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코리아] 바다드림 : 새벽 노량진수산시장 경매장에서 횟감을 낚는 '회이팅'
지난 1월 '2019 스케일업 코리아' 기업 공모에 50여개의 기업이 응모한 바 있습니다. 대부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었지만 이들 모두를 지원하기에는 프로젝트 팀의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최종적으로 5개 기업을 선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응모 기업 중 아깝게 함께 하지 못한 일부 기업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오늘도 현장에서 성장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신 이 기업들을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 소개할 스타트업은 수산물 O2O 배달 '회이팅(Hwoi + Eating)'을 서비스하고 있는 '바다드림(대표 김영선)'입니다.
< 바다드림이 서비스 하고 있는 '회이팅' >
회이팅, 좋은 회를 배달합니다
바다드림이 서비스하고 있는 회이팅은 수산물 주문을 위한 O2O 플랫폼이다. 김 대표는 여기에 한마디를 덧붙인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수산물 O2O 서비스라고. 설명이 어렵다. 쉽게 설명하자. 회이팅은 회 배달 서비스다.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시키듯, 회를 주문하면 배달하는 서비스다. '회(Hwoi)와 식사(Eationg'를 더한 합성어 회이팅 뜻처럼, 소비자에게 회를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다.
물론, 회 배달 서비스는 바다드림만의 것이 아니다. 3대 배달앱으로 불리는 배달의만족, 요기요, 배달통 등에서 회는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메뉴다. 모바일 프리미엄 회마켓을 추구하는 스타트업 '오늘회'도 있다. 수산시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집에서 회를 맛볼 수 있는 시대다. 다만, 회이팅이 추구하는 회 배달 서비스는 신속함에 있지 않다. 더 나은 '맛', 바로 품질이다.
< 노량진수산시장 4층 바다드림 사무실에서 만난 김영선 대표(좌)와 김호섭 이사(우) >
회이팅 사무실은 노량진수산시장 4층에 있다. 지난 1927년 서울역 앞 의주로에서 시작한 노량진수산시장은 80년 넘도록 국내 내륙 최대 수산물 전문 도매시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이 곳은 1년 12달 365일(설, 추석 제외), 매일 밤 경매사들의 새벽을 밝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경매장이다. 연근해, 양식, 원양, 수입 수산물을 취급하는 어민, 산지 중도매인, 산지유통인, 수입업자 등이 출하한 다양한 어종을 위탁 받아 공정경쟁매매 또는 입찰을 통해 책임 판매하는 현장이다.
회이팅은 노량진수산시장의 경매에 참여한다. 전날 받은 주문량만큼 경매를 받는다. 그리고 다음날 회를 쳐서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 배달한다. 품질 차이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오후 3시 주문해도 저녁 7시에 도착'한다는 오늘회와 비교해 배송 속도는 뒤처지지만, 좋은 수산물(횟감)을 배송한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1kg 광어와 3kg 광어의 차이
가장 맛있는 회를 제공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경매 참여'다.
< 매일 밤 12시부터 새벽까지 노량진수산시장 경매에 참여하는 바다드림 >
광어를 예로 들어보자. 보통 횟집에서 판매하는 광어는 1~1.5kg 크기다. 광어(대) 사이즈로 3~4인분이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직접 광어를 구매할 때도 상인들은 이 크기를 추천한다. 이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흰 살 생선은 클수록 맛있다. 3kg 이상의 광어는 '대광어'라고 말하는데, 회를 뜨면 더 두껍고, 쫄깃하다. 그만큼 씹는 맛이 있고, 식감이 즐겁다.
다만, 일반인이 대광어를 맛볼 기회는 흔치 않다. 4명이 먹기에는 양이 많고, 그 이상 인원은 메뉴를 섞는다. 대광어 하나 맛보자고 5~6명이 횟집가는 일은 드물다. 보통 광어에 우럭을 같이 시키기 마련. 결국 대광어는 몇몇 아는 사람에게만 돌아간다. 회이팅은 대광어를 취급한다. 전날 받은 주문량에 따라 경매에서 대광어를 받고, 이를 200g씩 1인분으로 소분해 배달한다. 김 대표는 "당일 경매에서 항상 가장 큰 수산물을 받는다"라고 강조했다.
