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포스 RTX 2080 Ti 품은 데스크탑' MSI 인피니트 X 9RK80Ti
[IT동아 강형석 기자] 시장조사기관 GfK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상반기 데스크탑 및 모바일 PC 시장은 하락세였다. 데스크탑 14%, 모바일 9% 가량 하락한 것. 하지만 반대로 고성능 게이밍 PC 시장은 성장했다. 그 중 고성능 프로세서가 탑재된 데스크탑 PC는 60% 성장세로 단연 독보적이었다. 메모리와 SSD 등 주변장치 판매량도 함께 늘어났다.
이는 게이밍 PC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예다. 과거 게이밍 제품이라고 하면 쓸데없이 가격만 높고 실속이 없는 것으로 치부했지만, 지금은 화려하면서도 그에 걸맞는 화끈한 성능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높은 가격은 어쩔 수 없지만 이를 통해 얻는 이점이 많다고 판단한다면 '가심비(심리적 만족감에 쓰이는 비용)'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MSI 게이밍 데스크탑, 인피니트(Infinite) X도 그런 가심비를 자극하는 고성능 PC 중 하나다. 고성능 부품으로 채워 넣은 속은 매력적이지만 남다른 외모를 자랑하는 디자인도 소비자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요소일 것이다. 그 중에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제품(9RK80Ti)는 가장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다. 코어 i9 9900K 프로세서에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80 Ti 등 최고 중에 최고만을 엄선에 담았기 때문.
외계 조형물을 놓은 듯한 독특한 디자인
MSI 인피니트 X의 디자인은 고급스러움이 아닌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마치 미지의 세계에서 온 조형물 같다는 느낌이라면 과장일까? 얼핏 보면 직선이 크게 강조된 형상이지만 브러시 라인(표면에 불규칙한 선)처리가 이뤄진 전면 패널과 함께 LED 등이 점등되는 패널을 더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니까 이 제품은 전원이 꺼져 있을 때보다 켜져 있을 때 존재감이 부각된다.
덩치는 조금 있는 편. 제원만 하더라도 폭 210mm, 높이 450mm, 두께(길이) 488mm 정도다. 그렇다고 조립 PC에서 볼 수 있는 엄청 큰 케이스(빅타워) 정도는 아니고, 어디에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중간급(미들타워) 케이스 수준이다. 대신 제품의 뼈대(섀시) 구조와 탑재 부품들로 인해 무게감은 다소 있는 편. 제원에서도 제품의 무게는 15kg에 달한다.
케이스 상단에는 외부 장치와 저장장치 등을 연결할 수 있는 단자들이 제공된다. 기본적으로 2개의 USB 단자(A규격)와 타원형의 USB 단자(C규격) 1개가 제공된다. 여기에 스테레오 입출력 단자(3.5mm)가 있다. 위에는 광학 드라이브 장치가 있어 별도의 광학 매체를 이용할 수 있다. 붉은색 버튼은 전원으로 전반적인 케이스 디자인과 어울리면서도 디테일이 강조된 형태다.
광학 드라이브는 상단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나오게 된다. 처음에 별도의 광학 드라이브가 장착되어 있다라는 느낌이 없어 제공되지 않는다 싶었지만 예상이 빗나갔다. 크기를 제법 줄인 장치(노트북용으로 추정)를 탑재했는데 사용성은 적지만 만에 하나 필요할 때를 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긍정적인 부분이라 하겠다.
후면 확장성도 충분하다. 6개 USB 단자가 제공되고, 그 중 2개는 USB 2.0, 나머지는 USB 3.1 단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 외에 유선 네트워크(RJ-45) 단자와 오디오 입출력 단자 등이 자리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광출력을 지원하는 S/PDIF 단자도 있어 지원 기기를 쓸 때 유리하다.
그래픽카드(지포스 RTX 2080 Ti) 자체로는 HDMI 출력 단자 1개, 디스플레이 포트(DP) 출력 단자 2개가 제공되며, 그 아래에 타원형 모양의 USB-C 규격 단자가 제공된다. 버추얼링크(Virtual Link)라는 이름의 엔비디아 전용 단자로 가상현실(VR) 기기를 쓸 때 활용하게 된다.
최신 (고성능) 부품들로 빼곡히 채워 넣다
게이밍 데스크탑 PC라면 사양 또한 그에 걸맞는 수준을 갖춰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MSI 인피니트 X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구성을 갖췄다.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성능이 뛰어난 부품들로 속을 채워 넣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게이밍 제품답게 멋을 내기 위한 요소들이 대거 적용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측면 강화유리 제공이다. 기본적으로는 일반 철판 덮개가 적용되어 있지만, 강화유리를 장착하면 속이 훤히 보여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다만 그래픽카드가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장착된 형태이기 때문에 강화유리를 장착하려면 공기 흐름을 고려해 가급적 가장 높은 지지대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철저히 공기 흐름에 의한 성능을 고려한다면 강화유리보다 측면에 뚫려 있는 기본 측면 덮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부품을 보면 그래픽카드가 가장 두드러진다. 일반 케이스는 수평으로 장착되어 측면에서 보면 제품의 상단부만 보이는데, 수직으로 장착했기 때문에 쿨러가 노출된다. 보여지기에 이만한 구성도 없다. 최근 튜닝 PC 케이스들이 이런 방식으로 그래픽카드를 장착할 수 있도록 확장 케이블(라이저 카드)을 제공하거나 별도 구매해 쓰기도 한다.
