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2019] 에이수스 두 최고경영자 "우리는 선구자지만 사람을 먼저 바라본다"
[타이베이=IT동아 강형석 기자] 한 시대를 풍미했던 넷북부터 고성능 노트북, PC 부품 등 PC 시장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에이수스가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과거 PC용 메인보드를 설계하던 것으로 시작한 작은 기업은 이제 전 세계 IT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제품군도 메인보드 외에 노트북, 데스크탑, 태블릿, 스마트폰, 인공지능 플랫폼 등 다양해졌다.
에이수스가 지금까지 전 세계 소비자의 지지를 등에 업고 성장해 온 것은 뛰어난 성능과 기능 등 실용적인 면도 있지만 그 안에는 최고를 향한 변화와 혁신이 녹아 있다. 빠르게 시장을 분석하고 그에 대응하는 최적의 제품을 선보인 것도 주효했다. 이제는 더 먼 곳을 바라보며 나아가야 할 때다. 미래를 향한 에이수스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그 이야기를 시유셴유예(S.Y.Hsu), 후슈빈(Samson Hu) 두 최고경영자에게 들을 수 있었다.
"30년 전 설립 이래로 넷북과 울트라북, 투인원(2-in-1) 노트북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왔다. 소비자에게 최상의 경험을 위한 도전이 우리의 유전자(DNA)"라고 말한 시유셴유예 대표는 변화하는 시대 안에서 도전적인 마음을 갖고 개척자 정신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 다짐했다.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고 최고의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끝이 아니다. 후슈빈 대표는 "우리는 열정적으로 제품만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의 시작은 사람이며, 디자인 전에 사람을 위해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고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제품을 만든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제품이 ‘넷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eee-PC다. 2007년 공개됐던 이 노트북은 인텔의 초저전력 프로세서를 활용, 성능은 조금 떨어졌지만 크기가 작고 가격이 259.99~399.99달러 가량으로 저렴했다. 이는 고가의 노트북 구매를 주저하던 소비자 사이에서 주목 받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누구나 쉽게 구매 가능하면서도 PC의 기능을 누릴 수 있었던 제품이었다.
트랜스포머 북도 그랬다. 이 제품은 화면과 키보드가 분리되는(디태쳐블) 노트북으로 필요에 따라 태블릿으로도 쓸 수 있었다. 이렇게 넷북과 트랜스포머 북은 시장의 다변화를 꾀했던 에이수스의 히트상품 중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에이수스는 이제 일반 소비자 외에도 전문가 시장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5년 전 공개했던 프로아트(ProArt) 브랜드를 모니터에서 PC 라인업까지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후슈빈 대표는 "프로아트라는 서브 브랜드를 5년 전에 시작했는데, 이제는 모니터부터 미니PC 등 크리에이터를 위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스튜디오북(StudioBook)도 여기에 포함된다.
젠북 프로 듀오는 일반 사용자와 게이머는 물론 전문가까지 겨냥했다. 여기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적용해 높은 색영역 및 빠른 반응속도까지 자랑하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패널의 한계를 우려한다. 이에 대해서는 "시장의 우려는 인지하고 있지만 높은 색재현력과 반응속도, 자연스러운 명암 표현 등 시각적 측면에서의 특징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단점은 있지만 이를 상쇄하는 장점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PC는 어떻게 변화할까? 이에 대해 시유셴유예 대표는 "노트북은 얇고 가벼운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맞다. 게이머와 크리에이터는 여기에 강력한 성능까지 찾는다. 우리는 두께와 무게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최적의 접점을 찾아 소비자에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30주년 기념 젠북이 대표적인 예라고 한다. 이 제품은 가장 작고 얇은 노트북이지만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작은 13인치 노트북’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럼에도 노트북 중에서도 제법 탄탄한 사양을 확보함으로써 완성도를 갖췄다. 젠북 외에도 비보북과 같은 울트라씬 라인업을 확대 적용함으로써 전반적인 제품 라인업을 재정비할 계획도 갖고 있었다.
이런 제품들은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 이유는 의외로 정직했다. 시유셴유예 대표는 "내부 여러 워크샵을 통해 어떤 제품을 만들지 고민한다. 누가 제안하는지 여부에 얽매이지 않는다. 외부 디자이너와도 머리를 맞댄다. 중요한 것은 일단 사람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한다는 것"이라 말했다.
제품 개발 전, 에이수스 개발진은 소비자가 접할 제품과 기술이 적합한지를 놓고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어 고민한다고 한다. 많은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를 거치는 과정도 반드시 거친다. 사용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거쳐야 하나의 제품이 탄생한다. 정직한 답변이지만 오히려 이것이 지금의 에이수스를 만든 원동력일 것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