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의 미래] 3.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방법
IT 연구 및 비즈니스 컨설팅 커뮤니티 '오컴'에서는 수시로 회원들이 모여 '마이펀치라인(My Punch Line)'이라는 소규모 테이블 세미나를 열고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남들보다 아주 조금은 잘 아는 지혜, 지식, 경험 등이 있습니다. 이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세미나가 '마이펀치라인'입니다. 본지에서는 오컴과의 콘텐츠 제휴를 통해 '마이펀치라인' 세미나 내용을 요약해 공유합니다. 마이펀치라인에 참여하고 싶으신 분은 온오프믹스에서 신청하시면 됩니다.
본지에서 게재할 '마이펀치라인' 3회는 오컴 회원인 이상협 씨가 발표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방법'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상협 씨가 고객분석 프로젝트에 참여한 5G 기반의 LG유플러스 아이돌라이브 서비스 등을 실례로 들어 설명한 글로 관련 업무를 하시는 분이나 대학생들이 보면 좋습니다.
기업 성장의 핵심은 고객
"고객에 집중하다 보면 최고가 될 것이다. 우리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기술을 배울 것이다. 우리가 혁신하는 방법의 기준은 소비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고객 중심을 넘어 고객집착을 강조하는 회사가 있다. 최근에 시가총액 1위 기업을 달성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한 말이다. 작년 공개 강연 때도 나와서 아마존 운영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최우선 원칙은 '고객집착 (Customer Obsession)' 이라고 이야기 했다. 기술, 경쟁자, 비즈니스 모델, 제품이 아니라 '고객'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어떤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해서 출시를 할 때 늘 고객을 염두에 두라는 이야기다.
국내에도 '고객'과 고객분석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사례는 많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물건을 받고자 하는' 고객의 니즈를 해결해 주기 위해 실시한 쿠팡의 로켓배송은 사람들의 만족도를 올려서 더더욱 쿠팡을 많이 사용하게끔 만들었고 경쟁사들도 빠른 배송 전략을 취하게 만들었다. 카카오뱅크는 ‘비대면 거래 시 필요한 공인인증서나 근무시간 외에는 은행 업무를 보기 힘들다’는 고객 불편점을 정확하게 해결해주어 출시 3개월만에 60만좌가 개설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최근에는 신선한 음식을 더 빨리 배송해주기를 원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마켓컬리'가 강남에서 시작되어 점차적으로 배송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새벽배송은 쿠팡도 '로켓프레쉬' 라는 이름으로 마켓컬리의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서비스들 중 대부분의 성공한 회사들은 기존의 ‘고객들의 불편점을 해결’해주거나 고객들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미충족 욕구(Unmet needs)를 충족' 해주는 회사들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고객들의 불편점이나 미충족 욕구가 무엇인지 알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방법
어떤 서비스를 만들지/서비스에 어떤 기능을 넣을지/어떤 제품을 만들지(서비스 기획), 어떤 기술을 개발해야 할지(기술 로드맵), 서비스를 어떻게 고객에게 전달할지(마케팅) 등 그 중심에는 늘 고객이 있어야 하며, 고객의 행태, 고객의 불편점,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알 수 있을까?
바로 고객 관찰을 통해 알 수 있다. 고객 관찰의 범위를 어디까지 둘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많지만 고객관찰은 고객데이터 분석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고객이 TV를 통해서 시청한 데이터만을 본다면 현재 고객이 본 콘텐츠 중에서 많이 본 콘텐츠만을 분석할 수 밖에 없다. 고객이 가장 많이 본 콘텐츠가공포물인 경우, 최근 개봉한 영화 중에 공포물이 많다거나 그 시즌이 공포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이거나 공포물에 나오는 주인공이 아주 파급력이 높은 배우이거나 등등 그 맥락과 이유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데이터 분석만을 가지고는 이러한 맥락을 알 수가 없다. 데이터는 결과만 이야기해주지 맥락과 이유를 알 수는 없다. 그 맥락을 알기 위해서는 고객을 만나서 물어보고 관찰해야 한다.
5G 기반의 'U+아이돌라이브' 서비스를 예로 들어보자. 처음에 유플러스에서 젊은 세대들을 위해 아이돌라이브를 처음 기획했을 때는 '이미 유튜브로 아이돌 영상을 많이 보는데 우리가 새로 아이돌팬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든다 하더라도 차별점이 있을까?' 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아이돌팬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고객조사를 진행한 결과, 유튜브에서 직캠을 보면서 '원하는 멤버를 주로 본다'는 주요 행태와 그런 영상들을 주로 세로(딩고뮤직의 세로 라이브 등)로 보고 있으며 그 이유는 가로형보다 세로형이 한 화면에 꽉 차서 볼 수 있어서 몰입감을 준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나‘최애(가장 좋아하는 멤버)’가 점차적으로 성장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동영상 조회수를 올리고 음원스트리밍 경쟁에 참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자사 서비스에도 내가 원하는 아이돌만 골라서 볼 수 있는 '멤버별직캠영상'을 도입 하고 각 영상을 세로형으로 제공하면서 또한 인기투표 기능을 제공했다. 이러한 행태와 불편점, 니즈와 이유는 단순히 데이터만 분석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아이돌팬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은 '덕질'을 위해 어떤 행동들을 하고 어떤 앱을 쓰고 그런 행동을 하면서 어떤 불편점이 있고 또 그런 행동들을 왜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것들을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고객조사를 하면서 그들을 관찰하고 그 관찰 속에서 니즈와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고객 조사는 그 맥락을 파악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다.
