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투자하고 기술 공개해.. 클라우드 후발주자의 역습
[IT동아 강일용 기자] 구글, IBM 등이 잇따라 인프라 확충과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개하며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업계 4, 5위에 머무르고 있는 시장점유율을 올해 더 확대하지 못하면 1, 2위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격차를 줄일 방도가 없다는 우려에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14일(현지시각) 구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올해 130억 달러(약 14조 6000억 원)를 투자해 미국 전역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사무실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규 데이터센터는 네바다, 오하이오, 텍사스, 네브라스카 등 미국 전역에 설립된다.
구글이 이렇게 공격적으로 데이터센터를 확충하는 것은 나날이 성장하는 미국 클라우드 시장을 놓고 AWS, 마이크로소프트 등과의 기술, 인프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최근 공격적으로 관련 영업을 진행 중인 IBM, 오라클 등을 제치고 미국내 시장점유율 3위(전 세계 4위)라는 입지를 굳히기 위함이다.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구글클라우드플랫폼(GCP)은 기술적인 면에선 경쟁사를 앞서나간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인프라 규모와 기업 지원면에선 경쟁자에 크게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이번 데이터센터 확충으로 적어도 미국내 인프라 규모면에선 경쟁사보다 앞서나갈 수 있게 되었다.
<구글의 신규 미국 사무실과 데이터센터>
갑작스레 인프라 확충을 발표한 구글의 행보에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원래 구글은 매년 7월에 개최하는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개발자행사에서 인프라 확충을 발표하는 것을 관례로 여겼으나, 피차이 CEO가 이를 깨고 직접 미국내 투자를 강조하며 글을 올렸다. 스콧 케슬러 CFRA리서치 연구원은 "많은 정치인들이 구글과 같은 기술 업체들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며, "미국 전역에 데이터센터와 사무실을 확충한다는 구글의 투자 계획은 일자리 확충에 관심이 많은 정치인들의 우호적인 의견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IBM은 자사의 킬러 서비스인 왓슨을 모든 클라우드 환경에서 이용하 수 있도록 공개하는 초강수를 뒀다. 지니 로메티 IBM 회장은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씽크 2019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자사의 인공지능 플랫폼 왓슨을 IBM 클라우드 뿐만 아니라 기업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과 경쟁사인 AWS,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래 왓슨은 기업을 IBM 클라우드로 끌어들이기 위한 IBM의 핵심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기업이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는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인공지능 플랫폼만 이용할 수 있어(=클라우드 종속) 인공지능 개발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왓슨 기술과 플랫폼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IBM 측의 설명이다.
이번에 공개된 왓슨 플랫폼 기술의 핵심은 왓슨 어시스턴트와 왓슨 오픈스케일이다. 왓슨 어시스턴트는 인공지능 챗봇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단순 챗봇 개발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상담을 인계하는 판단을 내리는 등 기존 챗봇보다 한층 고도화된 기술을 갖추고 있다. 왓슨 오픈스케일은 인공지능이 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두 확인할 수 있고, 인공지능 학습 과정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학습이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밖에 기업용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다양한 왓슨 기술이 공개되었다. 왓슨 플랫폼과 IBM의 개방형 클라우드 플랫폼인 IBM 클라우드 프라이빗 포 데이터를 활용해 온프레미스, 프라이빗, 하이브리드, 타 퍼블릭 클라우드 등에 보관된 기업의 데이터를 인공지능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왓슨 플랫폼은 기업용 인공지능을 만드는 기술에 해당되는 얘기이며, 의료용 인공지능 기술인 왓슨 온콜로지와 지노믹스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한 AWS나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데 성공한 마이크로소프트와 달리 구글, IBM 등은 언제라도 후발주자들에게 점유율을 역전 당할 수 있어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기술 우위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1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멀티 클라우드와 같이 선두 사업자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는 전략을 집중적으로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