타입-C(3.1 Gen2) 포트, 그리고 마이크로SD 카드슬롯 및 음성 입출력 겸용 포트, 전원 어댑터 포트, 그리고 프라이버시 카메라 킬 스위치 등으로 구성되었다. 특이한 건 프라이버시 카메라 킬 스위치인데 이를 조작하면 화면 상단에 달린 카메라가 강제로 차단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PC 카메라 해킹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만약 포트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동봉된 포트 확장기를 이용하자. USB 타입-C 포트에 꽂아 이용하며, 각각 1개씩의 일반 USB 포트 및 USB 타입-C 포트, 그리고 외부 모니터 출력용 HDMI 포트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유선 LAN 포트는 갖추고 있지 않으므로 와이파이를 이용하거나 별도의 USB 유선랜 어댑터를 구매해 인터넷 접속을 해야 할 것이다. 슬림형 노트북이지만 각종 포트의 이용에 큰 불편을 겪지는 않을 듯하다.
범용성 높은 AMD 라이젠 7-3700U 프로세서 탑재
외형적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데 내부는 어떨까? HP 엔비 x360 13은 AMD 라이젠 시리즈, 혹은 인텔 코어 시리즈를 탑재한 모델이 함께 팔리고 있으며 이번에 살펴본 엔비 x360 13-ar0078AU 모델은 AMD 라이젠7-3700U 프로세서(코드명 키파소)를 품고 있다. 라이젠7-3700U는 올해 1월에 첫 출시된 제품이다. 물리적으로는 총 4개의 CPU 코어를 품고 있지만 여기에 SMT(물리적으로 하나인 코어를 논리적으로 둘로 나눠 전체 코어의 수가 2배로 늘어난 것과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기술)를 적용, 총 8 쓰레드(처리단위)의 CPU로 운영체제에서 인식한다.
기본 동작 클럭은 2.3GHz지만 부하가 많이 걸리는 작업을 할 때는 순간적으로 최대 4.0GHz까지 자동으로 클럭이 향상되어 처리 효율을 높인다. 그리고 10개의 컴퓨트 코어를 갖춘 AMD 라데온 베가 10(Radeon Vega) GPU를 내장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AMD 프로세서의 내장 GPU는 전통적으로 인텔 프로세서의 내장 GPU에 비해 나은 멀티미디어 콘텐츠 구동능력을 기대할 수 있다.
8GB 시스템 메모리와 확장가능한 NVMe 지원 SSD
그 외에 8GB(DDR4 규격)의 적당한 시스템 메모리를 갖추고 있어 일상적인 작업에서 무난한 구동을 기대할 수 있으며, 256GB의 SSD를 저장장치로 탑재했다. 엔비 x360 13-ar0078AU에 탑재된 SSD는 고속 데이터 전송 기술인 NVMe를 지원하므로 전반적인 반응 속도가 빠르고 부팅도 신속한 편이다.
좀 더 많은 저장공간이 필요하다면 시중에 팔리는 좀 더 큰 용량의 SSD(M.2 규격)를 구매해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가능하다. SSD를 교체하려면 본체 하단의 특수 규격 나사를 풀어 커버를 분리해야 하므로 사용자가 직접 업그레이드하는 것 보다는 제조사 정식 서비스센터나 전문가에게 작업을 의뢰하는 것이 좋겠다. 참고로 시스템 메모리 업그레이드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비즈니스용으로 적합한 성능
CPU 및 시스템 메모리, 그리고 저장장치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작업에서 두루 쓸 수 있다. 웹 서핑이나 고화질 동영상 구동, 영상 편집 등의 작업을 매끄럽게 할 수 있으며 전반적인 반응 속도도 빠른 편이다. 워크스테이션급 고성능이 필요한 일부 전문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일반 소비자들이 무난하게 이용할 만하다.
게이밍 노트북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게임 구동능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리그오브레전드(LOL)을 실행, 화면 해상도 1920 x 1080에 그래픽 품질을 중간으로 맞추고 20여분 정도 플레이했다. 테스트 결과, 초당 평균 60 프레임 정도를 꾸준히 유지하며 매끄러운 진행이 가능했다. 다만, '오버워치'나 '배틀그라운드'와 같이 본격적인 그래픽 성능을 요구하는 게임을 즐기고자 한다면 다른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소 신경 쓰이는 발열, 무난한 배터리 효율
고성능을 요구하는 작업을 주로 하면서 한창 테스트를 진행하다 보니 키보드 쪽에 제법 발열이 느껴졌다. 디지털 온도계로 측정해 보니 섭씨 40도 부근까지 온도가 높아진 것을 확인했다. 이용이 곤란한 수준은 아니지만 여름철에는 다소 불편할 수 있겠다. 냉각팬 소음도 아주 시끄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약간은 신경 쓰인다. 이 때 유용한 것이 전용 소프트웨어인 HP 커맨드 센터(HP Command Center)다.
여기서 이용자의 사용 패턴에 따라 'HP권장(자동)', '성능', '편안함', '정숙성'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성능 모드는 발열과 소음 수준이 높은 대신 작업을 빠르게 할 수 있으며, 정숙성 모드는 성능을 낮추는 대신 발열과 소음이 가장 적다. '편안함' 모드는 그 중간 사이의 특성을 가진다. 정숙성 모드로 바꾸니 팬 소음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키보드 부분의 온도가 섭씨 30도 정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웹 서핑이나 문서 작성과 같이 높은 성능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용할 만하다.
배터리 효율도 측정해봤다. 본체(배터리 잔량 100%)의 전원 정책을 윈도우10 초기 설정으로 둔 후, 풀 HD급 동영상을 연속 구동하면서 시간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약 7시간 구동 후 배터리 잔량이 10% 이하로 떨어져 경고 메시지가 뜨는 것을 확인했다. 이용자의 사용 패턴에 의해 전력 소모의 정도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배터리 효율이다.
휴대성과 활용성 양립한 양질의 제품, 직장인에게 추천할 만
HP 엔비(ENVY) x360 13-ar0078AU는 높은 휴대성과 세련된 디자인, 그리고 다양한 활용성을 갖춘 양질의 노트북이다. 동작 반경이 높은 힌지와 전용 스타일러스를 이용해 태블릿처럼 쓰는 것도 가능하며, AMD의 신형 프로세서인 라이젠7-3700U를 탑재, 다양한 방면에서 두루 쓸 수 있는 무난한 성능을 발휘한다. 전력 효율이나 스피커 품질 등도 충분히 합격점이다.
부하가 큰 작업을 할 때 발열이 다소 있는 것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성능 조절을 통해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해 아쉬움을 덜었다. 이동이 잦은 직장인에게 추천할 만한 제품이다. 2019년 7월 인터넷 쇼핑몰 기준, HP 엔비 x360 13-ar0078AU는 100만원 대 초반에 팔리고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