홈페이지에서 받은 주문은 매일 저녁 8시에 취합해 지정 중매인(회이팅 경매인)에게 전달한다. 받은 수산물은 하루동안 수족관에 넣고, 각 고객이 받길 원하는 시간에 맞춰 회를 뜬다. 그리고 배송 시간을 계산해 약 4시간 동안 0~5도로 숙성한다. 부경대학교 조영제 교수가 연구를 통해 발표한 내용으로 감칠맛을 더하는 '이노신산'이 가장 많이 나오는 시간이다. 김 대표는 "활어를 바로 회를 떠서 먹는 것보다 4시간 숙성한 회가 더 맛있다"라고 설명한다.
< 6kg짜리 대광어, 수조에 넣기에도 힘든 크기다 >
회 손질은 오전에 일이 없는 노량진수산시장의 전문가에게 부탁하고 있다. 오래 수산물을 만진 전문가들도 대광어, 대방어를 회 뜨며 놀란다고. 김 대표는 '회는 이런 걸 먹어야지'라는 그들의 말에 자신을 얻었다.
회보다 고기를 좋아했지만…
사실 김영선 대표는 회보다 고기를 좋아했다. 좋은 회를 고르는 법도, 회 맛도 몰랐다. 그러던 김 대표는 바다드림 창업 전 선불카드를 운영하는 회사에 근무했는데, 노량진수산시장이 선불카드를 활용한 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의뢰해 자연스럽게 회를 접했다.
김 대표는 당시 노량진수산시장 프로젝트 담당 직원이 사준 회를 잊지 못한다. 너무 맛있던 것. 그는 "씹을수록 회가 맛있었다. 회를 잘 모르기에, 회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추천했더니 역시 반응이 똑같았다. '광어가 이런 맛이었냐', '내가 지금까지 먹은 회는 대체 뭐냐'고 말했다. 그 때 바다드림 창업을 결심했다"고 설명한다.
< 바다드림 김영선 대표 >
2017년 11월 회이팅 서비스를 구상했다. 그해 12월 선불카드 업체를 퇴사한 뒤, 2018년 1월 퇴직금과 그동안 모았던 돈을 탈탈 털어 바다드림을 창업했다. 이제 14개월, 아직 BP(손익분기점)를 넘지 못 했지만 후회는 없다. '집안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당신은 밖에서 일해라'라는 아내의 응원이 큰 힘이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1월 창업 후, 상반기 동안 홈페이지 개발 및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시간을 보냈다. 당장 한푼 없는 매출을 위해 인터파크 비즈마켓에 전복, 킹크랩 등과 같은 비가공수산물을 판매했고, 회이팅 서비스를 정식으로 오픈한 건 10월 초다.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 것은 작년 겨울부터다. 겨울 재철 회는 방어. 흔히 7kg 이상을 대방어라고 하는데, 상인들은 최소 10kg 이상을 넘어야 대방어라고 말한다. 이에 15kg 이상의 대방어를 기획전으로 진행해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쌓았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겪었다고. 대방어를 경매로 받아 소분했지만, 주문량이 많지 않아 회가 남은 것. 남는 회만큼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지만,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 16kg짜리 대방어를 들고 있는 바다드림 김종욱 팀장 >
서비스 고도화, 데이터에서 찾는다
현재 회이팅의 평균 하루 주문량은 400건 내외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증가하는 주문에 맞춰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할 수 없어 이제는 내부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바로 '데이터'다. '흰 생선 주문 고객', '붉은 생선 주문 고객', '제철회를 찾는 고객', '1년 내내 광어만 찾는 고객', '쫄깃한 회를 좋아하는 고객', '두꺼운 회를 좋아하는 고객' 등 주문에 따라 고객별 데이터를 쌓기 시작했다. 축적한 데이터를 고객에 맞춰 메뉴를 자동 추천하도록 제공할 예정이다.
겨울 제철 생선인 방어도 11월, 12월에 따라 맛이 다르고, 봄 제철 생선인 숭어 역시 3월, 4월에 따라 맛이 다르다고 김 대표는 설명한다. 3월초 서해안에서 잡히는 숭어와 4월초 남해안에서 잡히는 숭어는 훨씬 쫄깃하고 맛있다는 것.
