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애정남] 게이밍 키보드 중에 무선 제품이 적은 이유는?

[IT동아 김영우 기자] IT 전반에 관한 의문, 혹은 제품 선택 고민이 있는 네티즌의 문의 사항을 해결해드리는 'IT애정남'입니다. 요즘 PC 주변기기 시장에서 가장 ‘핫’한 제품 중 하나가 이른바 ‘게이밍 기어’라고 불리는 게임 특화 키보드나 마우스 등입니다. 게임 내에서 승률을 높이기 위해, 혹은 디자인이 멋져서 구매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번에 문의를 주신 encounxxx님의 경우는 후자인 듯 하네요. 주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입니다!

제가 PC방에서 배틀그라운드를 주로 하는데, 우리 동네 PC방엔 게이밍 키보드가 달려있습니다. 솔직히 이거 써서 뭐가 더 좋은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키가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게 맘에 드네요.

이번에 저도 컴퓨터를 사게 되었는데 사양은 i5 9400에 지포스 1660으로 하려고 합니다. 이거 쓸만하죠? 그리고 키보드도 게이밍 키보드로 하려고 하는데 불 들어오는 게이밍 키보드 중에 무선 제품이 하나도 없는 거 같더라고요. 무선 게이밍 마우스는 있는 것 같던데….

불 들어오는 게이밍 키보드는 원래 무선이 없는 건가요? 혹시 있으면 추천해 주시고 없으면 왜 없는지 궁금합니다. 늘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무선 방식의 게이밍 키보드 종류가 적은 이유

안녕하세요. IT동아입니다. 큰 맘먹고 새 PC를 구매하게 되신 점 축하드립니다. 9세대 코어 i5에 지포스 GTX 1660 정도의 사양이라면 최근 서비스하는 어지간한 게임들을 무리 없이 플레이 가능할 것입니다.

문제는 키보드군요. 게이밍 키보드로 분류해 파는 제품들은 몇 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요즘 가장 중요시하는 게 응답속도(Polling Rate)인데, 키를 눌렀을 때 그만큼 지체 없이 빠르게 입력 신호를 전달한다는 의미죠. 키보드에서 응답속도는 밀리초(millisecond, ms)로 표기하곤 하는데, 이는 1000분의 1초를 의미합니다. 요즘 게이밍 키보드는 1ms 응답속도가 거의 기본인데, 이는 키 입력 시 0.001초 만에 반응한다는 뜻이죠.

사실 응답속도가 수십 ms를 넘어가는 일반 키보드로도 문제없이 게임을 즐긴다는 분들도 많지만 상위권의 고수들이 대전을 할 때는 극히 미세한 입력 지연만으로도 승부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네요. 특히 FPS 게이머들이 저런 것에 민감합니다.

그런데 응답속도 면에서 무선 키보드는 유선에 비해 확연히 불리합니다. 유선은 키보드와 PC가 직접 연결되어 있는 반면, 무선은 신호 전달 도중에 더 많은 컨트롤러(제어기)를 거쳐야 하고, 수신부와 키보드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거나 도중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 신호가 약해집니다. 구조적으로 응답속도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단 의미죠. 이 때문에 무선 방식의 게이밍 키보드는 종류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외에 게이밍 키보드가 갖춘 특징적인 기능이라면 동시에 여러 키를 눌러도 한꺼번에 인식할 수 있는 무한 입력 기능이라던가, 몇몇 동작을 원터치로 실행할 수 있는 매크로 기능 등입니다. 그리고 요즘 게이밍 키보드는 말씀하신 대로 여러 컬러로 빛나는 RGB 백라이트를 넣는 경우도 많지요. 그런데 배터리로 작동하는 무선 제품의 특성상, 백라이트를 내장한 무선 키보드는 더 드물죠. 전력 소모가 심해질 테니 말입니다.

무선 + RGB 백라이트 키보드는 더욱 희귀

제가 알기로 무선 + RGB 백라이트의 조건을 갖춘 키보드 중에 국내에 정식 출시된 제품은 마이크로닉스의 'MANIC K61' 모델이 유일합니다. 유선/무선 겸용이죠. 참고로 이 제품은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는 PC에서는 무선 연결을 할 수 없어요. 요즘 나오는 노트북은 대부분 블루투스 기능을 내장했지만 데스크톱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만약 질문자님이 이 제품을 구매하신다면 블루투스 동글(수신기)를 따로 사서 꽂아야 무선 이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 외의 RGB 백라이트를 갖춘 무선 키보드라면 해외 직구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국내 미 출시 제품이 몇 종 있는데 드레보 칼리버(DREVO Calibur) 71키 모델이라던가 쿨러마스터(Cooler Master)의 SK621, 앤 프로(ANNE PRO) 같은 모델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해외 직구 제품이라 국내에서 A/S가 되지 않고 키 캡에 한글 인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 등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만약 꼭 RGB 백라이트가 달린 게이밍 키보드가 아니어도 좋다고 생각하신다면 국내에 정식 출시된 제품 중에 '로지텍 G613' 같은 제품도 구매를 생각해 볼 만합니다. 비록 백라이트는 달려있지 않지만 무선 방식이고, 게이밍 키보드로서의 성능도 괜찮은 편입니다.

선택의 폭 좁은 무선 게이밍 키보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굳이 무선 + RGB 백라이트의 조건을 모두 갖춘 키보드를 구매하실 것이 아니라 그냥 일반 무선 키보드, 혹은 RGB 백라이트 달린 유선 키보드를 선택하시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로선 제품 선택의 폭이 좁으니까 말이죠. 아니면 그냥 저렴한 일반 유선 키보드를 쓰시다가 나중에 게이밍 무선 키보드의 종류가 더 많아지면 그때 구매를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 같습니다. 아무쪼록 만족스런 답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IT애정남'은 IT제품의 선택, 혹은 사용 과정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님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PC, 스마트폰, 카메라, AV기기, 액세서리 등 어떤 분야라도 '애정'을 가지고 맞춤형 상담을 제공함과 동시에 이를 기사화하여 모든 독자들과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도움을 원하시는 분은 IT동아 앞으로 메일(pengo@itdonga.com)을 주시길 바랍니다. 사연이 채택되면 답장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