필자가 서비스 기획에 참여한 또 다른 서비스인 'U+골프' 서비스를 예로 들어보자. U+골프를 처음 출시했을 때는 기존에 JTBC골프나 SBS골프에서는 중계해주지 않는 인기선수들까지도 내가 선택해서 볼 수 있는 기능이 핵심 기능이었다. 하지만 서비스를 더 진화시키기 위해서 필자는 고객 조사에 참여했고 U+골프 앱을 사용하는 고객들을 만났다. 고객들을 만나면서 현재 U+골프앱을 왜 사용하는지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은 무엇인지, 골프와 관련한 영상은 어디서 찾아보는지, 주로 어떤 영상들을 보는지, 또 골프와 관련해서 사용하는 다른 앱들을 무엇인지를 조사 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러한 영상들과 서비스를 왜 사용하는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우리는 고객들을 만나면서 고객들이 유튜브나 SBS골프앱, JTBC골프앱에서 ‘실력 향상’ 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영상을 찾아 본다는 것을 발견했고 ‘레슨 영상 강화’라는 전략을 취할 수 있었다.
최근 새로운 승차 공유 서비스인 '타다'가 상당히 핫하다. 작년 10월 출시 이후 한달만에 이용자수 7만명을 기록하고 2달만에 13만명, 3달만(지난 1월)에 이용자 25만명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다. 기존에도 택시와 렌터카 서비스가 많고 또 수 많은 승차 공유 서비스가 있는데 어떻게 타다는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 핵심에는 이동하는 전 단계에서 기존 서비스의 불편점을 개선하고 동시에 이동할 때 고객이 필요로 하는 미충족 욕구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기존 택시는 승차거부가 많았고 담배냄새, 술 냄새 등으로 불쾌한 실내 환경과 때로는 택시 기사님들의 불편한 대화나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타다는 승차 거부 없이 가까이 있는 차량을 바로 배차해주고 늘 쾌적하고 넓은 실내 환경과 드라이버 분들이 매뉴얼에 딱 맞는 대화만 하기 떄문에 기존 택시 서비스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동할 때 필요한 와이파이 이용이나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미충족 욕구까지 충족해주기 때문에 단시간에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에 서비스를 기획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타다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었을까? 아마 고객들을 만나고 관찰하면서 기존 서비스의 불편점을 발견하고 또 기존 서비스에서 제공하고 있지 않지만 숨은 니즈를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예를 든 카카오뱅크의 공인인증서 없이 대출가능한 점이나 마켓컬리의 새벽배송도 마찬가지다. 이런 서비스나 기능들은 데이터만 들여다본다고 발견할 수 있는 인사이트들이 아니다. 데이터 분석과 동시에 그 맥락을 파악하기 위한 고객 조사와 고객 관찰이 병행되어야 한다.
모든 답은 고객에게 있는가?
스티브잡스는 생전에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시장 조사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애플 제품을 보고 난 뒤에야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기 때문' 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스티브잡스가 아니다. 내가 기획하고 있는 서비스가 고객이 쓸만한 서비스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고객을 통해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고객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다. 고객을 만나서 인터뷰하고 설문조사를 하면서 어떤 이용 행태가 있고, 어디에 반응하는지, 어떤 니즈가 있는지, 어떤 불편점이 있는지 확인하고 관찰해야 한다. 그렇다면 고객을 만나고 관찰하기만 하면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고객 조사를 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지만 고객 조사 방법론에도 한계가 있다.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니즈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있다고 하더라도 고객들은 생각하는 바대로 설문에 응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고객 조사 방법은 진행을 하기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스타트업이나 개인이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있고 타겟에 맞는 고객을 리크루팅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러한 고객 조사 방법론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고객들이 사용한 빅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거시적인 흐름을 읽기 위해 시장 트렌드를 리서치 하거나 경쟁사 분석을 통해 경쟁사들의 전략을 분석하고 때로는 미래 전망이나 기술 트렌드를 알기 위해 전문가 패널 조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고객 조사 각각의 방법론 자체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최소한의 자원이 허락하는 내에서 최대한 고객을 만나고 관찰하라는 뜻이다. 위에 언급한 고객 조사 방법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며 프로젝트 목적에 따라 적재적소에 효율적인 고객 조사 방법론과 그 외에 다양한 방법론을 사용하면 된다. 모든 답을 고객이 이야기해주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답은 고객에게 있다.
글 / 오컴(www.occam.kr)
정리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