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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사 시프트업이 니콘 카메라를 선택한 이유

강형석

시프트업이 구축한 3D 촬영 시스템. 니콘 DSLR 카메라 159대가 설치되어 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많은 사람이 즐기는 게임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된다. 기획부터 제작, 검수, 출시에 이르는 비교적 단순한 과정이지만 어떤 변수에 의해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꼼꼼한 준비는 필수다. 동시에 게이머와 약속한 출시일에 맞춰야 한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제작 효율을 높이면서 완성도까지 갖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모바일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DESTINY CHILD)'의 히트와 함께 급부상한 시프트업(SHIFT UP)은 차기 게임 개발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하나는 현실적인 그래픽을 앞세운 '프로젝트 이브(PROJECT EVE)'와 모바일 3인칭 슈터 게임인 '니케:승리의 여신(NIKKE : THE GODDESS OF VICTORY)'이 그것. 모두 기대감을 한 몸에 받는 게임들로 개발 준비에 한창이다.

흥미로운 것은 시프트업이 게임 개발을 위해 도입한 장비에 있다. 흔히 게임 개발이라고 하면 3D 작업에 필요한 고성능 PC나 일러스트를 위한 타블렛 등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들은 과감히 카메라를 구매했다. 1~2대가 아니고 무려 160대에 달한다. 무엇을 위해 시프트업이 카메라를 구입한 것일까?

현실적인 3D 모델링 구현을 위해 구입한 카메라

최신 게임들은 3D 그래픽이 다수를 차지한다. 시프트업 또한 이런 시대의 흐름에 따라 프로젝트 이브를 개발 중이다. PC가 아닌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콘솔에 출시될 이 게임은 공개부터 미려한 그래픽과 독특한 캐릭터로 주목 받고 있다.

시프트업의 처녀작인 데스티니 차일드는 일러스트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느낌을 주는 '라이브(Live) 2D' 기술을 적용했다. 3D 모델링과 달리 일러스트 자체의 느낌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미지가 움직이는 것으로 다양한 움직임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이 부분에서는 3D 그래픽이 이점을 갖고 있다. 대신 현실적인 분위기를 위해서는 세심한 작업을 거쳐야 한다.

카메라를 구매한 것은 이 세심한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필요한 것을 직접 촬영한 후 획득한 이미지를 게임 내 데이터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밀한 표현이 필요한 인물 구현은 물론, 적으로 등장할 괴물이나 복잡한 형태의 물건을 구현하는 등 폭넓게 사용 가능하다.

3D 촬영 시스템에는 D850 9대와 D5600 150대가 설치되어 있다.

시프트업은 사내에 3D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를 마련해 둔 상태다. 여기에 D850 10대(1대는 보조)와 D5600 150대가 원기둥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D850은 캐릭터의 얼굴이나 정확한 묘사가 필요한 곳을 촬영하기 위해 쓰고, D5600은 그 외 다른 부분을 촬영해 전체적인 이미지를 구현한다.

한 카메라를 써도 될 것 같은데 굳이 다른 카메라를 배치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D850은 4,575만 화소로 니콘 카메라 중 가장 고화소를 자랑한다. 고해상도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얼굴 및 정밀 묘사에 유리하다. 그에 비해 D5600은 2,416만 화소로 D850 대비 화소가 낮지만 주변으로 여럿 배치함으로써 표현력을 높이는데 활용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왜 니콘 카메라를 선택했을까?' 여부다. 시장에는 많은 카메라 브랜드가 있고, 모두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여기에 김국평 3D 아티스트는 “우리 대표(김형태 대표)가 카메라를 정말 좋아한다. 카메라를 선택할 때, 니콘의 색감이 더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타사 색감은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라고 봤는데, 우리는 현실감 있는 컬러를 쓰고자 했다. 게임 개발 목표와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중앙에 마련된 자리에 사람 혹은 사물을 놓고 촬영하는 식이다.

활용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카메라벽 안에 사람 혹은 물체를 세우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그 자리 중앙에 자리를 잡은 후 촬영한다. 시프트업 측에서 기자를 촬영해 3D 모델링을 만들겠다고 제안해 어떤 방식으로 촬영이 이뤄지는지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하루면 고품질 3D 모델링이 뚝딱 '작업 효율 개선'

이렇게 많은 카메라 앞에 서 본 일이 없는 기자 입장에서는 매우 부끄러웠지만 극복해야 한다. 그렇다. 고통은 순간이라 했다. 아주 잠깐 버티면 된다. 그런 마음으로 카메라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이어 김국평 3D 아티스트가 셔터 버튼을 눌렀다. 끝이다. 이제 남은 것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

촬영한 이미지를 결합하는 과정. 카메라 위치를 인식해 하나로 합친다.

게임 내 구현되는 캐릭터를 이런 방법으로 만들게 된다. 게임에 적합해 보이는 인물(모델)을 섭외해 의상을 입힌 뒤, 같은 방식으로 촬영한 결과물을 합쳐 원하는 3D 모델링을 만드는 식이다. 과거에는 일러스트 혹은 사전에 만들어진 모형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직접 모델링 작업을 진행해야 됐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시프트업이 마련한 것과 유사한 3D 촬영 시설을 가진 스튜디오에 맡기는 것이다. 동일한 환경이기 때문에 정밀한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지만, 수정에 의한 재작업 및 상호 의견 교환 등에 시간이 소요된다. 스튜디오 활용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도 부담이다.

기자의 모습이 3D 모델로 완성되는 과정은 민망하면서도 신기했다.

그렇다면 이 많은 카메라를 활용해 3D 모델링을 만든다면 얼마나 걸릴까? 김국평 3D 아티스트는 기존 작업 과정 대비 2배 가량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큰 형태를 만들면 다음 작업으로 전환했을 때 부담이 줄어든다고 한다. 물론, 단축된 시간에 더 세밀한 표현이나 다른 작업으로 전환하는 등 시간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캐릭터 중요도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캡처 후 모델화 하는데 약 3주 정도 필요하다고 한다. 모바일 게임에서 캐릭터 하나에 5~6주 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시간 단축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제작 과정의 신속한 대응과 결과물의 품질 등을 고려하면 고가의 비용이 주는 부담을 충분히 상쇄하는 매력이 있다고.

최종 완성된 기자의 3D 모델. 기본 품질로 만들어졌지만 비교적 완성도가 높다.

촬영한 이미지를 모두 결합한 3D 모델링이 탄생하는데 대략 40여 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미지 품질을 기본으로 했음에도 제법 세밀한 표현이 가능했다. 품질을 높이면 완성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더(약 하루 정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더 나은 결과물을 보여준다고 한다. 중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159개(한 대는 보조) 카메라가 기록한 이미지를 합치는 작업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에 필요한 3D 모델링 과정 일부를 확인하니 제작 방법에도 진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게이머는 더 현실적인 그래픽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독창적인 게임으로 즐거움을 준 시프트업이 준비 중인 차기작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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