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노트북에 '그래픽' 날개 달아주는 '썬더볼트'
[IT동아]
LG전자의 간판 노트북 '그램'이 국내 (IBM 호환)노트북 시장을 견인하면서, 얇고 가벼운 노트북이 시장의 주류가 됐다. 노트북은 얇아지면 가벼워지고 가벼우려면 우선 얇아야 유리하다.
1cm 남짓의 두께와 1kg 이하의 무게를 유지하려다 보니, 고성능 부품이나 다양한 입출력 기능을 제공하기가 어려워진다. 요즘 슬림 노트북에 고성능 그래픽카드(칩)나 유선 랜 단자 등이 없는 이유다.
대신 강력한 성능의 주변기기나 추가기기를 연결해 활용폭을 넓히는 특별한 연결 단자를 제공하기도 한다. '썬더볼트(Thunderbolt)'가 그것인데, LG 그램 최신 모델도 이 단자를 기본 제공한다.
썬더볼트는 인텔과 애플이 공동 개발한 고속 데이터 전송/연결 규격이다. 영상과 음성, 데이터를 케이블 하나로 동시에 전송할 수 있고, USB 3.0보다 2배 이상 빨라, 다양한 고성능 외장 주변기기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전송속도 기준, USB 2.0 < USB 3.1 < 썬더볼트 3 순). 이와 함께 전력 공급도 가능해 썬더볼트 기반의 장치를 노트북에 연결하면, 전원 어댑터를 꽂지 않아도 노트북 충전이 가능하다.
썬더볼트 단자는 USB-C 단자와 똑같이 생겼지만, 썬더볼트의 성능을 이용하려면 해당 기기가 이를 지원해야 한다(썬더볼트 케이블에는 대개 번개 그림이 새겨 있다). 예를 들어, LG 그램은 '썬더볼트 3' 규격을 지원한다. 그램 외 삼성전자 '노트북9 Always'나 애플 '맥북 프로', HP '스펙터', 델 'XPS' 등의 노트북이 썬더볼트 단자를 제공한다.
썬더볼트는 이처럼 고성능/고속의 데이터 입출력이 가능해, 주로 외장하드나 외장 그래픽카드 등을 노트북에 연결할 때 활용된다. 얇고 가벼워진 최신 노트북의 성능/기능적 한계를 극복하기에 제격이다.
무엇보다 그래픽 성능이 부족한 슬림 노트북에 연결해 고품질 그래픽 성능을 발휘하는 외장 그래픽카드(eGPU)가 인기가 많다. 즉 그램 같은 슬림 노트북으로 '배틀그라운드' 등의 고사양 게임을 만족할 정도의 그래픽 품질로 즐길 수 있다.
외장 그래픽카드는 말 그대로, (마치 외장하드처럼) 데스크탑에 장착되는 그래픽카드를 외장형 박스에 넣어 노트북 등에 연결하는 장치다. 아무래도 일반 그래픽카드보다는 가격이 좀더 비싸다.
이 글에서 사용된 '기가바이트 어로스(AORUS) 지포스 RTX 2070 D6 8GB Gaming Box(이하 어로스 게이밍 박스)'는 현재 8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는데, 일반 지포스 RTX 2070 그래픽카드는 50만 ~ 60만 원대다.
어로스 게이밍 박스는 외장하드 박스와 비슷한 모양이며, 박스 안에 그래픽카드에 들어 있고, 여기에 모니터 등을 연결하는 HDMI 단자나 DP(디스플레이 포트) 단자, USB 단자 등이 제공된다.
HDMI 및 DP 단자에 모니터를 각각 연결하면, 노트북 한 대에 최대 4대의 모니터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노트북의 그래픽 성능 외에 디스플레이 영역도 넓어지는 것이다.
어로스 게이밍 박스를 LG 그램의 썬더볼트 단자에 꽂으면, 그래픽카드 드라이버 파일 등이 자동 설치되며, 잠시 후 지포스 2070 내장 그래픽카드로 인식된다(즉 내장 그래픽과 함께 두 개의 그래픽카드를 내장한 상태가 된다). 다만 고사양 게임을 실행하기 전까지는 별다른 변화를 체감할 순 없다.
참고로, LG 그램17에는 인텔 8세대 코어 i5 프로세서(8265U)와 인텔 내장 그래픽(UHD Graphics 620), 메모리 8GB 등이 장착돼 있다. 저사양 게임 실행은 그래도 괜찮지만, 배틀그라운드 수준의 고사양 게임은 애초에 무리다. (그램은 게이밍 노트북이 아니니까.)
지포스 2070 외장 그래픽카드를 연결한 그램은 이제 게이밍 데스크탑 못지 않은 게이밍 성능을 낸다. 실제로, 게임 내 그래픽 설정을 아래 그림과 같이 상향 설정한 뒤 게임을 실행하면, 평균 40프레임/초 이상을 기록하며 우수한 화질에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준다. (외장 그래픽카드 없이 내장 그래픽으로만 실행하면 10프레임 이하로 떨어져 사실상 게임 진행이 불가하다.)
더구나 그램17은 17인치 화면이라 모니터를 별도로 연결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기기에 부족하지 않다. 썬더볼트와 외장 그래픽카드가 없다면 절대 불가능한 결과다.
단 어로스 게이밍 박스 같은 외장 그래픽카드를 늘 들고 다닐 수는 없으니, 가정이나 특정 장소에 두고 게임 성능이 필요할 때 연결해 사용하면 좋다. 앞서 말한 대로, 썬더볼트로는 노트북 충전도 가능하니 일거양득이다.
아직은 외장 그래픽카드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노트북 사용 환경에서 게임을 좋아하고 즐긴다면 다분히 의미 있는 투자라 판단한다. 이외에 썬더볼트 단자는 대용량 파일을 복사/저장하는 고속의 외장하드를 연결할 때도 대단히 유용하다. 따라서 최신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다면, 혹은 구매할 예정이라면 이 썬더볼트 단자의 유무를 확인하는 게 좋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