사양을 하나씩 살펴보자. 프로세서는 인텔 코어 i9 9900K, 9세대 코어 프로세서로 가장 상위 라인업이다. 여기에 높은 속도로 작동하는 프로세서라는 점을 감안해 냉각장치를 일반적인 공랭식이 아닌 냉각수를 활용하는 수랭식을 쓴다. 일체형 수랭 쿨러로 워터블록(프로세서 장착부)에는 MSI의 아이콘인 용 이미지가 새겨져 있다. LED로 화려하게 빛나는 것은 덤.
메모리는 32GB 용량을 제공한다. 제공된 제품 내에는 삼성전자의 DDR4-2,400MHz 사양의 16GB 모듈 2개가 장착된 상태. 하지만 이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양 자체로 보면 아쉬움이 없다. 게다가 메모리를 추가로 2개 더 장착할 수 있으므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메모리 용량 확보가 가능한 구조다.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80 Ti가 장착됐다. MSI가 직접 개발한 것으로 실제 판매되는 제품(RTX 2080 Ti 벤투스)을 사용했다. 가장 최신 그래픽카드로 최상위 라인업인 타이탄(TITAN) RTX 바로 하위 제품이다.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갖췄지만 그만큼 가격 또한 높다. MSI는 이를 기본 채택함으로써 완전한 게이밍 데스크탑을 완성할 수 있었다.
저장장치 구성은 512GB 용량의 SSD와 2TB 용량의 하드디스크(HDD) 조합이다. 무엇보다 동일한 하드디스크를 하나로 묶어 속도를 높이는 레이드(RAID) 0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그러니까 실제로는 256GB 용량의 SSD가 2개 장착되어 있는 셈이다. 동일한 하드디스크를 하나로 연결하면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게임이나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쾌적하게 쓸 수 있다. 대신 저장장치 구성을 변경할 경우, 데이터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의하자. 별도 장착된 2TB 하드디스크는 영상이나 이미지 같ㅇ튼 대용량 콘텐츠 혹은 속도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애플리케이션 등을 설치해 활용하자.
아낌 없이 주는 성능
코어 i9 9900K 프로세서와 지포스 RTX 2080 Ti 등 최고 수준의 사양으로 중무장한 MSI 인피니트 X. 게이밍 성능을 확인해 보기 위해 테스트 애플리케이션과 게임을 실행해 봤다. 최고의 조합은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먼저 3D 게임 성능을 확인해 보기 위해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테스트(익스트림)를 진행했다. 테스트는 고해상도(2,560 x 1,440) 영역에서 진행되며, 그만큼 시스템에 부하가 걸린다. 측정 결과, 해당 항목에서는 1만 5,474점을 기록했다. 그래픽 점수는 1만 6,186점, 프로세서는 2만 3,891점이다. 그래픽 점수만 보면 이전 세대 고급 그래픽카드를 뛰어 넘는 수준의 성능이다.
초당 움직임을 표시하는 프레임만 봐도 제법 높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픽 테스트 1번과 2번은 59~86 프레임으로 일반 모니터가 1초에 표시할 수 있는 60매(프레임)을 가볍게 상회한다. 물리연산 항목에서도 75 프레임을 기록했다.
최신 게임 명령어 기반의 성능을 측정하기 위해 다른 테스트를 실행했다. 측정 결과, 해당 항목에서는 1만 1,920점을 기록했다. 그래픽 점수는 1만 3,071점, 프로세서는 7,953점이다. 그래픽 테스트 1번과 2번은 76~83 프레임을 그려내며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줬다. 이 정도라면 어떤 게임을 즐기더라도 자신 있게 몰입 가능할 듯 하다.
이번에는 QHD(2,560 x 1,440) 해상도에서 배틀그라운드를 실행해 성능을 측정했다. 전장은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설원지역(비켄디)에서 진행됐다. 그래픽 설정을 모두 최상(울트라)으로 맞춘 다음, 게임을 진행하니 106 프레임 전후를 기록했다. 이는 초당 106매 이미지가 표시된다는 이야기. 일시적으로 80~90 프레임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105~120 프레임 사이를 표현해낸다. 실제 144Hz 주사율을 갖는 MSI 옵틱스 MPG27CQ 모니터에서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MSI 인피니트 X(9RK80Ti)의 강점은 단연 성능이다. 9세대 코어 i9 9900K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80 Ti 그래픽카드, 32GB 메모리에 RAID 0 구성으로 이뤄진 SSD 저장장치까지 무엇 하나 뒤처지는 것이 없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사양을 제공한다. 각 부품이 갖는 성능을 아낌 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최고를 지향하는 게이머에게 알맞은 게이밍 데스크탑 PC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운영체제가 제공되지 않는 프리도스(Free DOS) 형태라는 점이다. PC 자체도 400만 원을 훌쩍 넘길 정도로 고가이지만 운영체제조차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손해처럼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MSI가 내세우는 다양한 자체 소프트웨어들도 사용자가 임의로 운영체제를 설치하게 된다면 이를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특징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휴대성을 강조한 손잡이도 엄밀히 따지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무게 자체가 15kg에 달할 정도로 거구인데. 한 손으로 들고 가기에는 부담이 크다. 실제로 손잡이를 한 손으로 들고 약 2~3분 걸어보니 손에 통증이 몰려올 정도다. 양손으로 쉽게 잡을 수 있게 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조립 PC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편하게 초고성능을 경험하고 싶다면 MSI 인피니트 X(9RK80Ti)는 좋은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힘 들이지 않고도 엄청난 부품들이 조립된 PC가 내 품으로 온다는 것은 의외로 큰 이점이니까.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