또한, 수산물은 계절, 날씨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수확량이나 어종이 달라진다. 노량진수산시장에 축적되고 있는 출하량, 판매량 등도 분석해 향후 수산물을 공급하는 양식업자, 수산업자(어부) 등에게도 제공할 생각이다.
< 제철 생선에 따라 메뉴를 정하는 회이팅 기획전, 출처: 회이팅 홈페이지 >
1회용품, 환경에 대한 고민
서비스 초기 회를 담았던 흰색 스티로폼 그릇을 습기에 강한 종이(크라프트지) 그릇으로 바꿨다. 종이 그릇 옆에 페인팅한 글씨도 먹을 수 있는 콩기름으로 만든 잉크를 사용했다. 전반적으로 포장 및 배송에 사용하는 플라스틱과 비닐을 없애고 있는 것. 회를 담아 배송하는 스티로폼 박스도 종이 박스로 바꿨다. 종이 박스 내부는 재활용할 수 있는 코팅을 덧댔다. 최근 과도한 포장과 1회용품 사용으로 가정 내 쓰레기가 증가한다는 판단, 고객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 바다드림이 개발한 회 종이 그릇 >
참고로 종이 그릇 원가는 스티로폼 그릇의 5배, 종이 박스 원가는 스티로폼 박스의 2배에 달하지만, 내무 마진을 포기해 가격은 동일하게 책정했다.
'광어', '우럭', '돔' 등 회를 구분하는 스티커
회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스티커를 제작했다. 정말 좋은 참돔과 광어를 같이 배송한 적이 있는데, 참돔을 광어로 알고 먹는 고객을 만났던 것. 실제로 회를 즐기는 일부 고객 중 우럭과 광어를 구분하지 못하는 일도 많았다고. 이에 회이팅이 서비스하고 있는 회를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스티커를 제작해 용기 위에 부착, 고객을 위한 편의성을 높였다.
< 어종을 확인할 수 있는 스티커 제작 >
비수기 여름을 위한 '안전 테스트지'
여름, 회 시장은 비수기다. 간혹 터지는 비브리오균 관련 위생 소식은 회이팅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사실 비브리오균은 횟감보다 조리 기구의 문제지만, 이를 알고 있는 고객이라도 불안한 마음에 주문을 주저한다.
그래서 고민한 것이 안전한 회를 인증할 수 있는 테스트지다. 인체에 무해한 테스트물질을 회 표면에 입힌 뒤 테스트지(리트머스 종이)로 체크하면, 현재 회가 안전한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는 법이다. 원래 인하대학교 생명공학과가 의학용으로 만든 특허로 이를 양도받을 예정이다. 올해 가을이면 개발을 완료할 수 있다고.
회이팅, 이제 시작합니다
바다드림은 올 가을을 전환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준비한 것을 본격적으로 알리고자 한다. 작년 10월 매출은 500만 원에 불과했지만, 현재 월매출은 3,000만원까지 증가했다. 주문량도 7배 이상 늘었고, 주문 및 결제, 배송 등에 필요한 시스템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어느 정도 완성했다고 자평한다.
회 배달 서비스로 이미 시장에 많이 알려진 오늘회와는 차별점이 명확하다. 오늘회는 주문 고객과 인근 횟집(식당)을 연결하는 배송/물류 서비스에 가깝다. 하지만, 회이팅은 직접 수산물을 구매해 회를 떠 배송한다. 오늘회의 품질 책임은 식당에 있지만, 회이팅의 품질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다.
< 대광어를 들고 있는 바다드림 김영선 대표 >
김 대표는 "얼마 전, 스타트업 대표들과의 모임에 나가 회이팅을 소개한 뒤 '도시 속 어부'라는 말을 들었다. 새벽 경매에 참여해 바로잡아 올라온 문어를 넣은 라면은, 배낚시 나가서 먹은 그 맛과 똑같다"라며, "우리가 경매로 받는 수산물은 좋은 회를 찾는 소수의 전문 식당이나 호텔로 납품되는 수산물 품질과 같다고 자부한다. '좋은 회를 최대한 저렴하게 제공하자'는 우리의 약속은 앞으로도 꼭 지킬 것이다. 부디 회이팅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라고 당부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